때는 8월6일 오후11시 경. 귀를 찢는 듯한 소음이 시작됐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온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날이었다. 걸레를 내던지고 손바닥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소리의 진원지는 내 방에 있던 화재경보기였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건물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도 온통 미간을 찌푸린 채 귓구멍을 틀어막고 있었다. 입은 옷도 각양각색. 모두 자신이 하던 일을 뒤로 한 채 본능적으로 건물 밖으로 뛰어나온 것이다. 딱 봐도 알람오작동이 분명했다. 화재가 발생했다 하기엔 연기는커녕 냄새도 나지 않았다. 여기도 기계가 잘못 작동하는 건 똑같다며 한숨 쉬던 와중 옆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커다란 소방차가 빛을 뿜으며 서있었다. 곧이어 안전장비를 갖춘 소방관이 건물에서 나왔다. 소방관은 상황이 종료됐음을 알렸고 학생들을 다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 잠깐의 해프닝 속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시스템의 차이를 몸소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차이를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하나, 이 모든 일이 발생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5분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이에 맞춰 소방차는 빠르게 도착했다.

  둘, 경보 자체가 사람들을 대피하게 하는 ‘직접적인’ 수단이었다. 안 나가고 못 배길 정도의 소음이었다. 경보기의 기능이 위험이 닥쳐올 때 경계하도록 미리 알리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예 대피까지 맡을 수 있음을 느꼈다.

  셋, 모든 방에 화재 경보기가 하나씩 달려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내가 본 것만 해도 내 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 복도에 하나 총 세 개였다. 한국에는 대부분의 아파트에 스프링클러만 설치되어있을 뿐 화재경보기는 각 층에 하나씩 있을 뿐이다. 

  넷, 소방차를 대동한 소방관이 함께 와서 정식으로 점검한다는 것. 자연스럽게 기계가 꺼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들어와 전반적인 상태를 살피고 문제없음을 확언한 뒤 상황을 종료하는 그 프로세스 자체가 안전을 증명했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던 내 기억 속에는 일 년에 한 번씩 밤 10시에 대피 훈련을 했었다. 다같이 운동장에 모여 소화기 사용법을 배우고 다시 방에 들어갔다. 실제로 불이 난적은 없었지만 화재경보기가 울렸을 때 아무도 밖에 나가지 않았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보기의 기능을 알림을 넘어 대피까지로 확대시키는 것은 주목해볼 만하다.

  누군가는 잦은 기계 오작동으로 화재경보기를 양치기소년이라 일컫는다. 오명을 쓰고 있는 화재경보기를 비난하기 전에 우리의 안전 불감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배우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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