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자며?
더불어 살아가자며?
  • 권유진(사회·18)
  • 승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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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른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배운다. 우리는 인간인 우리가 어떻게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 논의하며, 그들을 존중하는 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현 실상은 이런 아름다운 존중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얼마 전 보도되었던 대전 길고양이 사건을 기억하는가? 대전에서 1000마리에 달하는 길고양이를 상습적으로 죽여온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지만,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었던 사건이다. 이 남성은 8년간 길고양이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쥐약을 탄 음식을 곳곳에 놓아 1000여 마리의 고양이를 죽였다. 주민들과 동물보호단체는 노력 끝에 그를 붙잡았고, 그는 그의 잘못을 시인했다. 심지어 직접 자신이 놓은 쥐약을 꺼내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고양이 사체를 검거 당시 현장에서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못했다. 이 사건은 동물학대가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는지, 또한 그에 대한 처벌이 얼마나 미약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큰 사건들을 제외해도, 동물권 관련 문제들은 우리 주변에서 쉴새없이 발생한다. 내가 이사하기 직전 살았던 아파트 관리자들은 아파트 주변에 길고양이가 오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한겨울 추위를 피해 지하주차장 쪽으로 들어오는 고양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그들은 약을 탄 음식을 넣은 덫을 준비했다. 그곳에 잡힌 고양이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없어져갔다. 구청에도 문의해보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나마 허가받지 않은 길고양이 포획용 덫은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법률을 빌미로 관리사무소에 지속적으로 건의한 끝에 겨우 그 덫을 치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분노했던 사건이었다. 현재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 세 마리도, 길바닥 출신이기 때문이었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동물권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당신은 아마도 지금까지 많은 동물학대를 마주해 왔을 것이다. 간단하게는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SNS에서부터, 방송 보도까지 해당 사건을 접할 기회는 많다. 너무나 잔혹한 사건들을 보며 우리는 쉽게 분노한다. 하지만 그 분노는 쉽게 식는다. 가해자의 처벌을 바라는 이들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가해자가 잡히는 경우에도, 우리는 잡혔다는 소식만을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면, 한없이 씁쓸해진다. 물론 사람을 괴롭힌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기대할 것도 없다 싶긴 하지만 말이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에게 해를 가한 자는 단기간의 징역이나 최대 1000만원 가량의 벌금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징역은 고사하고, 벌금형을 제대로 받는 경우도 보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해서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과연 나아질 수 있을까 의문이다.

나는 동물권 관련 법률 자체가 강력해져야 한다고 보며, 그 시작은 우리 스스로가 동물권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우리는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야만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이기적이어서도 안되고, 이런 현실에 무감각해서도 안된다. 이제는 글로만 배웠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현실로 옮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