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상징적인 동물 중 하나입니다. 코끼리는 어른 암컷과 새끼들로 무리를 지어 생활합니다. 새끼들이 성장하면 수컷은 무리를 떠나지만 암컷은 남습니다. 그래서 코끼리 무리의 암컷과 새끼들은 모두 혈연관계입니다. 코끼리 무리의 리더는 ‘가모장’이라 불리는데, 무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암컷입니다.

코끼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포식자는 수컷 사자입니다. 사자들은 흔히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는데, 무리가 클수록 사냥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커다란 수컷 사자라 하더라도 덩치 큰 어른 코끼리를 상대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수컷 사자들은 주로 4살 이하의 코끼리를 노립니다.

코끼리는 사자의 으르렁 소리를 통해 사자 무리의 크기를 구별하고 공격 방향을 감지합니다. 보통 일렬로 줄을 지어 이동하다가, 위협을 느끼면 어른 코끼리들이 어린 코끼리들을 둘러싸는 대형을 이룹니다. 일부 코끼리들은 패거리를 형성해 사자 무리에 돌진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방어행동을 지휘해 무리를 사자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일은 가모장에게 달려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케냐의 암보셀리 국립공원에 사는 코끼리 무리에게 사자의 으르렁 소리를 녹음해 들려줬습니다. 그 결과 가모장의 나이가 많을수록 사자의 수와 성별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가모장의 나이가 적으면 실제의 위협보다 과소평가해 방어행동을 했습니다. 즉, 나이가 많은 가모장이 사자의 위협에 가장 현명하게 대처했습니다.

무리 생활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무리에 속해있으면 방어에 유리하고 공동육아도 가능하지만, 자원을 다른 구성원과 나눠야 합니다. 그래서 코끼리는 필요에 따라 무리에 속해 있기도 하고, 무리에서 잠시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를 ‘이합집산 사회’라고 합니다. 코끼리 무리는 아주 유동적인데, 예를 들어 오전에는 25마리였던 무리가 낮에는 100마리로 커지기도 하고, 오후에는 다시 12마리로 줄어듭니다.

무리의 구성원들은 각자 필요한 자원이 다릅니다. 예를 들면 새끼는 어른 코끼리 보다 자주 물을 마셔야 합니다. 그래서 새끼가 있는 엄마 코끼리는 종종 무리에서 나와 물을 찾습니다. 또 먹이가 부족하면 코끼리 무리는 가족 단위로 흩어져서 먹이를 찾습니다. 그렇지만 구성원들은 멀리 떨어지지 않고, 서로 큰 소리로 부르면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새끼가 진흙구덩이에 빠지거나 덤불속에서 새끼를 찾을 수 없으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무리를 떠날 수 있음에도 남아있는 이유는 구성원들이 가모장의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뭄과 같이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 가모장은 놀라운 기억력으로 아무도 모르는 땅속의 샘도 찾을 수 있습니다. 1972년부터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코끼리를 조사한 결과, 나이가 많은 가모장이 이끄는 무리가 먹이 및 양육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빠르게 번식합니다.

동물들이 무리 지어 생활하는 경우 종종 전체 구성원의 생존을 결정해야 합니다. 무리의 결정하는 방법은 크게 독재주의와 민주주의가 있습니다. 코끼리 무리는 독재주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재주의가 유리한 경우는 독재자가 탁월한 지식과 판단력을 갖고 있을 때입니다. 코끼리의 가모장은 수십 년의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배고픈 무리가 먹이를 찾게 해주고, 포식자의 위협으로부터 무리를 지켜줍니다. 코끼리 가모장은 절대적인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만 군림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해 닥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뿐입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