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간다니 정말 부럽다. 재미있게 놀다와’

교환학생에 선발된 후 주위 사람들이 내게 했던 말이다. 모두가 나를 부러워했지만 나는 마냥 기쁘지 못했다. 나는 교환학생을 성장을 위한 도구로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니 다들 입을 모아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성장하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값진 경험을 어디서 쌓아야 하는지 몰랐다. 이런 저런 활동을 시도했지만, 딱히 얻은 것은 없었다. 3학년 진학을 앞두었을 때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교환학생에 지원했고, 나는 그 ‘값진 경험’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처음 마주한 싱가포르는 낯설어서 좋지 않았다. 나무와 풀이 무성한 캠퍼스에서 돌아다니는 도마뱀들은 징그러웠고 학식 라면에 들어있는 청경채는 이상했다. 정류장을 알려주지 않는 버스 탓에 오랜 시간 걷기도 했다. 나를 가장 괴롭힌 낯선 것은 영어였다. 영어가 유창하지 못해서 위축되었고, 그게 티가 날까봐 말을 줄여갔다. 그 덕에 나는 얼굴 마주 보며 하루를 나눌 친구 한명 없이 우울하게 며칠을 보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불완전한 영어를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 혼자 앉아있거나 길을 헤맬 때 먼저 말을 건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내가 더듬더듬 말하는 영어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내가 못 알아들었을 때 다시 친절히 말해주는 것들을 경험했다. 이때 내게 소위 말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언어가 의미를 전달하는 건데 문법 좀 틀리면 어때’라는 생각이랄까. 동시에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나의 모습이 보였고, 교환학생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자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낯설어서 싫은 것보다 낯설어서 좋은 것들이 더 많아졌다. 현지 학생들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걸 수 있었고, 그렇게 다른 문화의 친구들을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쉬는 시간에도 모르는 것을 함께 고민하는 학생들이 신기했고, 나도 모르는 한국 드라마나 아이돌을 좋아하는 현지 친구들이 흥미로웠다. 현지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기에 좋았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도마뱀들도 귀여워졌다. 이제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친절히 사과까지 하는 엘리베이터 방송을 녹음하기도 하며, 매일 아침 낯선 것들을 찾을 생각에 설렌다.

여기까지가 한 달이 되어가는 나의 싱가포르 교환생활기이다. 현재 나는 타지 생활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만큼 즐거움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시점에 있는 것 같다. 동시에 쫓기는 삶에 익숙해,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좀 더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 교환학생에 대한 기대보다 부담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벗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글을 맺고 싶다.

‘힘 좀 빼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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