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소담 배꽃 수다방

  고민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이화인들이 편하게 마음도 나누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가며 잠시 쉬어가는 공간입니다.

 

  한 배꽃님이 보내주신 사연

  욕심이 너무 많아서 동료가 제 욕심껏 일해주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또 동료가 한 일이 제 기대치를 충족하지 않을 때 어떠한 부분을 더 보강했으면 좋겠는지 피드백을 주곤 합니다. 그런데 그걸 동료가 받아들이지 않아서 제 기대치를 충족하지 않는 결과물을 보면 기분이 상해서 스트레스 받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제가 책임지고 전부 뒤엎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리스크를 짊어지게 되어서 부담스러워집니다. 이러지 않고 싶어요.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학생상담센터 오혜영 소장

  사연을 주신 배꽃님,

  사연에서 한 가지 일에 전심전력을 하는 배꽃님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노력하고 애쓰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동료들도 같은 마음으로 같은 기준으로 일을 해주면 좋을 텐데 때때로 배꽃님의 기대치에 못 미쳐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네요. 다른 배꽃님들도 팀플이나 공동작업을 할 때 비슷한 경험을 해본 일이 있을 겁니다. 일에 대한 기준이 높을 때, 그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낄 때, 그 일이 나에게 의미가 있을 때, 더욱 더 완벽하고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우리는 과제에 몰입하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몰입을 넘어 집착을 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일은 중요합니다. 사람은 일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생존 요건을 충족시키고 인생의 가치를 확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하지 말 것은 일의 결과와 능력은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확장되고 개발된다는 것입니다. 시간과 업무량, 공간 등의 환경과의 상호작용, 동료들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나의 내면과의 상호작용, 그런데 우리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처럼’ 일을 대할 때가 의외로 많습니다. 어떤 난관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가치는 좋은 듯 보이지만,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여 자신을 지치게 하고 때로는 동료의 동기나 생산적인 힘을 제어한다면 잠깐 멈추어 자신을 점검할 필요가 있지요. 

  일을 정말 잘하려면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치지 않고 하려면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멈출 줄도 알고 때때로 자신의 기대치를 줄이는 훈련도 필요하답니다. 생산적인 리듬과 에너지가 내 안에 그리고 일의 과정에 흐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배우는 몸이 풀려야 제대로 연기를 할수 있고, 운동선수는 긴장하지 않아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듯이, 내가 평정심을 유지할 때야 비로소 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타인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기게 되니 말입니다. 조금은 일에 대한 힘을 빼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나와 상대에게 허용하는 것, 일에 줌-인(zoom-in)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 거리를 두고 관망도 하는 줌-아웃(zoom-out)을 시도해보는 것, 때때로 너무 열정적이고 몰입하는 당신에게 ‘멈춤’과 ‘조절’의 미학을 경험하게 해주면 어떨까요? 일의 ‘열정’을 이미 가진 그대에게 ‘조절’이라는 힘까지 장착되면 일에 대한 통제감과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짧은 글로 풀어가다보니 사연을 주신 배꽃님에게 적합한 내용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 걸리거나 자신의 고민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 부분을 메일을 통해 한번 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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