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슨트와 함께하는 메이데이전... “작가 의도 파악에 도움“
도슨트와 함께하는 메이데이전... “작가 의도 파악에 도움“
  • 박채원 기자
  • 승인 2018.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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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 올해 첫 시도
5월31일 오후2시 메이데이전 도슨트 해설을 진행한 권오미(패디·18)씨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5월31일 오후2시 메이데이전 도슨트 해설을 진행한 권오미(패디·18)씨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조금 더 가까이 와서 관람해주세요! 저의 해설과 함께 여러분의 참여로 완성되는 작업입니다.”

  창립 132주년 기념 조형예술대학(조예대) 메이데이전이 5월29일~6월4일 진행됐다. 메이데이전은 조예대가 매해 창립을 기념하며 조예대 3학년 학부생을 주축으로 개최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메이데이전 최초로 재학생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5월30일~6월4일, 개교기념일과 주말을 제외하고 진행됐다. 

  조예대 학생회 조예나민C는 “10개 전공의 학생들이 공통된 주제 없이 서로 다른 내용으로 꾸민 전시여서 관객의 입장에서 도슨트가 필요할 것이라는 학생들의 요구와 학생회의 판단이 있어 처음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30일 조형예술관(조형관)A동 1층 로비에서 대본 카드를 들고 도슨트 해설을 준비하고 있는 최인영(역교·16)씨를 만날 수 있었다. 오후2시가 되자 최씨는 “해설을 맡은 도슨트들은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수료한 전문 인력이 아니라 본교 학부생을 대상으로 모집된 자원봉사자”라고 양해를 구하며 해설을 시작했다. 

  작품 해설은 조형관C동 시각디자인 전공부터 A동 1층 조소 전공, 2층 동양화 전공, 4층 섬유예술 전공 순서로 진행됐다. ECC 대산갤러리에서 진행된 패션디자인 전공의 전시는 동선을 고려해 해설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씨는 학생들을 C동 1층 로비로 안내했다. C동 1층에 들어서자 각양각색의 영상·시각·산업·공간 디자인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만난 작품은 문세희(시디·16)씨의 ‘결핍사회(Deficiency Society)’였다. 각각 ‘결핍’과 ‘사회’의 단어가 쓰여진 흰색 책 두 권과 엽서로 구성된 작품이었다. 최씨는 책을 넘겨 작품을 관람하며 해설을 들을 것을 제안했다. 본 작품은 ‘어쩌면 모두가 결핍을 지니고 있고 이 사회를 지배하는 전반은 결핍일지도 모른다’는 문씨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최씨는 구상 과정에서 자크 라캉(Jacques Lacan)의 욕망이론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박정원, ’크레셴도, 디크레셴도’(crescendo, decrescendo)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박정원, ’크레셴도, 디크레셴도’(crescendo, decrescendo)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학생들은 최씨의 안내에 따라 디자인 작품들을 관람하며 박정원(시디·16)씨의 작품 ‘크레셴도, 디크레셴도(crescendo, decrescendo)’를 만났다. 파스텔톤의 책과 책이 담겨 있는 분홍색 아크릴 상자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박씨는 각별한 사이의 지인이 섭식장애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구상했다. 작품은 현대 여성에게 주어지는 몸에 대한 억압과 프레임, 그에 따른 자괴감과 그 자괴감이 낳은 문제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업이다. 박씨는 폭식증을 음악적 기호인 크레셴도로, 거식증은 디크레셴도 은유했고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해 작품의 분위기가 어두워지지 않도록 표현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A동 1층 로비를 지나 학생들을 불이 꺼진 방 앞으로 안내했다. 이어 방 안의 작품이 우민주(조소·16)씨의 ’이마 속의 스크린’이며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방 안에 들어서 검은색 커튼을 젖히면 긴 테이블이 놓여 있다. 테이블 위에는 헤드셋과 임의적인 모양의 점토들이 올려져 있다. ‘색’이 시각으로만 인식되는 기준에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작가의 말에 따라 점토를 만들도록 해 머리속에 떠오른 색의 형태를 표현하도록 유도했다.

 

신혜슬, ’물에 사는 고기’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신혜슬, ’물에 사는 고기’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최씨는 1층에서 조소 작품 해설을 마치고 학생들을 2층의 동양화 전시로 안내했다. 각양각색의 동양화 작품을 관람하다 멈춰선 곳은 신혜슬(동양화·16)씨의 ’물에 사는 고기’였다. 우리나라의 전통 종이인 장지에 천연 채색 재료인 분채로 작업한 이 작품은 해체된 물고기 뼈가 중심에 그려져 있고 그 주변에 한국 전통의 산수화가 부분적으로 그려져 있다. 최씨는 작가가 우연히 아버지가 회를 뜨는 과정을 보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물고기의 모습을 보며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된 자연의 본 모습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작가는 인간 중심적으로 해석된 기존의 물고기의 모습을 해체, 재조합하여 관람객들이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상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최씨를 따라 A동 1층에서 조소 작품 8점, 2층에서 동양화 작품 4점, 4층에서 섬유예술 작품 4점을 관람하고 해설을 들었다. 

 

이주은, ’자화상’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이주은, ’자화상’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마지막 작품은 4층에서 만난 이주은(섬예·16)씨의 ’자화상’이었다. 작품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얼굴 모양이 직물 가운데 있었고 검은색 액체가 흐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작품의 얼굴 한가운데에는 실제 나뭇가지가 꽂혀 있다. 작가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판하기 위해서 만든 해당 작품은 그림을 짜 넣는 직물인 태피스트리 작업으로 면사를 사용했다. 무지에 안주하며 인식해야 할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잃었던 과거를 비판함으로써 자기 성찰을 하고자 했다. 최씨는 “작업 속 얼굴 한 가운데에 나뭇가지가 꽂혀 작품 속 인물이 피를 흘리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자화상’ 작품 해설을 마지막으로 도슨트 해설이 마무리됐다. 최씨는 “미숙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하며 관람을 마쳐 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해설이 이뤄지지 않은 4층 서양화 전공, 조형관B동 도자예술 전공, ECC 대산갤러리 패션디자인 전공 전시 관람을 추천했다. 

  최씨는 “평소에 큐레이터 일에 관심이 많았고 아는 작가가 있어서 응원하는 차에 참여했다”며 “작업들의 정보를 숙지하며 작품을 보니 의도가 명확하게 보여서 작품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31일 도슨트 프로그램을 함께 한 유혜정(패디·18)씨는 “설명을 듣기 전에는 재료나 작가님의 의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지 못했고 주의 깊게 못 봤다”며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서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은 것 같아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