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일상의 조각일 뿐
결혼도 여성에게 필수 아냐

  드라마 ’섹스앤더시티’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뉴욕에 사는 4명의 여성 이야기를 그린 미국 드라마이다. 이미 오래전에 유행이었던 이 드라마를 나는 요즘에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조금 더 일찍 이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섹스앤더시티’는 20년 전 쯤의 이야기이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 18년도의 서울보다 진보한 부분이 훨씬 많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98년도라는 것은 감안하고 보아야한다.) 우선 제목부터가 그렇다.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미디어에서 일상 생활으로서의 섹스를 논할 수 없다. 

  “섹스? 헐 어떻게 그런 단어를 사용해? 

  이런 환경 속에서 내가 유일하게 섹스를 일상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었던 곳은 드라마 ’섹스앤더시티’뿐이었다. 섹스 칼럼니스트인 주인공 캐리와 그녀의 친구들인 하버드 나온 변호사 미란다, 광고회사 사장인 미란다, 큐레이터 샬롯. 이들 4명이 중심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남자들은 그저 스쳐지나간다. 그녀들은 일을 하고, 함께 파티를 가고, 옷을 사고, 데이트를 하며 섹스를 한다. 내게 필요한 섹스는 이것이었다. 일상생활에서 한 부분, 인간의 한 행동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행위로서의 섹스. 얼굴을 붉히고 손으로 가리지 않아도 되는 섹스. 

  여성은 섹스에 많은 의미를 부과하도록 키워졌다. 특히 섹스와 사랑을 연결시켜서 생각하도록 압박을 주며, 사랑한다면 섹스를 혹은 섹스를 통한 사랑을, 사랑없는 섹스는 방탕한 것등의 관념들이 그것들이다. 이 관념들은 더 나아가 사랑을 통한 섹스를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결혼이라는 관념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러나 ’섹스앤더시티’는 그 관념을 부수어주었다.

  내가 생각하는 ’섹스앤더시티’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여성은 결혼을 통하여 행복을 찾을 수 없다. 여성은 자신을 사랑해주는 친구들과의 연대애를 통하여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섹스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사랑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신체행위. 물론 이 드라마도 결말로 가서는 갑자기 해피엔딩을 만든다. 하지만 제작자는 이것이 드라마 제작에 너무 많은 사람이 참여를 하여 초기의도와 달라졌다고 인터뷰하였다.

  섹스가 그저 일상 생활의 한 부분이 되는 것. 선정적이지도, 자극적이지도, 과장되게 숭고한 것으로 포장되지도 않은 섹스를 논하는 것은 곧 여성의 인간화와 결을 같이한다고 느껴졌다. 

  일도 하고, 꿈도 꾸고, 섹스도 하고, 친구들과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실수도 하며 사는 삶.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의 나열중 섹스에만 방점이 찍혀있지 않는 삶. ’여성, 서울, 20xx’ 때는 그것이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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