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투표율, 50년간 젊은 국회의원 부재’ 한국의 2030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두 단서다. 반면, 미국은 청소년기부터 지방정치에 대해 익히고 지역사회의 단체 및 기구 등에서 봉사하는 등 실천교육의 한 갈래로 정치를 접한다. 학교와 지역 사회에서 행해지는 교육을 통해 시민성을 갖춘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정치에 노출된 미국의 2030세대는 정치적 효능감(개인의 정치적 행동이 정치과정에 영향력을 미치거나 미칠 수 있다는 신념이나 감정)이 높아 그들의 참여가 변화를 이룩할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찾아 읽고, 그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장한다. ‘종이 신문의 시대는 끝났다’고 일컬어지는 요즘, 미국의 젊은 층은 과연 어떤 기업에서 제공하는 어떤 뉴스를 접하고 있을까.
본지는 미국 뉴욕에서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출생한 세대)에게 사회적·정치적 이슈를 공유하고 그에 따른 문제, 솔루션 등을 제시하는 뉴미디어 기업들을 만났다.
2030세대는 SNS와 인터넷으로 뉴스 기사를 접하는 만큼 그들이 원하는 뉴스를 찾아 읽고, 공감하는 기사를 공유하며, 관련 주제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제시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접근하기 쉬운 뉴미디어를 활용해 뉴스를 만드는 기업들은 뉴욕 ◆실리콘 앨리에 모여 콘텐츠를 개발하고 독자와 소통한다.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 뉴미디어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가 밀집한 지역. 1990년 중반, 경기가 침체된 뉴욕 맨하탄 41번가 이남의 빈 사무실에 인터넷 관련 사업체가 들어서며 형성됐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에서 착안, 골목을 의미하는 앨리(Alley)와 합쳐진 용어.
마이크(Mic)
젊은 엘리트를 위한 진지한(serious) 뉴스
마이크는 밀레니얼 세대의 4000만 대학졸업자를 위한 뉴스를 제작한다. 농담거리로 이슈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실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뉴스를 그 무게에 맞게 진지하게 다룬다. 뉴스의 대상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데에서 나아가 독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들을 확실하게 짚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 뉴스를 일차원적으로 보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젊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여러 질문들을 던져 다각적으로 이슈에 접근하는 것이다.
독자들이 어떤 뉴스를 선호하고,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마이크는 임팩트 프로그램(Impact program)을 발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SNS상에서 마이크의 콘텐츠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어떻게 공유되고 있는지 등을 플랫폼에 따라 다르게 분석해 에디터에게 전한다. 에디터들은 임팩트 프로그램의 자료를 토대로 독자들이 가질만한 궁금증을 예측해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스테파니 클래리(Stephanie Clary) 편집장(Managing Editor)은 “플로리다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든다면, 왜 지난 몇 년 간 총기 관련 법안이 없었는지, 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가 어려운지 등 사용자들의 관점에서 많은 분석을 거쳐 이슈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는 최근 백인 위인들로만 이뤄진 연합군 기념비(Confederate monument)의 백인 우월주의에 반대하는 검은 기념비 운동(Black monument movement)을 진행했다. 역사상의 위대한 흑인 50인을 직접 기리기 위해 스냅챗(Snapchat, 미국의 메신저 서비스) 상의 가상현실 그래픽으로 디지털 기념물을 만들었고, 독자들에게 소셜 미디어에서 그것들을 공유하도록 했다. 이 운동은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을 포함한 여러 유명인과 수만 명의 사용자들에 의해 수십만 번 활용되고 공유됐다.
클래리 편집장은 “마이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대중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한 달에 최대 6500만 명이 SNS를 통해 마이크의 콘텐츠를 접하는데, 그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와 솔루션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악시오스(Axios)
신뢰할 가치가 있는 간결한 형식의 뉴스
2016년에 창업해 2017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취임 이틀 전 런칭한 신생 뉴미디어 기업 악시오스는 보고서처럼 요점을 요약해 읽기 쉬운 형식의 뉴스 콘텐츠를 제작한다. 모든 뉴스는 글머리 기호와 함께 이 기사가 왜 중요한지,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을 각 내용에 맞는 항목으로 분류된다. 한 기사는 120개 안팎의 단어로 작성된다. 기성 언론사에서 사용하는 800~1200단어의 약 10분의1 정도로 기사를 완성하는 셈이다.
악시오스의 편집장(Editor in chief) 니콜라스 존스톤(Nicholas Johnston)은 정치 일간지 블룸버그와 워싱턴 포스트에서 약 18년을 기자로 일하는 동안, 아무도 그의 기사를 읽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 어떤 것이 진정한 뉴스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어진 현 상황에서 기존의 뉴스 작성법은 이목을 끌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존스톤 편집장은 “트위터가 인기를 끄는 것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매우 짧고 간략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150년간 유지됐던 오래된 뉴스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발명했다“고 말했다. 많은 독자들이 SNS 등에서 뉴스를 읽으니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식으로 효율적이며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악시오스는 그들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호기심 많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빠른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여기고 있다. 존스톤 편집장은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독자의 엄지가 다섯 번 움직이는 동안 다섯 개의 뉴스를 읽도록 돕고 싶다“며 “글머리 기호를 활용하는 등의 비슷한 스타일을 시도하는 회사들과 달리,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가능한 한 간결하게 요약해 휴대전화 화면의 사이즈의 글에 녹여낸다“고 말했다.
25만명의 구독자를 지닌 악시오스의 웹사이트에는 매달 800만 명 이상의 독자가 방문한다. 존스턴 편집장은 “악시오스가 그리스어로 ‘가치 있는(worthy)’를 의미하는 만큼 앞으로도 독자가 시간을 투자해 읽도록 관심과 신뢰를 받을 만한 뉴스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버슬(Bustle)
젊은 여성 에디터에 의한 밀레니얼 세대의 여성을 위한 뉴스
버슬은 밀레니얼 세대의 여성을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 중년의 백인 남성들에 의해 운영됐던 기성 뉴스룸과는 다르게, 여성 운영진과 에디터로 이뤄진 버슬은 그간 무시당했던 여성의 권리와 의견을 논한다. 에디터는 동시대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의견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주력하는 동시에, 스스로 또한 그 메시지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버슬이 다루는 콘텐츠는 정치·사회적 이슈와 패션, 뷰티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디렉터(Editorial Operations Director) 알렉산드라 핀켈(Alexandra Finkel)은 2030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 세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뉴스를 접할 뿐, 이들도 적극적으로 정치적인 뉴스를 찾아 읽고, 능동적으로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버슬은 회사가 위치한 뉴욕 외에도 전 세계에 에디터를 보유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다가가는 것 이상으로 가까운 사회에서 녹아들기 위해서다. 그들은 독자들에게 한층 더 접근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포함한 여러 매체에서 각 매체에 맞는 각기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독자에게 제공한다.
정치적인 분야의 뉴스를 제작하는 에디터(Executive news editor) 에밀리 엡스타인(Emily Epstein)은 “스무디를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소녀를 보면서도 그와 정치적인 이슈의 연관성을 찾아 공감대를 형성할 방법을 고민한다“며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동시다발적인 이슈들과 여성 독자가 맺을 수 있는 관계를 찾아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의 목소리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디렉터 핀켈은 올해 초 SNS를 통해 기획·홍보됐던 미국의 대규모 여성행진(Womens’ March) 시위를 2030세대의 적극적인 정치 활동의 예로 들었다. 그는 “버슬은 뉴스를 단지 정보 취득의 용도가 아닌, 독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제대로 된 콘텐츠로 대한다“며 “수 세기동안 무시됐던 여성 공동체를 위한 매체로서 독자이자 에디터인 여성들의 편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