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꼈던 것을 당신도 느끼길 바라며

  “너 아직도 학보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만나면 하나같이 꺼내는 말이다. 수습, 정기자, 차장 기자를 지나 부장 기자가 되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학보 활동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2학년 1학기가 끝나갈 무렵, 이미 학보 활동을 하고 있던 과 동기 언니의 끝없는 유혹에 넘어가 학보 지원서를 써 내려 간 기억이 떠오른다. 이화라는 곳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욕구도 지원에 한몫을 했었다.

  면접을 거쳐 수습 기자가 됐지만 학보 활동은 생각했던 것보다 녹록지 않았다. 이전엔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냈던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화에서는 꽤나 많은 일이 일어났고, 매주 이들을 다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외부 언론기관에서 취재를 하러 학교에 몰려들 땐 촬영을 위해 기자들과 몸싸움 아닌 몸싸움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사진 촬영은 생각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을 요했고, 때로는 학보에 들어오기 전 시절을 그리워하며 과 동기 언니에게 장난스레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사진의 특성상 보도 현장의 분위기와 느낌을 압축해 한 컷에 담아내야 하는데, 이는 부장이 된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을 만큼 어려운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사진이 나올까 고민하며 셔터를 눌렀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는 사진기자라는 이름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4학기 동안의 활동이 자괴감만 안겨준 것은 아니다. 학보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접하기 힘들었을 인물을 만나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나이와 전공이 제각각인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며 소중한 인연을 만들 수 있었다. 과 동기가 그리 많지 않던 나에게 학보 동기들은 때로는 고민을 나누고 때로는 기쁨을 함께하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주었다. 또 하나의 큰 성과는 이화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학내 소식을 담는 언론기관에서 활동하며 매주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부터 현재 문제시되는 사안과 해결방안까지 다양한 기사를 자연스럽게 접했고, 이를 통해 이화에 대해 보다 깊은 시각을 지닐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온 구성원이 힘을 쏟아 매주 한 부의 신문이라는 결실을 일구어낸다는 점은 학보에서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자부한다. 

  이번 호까지 4번의 발행을 남겨둔 지금 벌써부터 후련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학보가 없는 삶이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그만큼 학보는 나의 이화 속 2년을 꽉 채운 존재였다. 이화 합격 이후 별다른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던 내게 이대학보는 성취감 그 이상의 것을 제공했고, 웬만큼 힘든 일이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세를 가지게 해주었다. 앞으로의 이대학보를 이어나갈 후배 기자들을 향한 응원과 독자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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