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단 이사장님을 비롯한 이사님들, 내외귀빈, 학부모, 동창, 교직원, 그리고 학생 여러분, 오늘 이 찬란한 신록의 계절 5월, 아름다운 이화동산에서 그 동안 사랑과 정성으로 이화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주신 여러분을 모시고 이화 1백 8주년 기념식을 함께 가지게 된 데 대하여 무한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창립 1백 8주년을 맞이하는 오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감회와 새로운 각오, 그리고 세기적 사명감으로 우리들의 심장과 맥박이 뜨겁게 고동치는 것을 느낍니다.

그것은 무한한 역사진행의 한 도정으로서의 오늘, 세기의 교차지점에 선 이 시간, 영원히 빛으로 서 있어야 할 이화의 선택을 우리가 부여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늘 이 시대에 사는 이화인들에게 영원한 미래와 확실한 전진의 막중한 책임이 지워져 있음을 우리들은 간과할 수 없으며 그 책무는 우리들에게 엄청난 노력과 사명감, 재정적 뒷받침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화의 지난 1백 8년의 역사는 선구자적 혜안과 용기, 묵은 인습과 타성과의 투쟁, 창의성과 외로운 결단을 독촉받는 시련위에 이루어진 각고의 역사라고 하겠습니다.

19세기 말 단단히 빗장 채워진 후기 조선사회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무지, 억압의 쇠사슬을 하나씩 끊으면서 이와같은 쇠사슬을 여성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한국여성들에게 이화는 가르침을 통하여 인간화의 길을 깨우쳤으며 여성도 남성과 같은 평등한 인간임을, 그리고 배우면 남성 못지 않게 훌륭한 일을 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1백8년 전 우리의 한 스승이 이름없이 버려진 어린 소녀를 데리고 처음 가르쳤던 그 모습, 찬송과 기도, 그리고 글을 익히면서 사랑과 소망 그리고 헌신의 기도를 드렸던 그 때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성화처럼 다가옴을 느낍니다.

우리는 흔히 이화를 한국여성의 등불이었다는 표현을 써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창립 2세기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국사회에서의 이화의 설립과 역사는 한국여성의 등불이라는 표현보다는 5천년 한국여성사에 있어 획기적인 하나의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화의 역사를 영광스럽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우리의 전통은 우리의 역사가 단순히 1백8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존립해오고 있었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땅위에 정의와 평화공동체를 실현하려는 역사적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신앙적 요청과 헌신적 노력을 바친 스승과 선배들의 고귀한 눈물과 시도 가운데에 시련과 고난의 역사를 승화시키면서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자대학으로서의 이화가 믿음과 사랑과 섬김 그리고 빛의 공동체로 이처럼 생명력있는 거목으로 성장해왔다는 데에 있는 것입니다.

한국 여성이 이화교육을 통해 인간화 되어왔다는 지난 한 세기의 전통과 역사에 대해 감사와 긍지를 가지면서 창조적이고 진취적이고 선구적인 이화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시대 속에 새로운 과제를 구현해야 하는 소명의식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급격하게 휘몰아치는 세계의 변화와 질서 앞에, 이화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일대 전진의 대장정에 서야 할 준비를 가차없이 독촉받고 있습니다.

그 급격한 변화와 새로운 질서, 차별없는 경쟁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으며 당황스러워 할 여유도 없는 것 같습니다.

세기의 전환기에 서 있는 이시대의 도전은 우리 이화인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엄청난 긴장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화는 문명사적 전환기인 21세기라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준비해야 하며 재도약을 시도해야 하는 시점에 왔습니다.

항상 과거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이화는 대학으로서의 보편적 과제와 이화여자대학으로서의 특수한 과제를 감당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민족과 국가가 세계역사의 중심무대에 진입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교육하고 배출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일도 소명으로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이화는 국내적으로 국제적으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요청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어떤 대학보다 혼신의 힘을 다한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지난 1백8년간의 역사속에서 이화정신과 전통은 언제나 시련을 영광으로 극복하였으며 고통속에서 단합된 의지와 결속을 가속화했으며 시련과 고통을 통해 한번씩 한번씩 더 거듭나고 한단계식 한단계씩 도약의 기회로 삼아 이화역사를 재창조하여 거듭 발전으로 승화시킨 값진 유산을 물려 받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창립 1백8주년은 이와같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크게 자각하고 정진의 각오를 크게 다지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들은 이미 지난 2년에 걸쳐 피할 수 없는 시대 도전을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화가족들이 한마음이 되어 이 물결을 헤쳐 이화 2세기를 이끌어 갈 이화21세기 발전계획들을 연구 검토해 왔으며 이제 곧 착수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이화 21세기 발전계획들은 이미 주지하고 있는 바와같이 세계화, 정보화, 과학화, 복지화, 전문능력을 겸비한 최고 여성인재를 육성할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목적은 이화의 젊은이들을 기능적인 전문인으로서만 교육하려는 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화의 지난 한 세기가 그러했듯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한 인성을 함께 갖춘 전인교육은 이화 21세기에도 변함없는 가치임을 재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화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창출해 나가는 데도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지향하는 경쟁력 강화의 목표는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논리에 순응하는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창의성의 창출, 인간 모두에게 있는 잠재력의 개발, 그리고 온당한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21세기를 건강하게 만들어갈 인간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의 가치관과 함께 21세기가 요구하는 세계적 인물을 배출해야 하는 중대한 과업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남녀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의 평등이 없는 상태인 가족제도와 사회구조하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우리는 이중적인 과제와 이중적 노력과 수고를 요구받고 있는 절박한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 동안 이화가 이루어 온 이화역사의 궤적은 이러한 과제를 뚫어 갈 수 있고 빛나게 수행해갈 수 있는 이화의 개척정신과 저력을 입증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가오는 21세기에 대하여서도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이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확신을 가지고, 이화존재의의를 천명해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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