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으로 배우는 ‘나 다스리기’

오전10시. 가파른 대강당 계단을 초인적인 힘으로 뛰어올라가는 학우들의 모습은 이화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풍경이다.

기독교 학교인 우리 학교에서 이화인이라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채플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교 학교인 동국대에는 어떤 풍경들이 벌어질까. 동국대에는 우리 학교 채플과 비슷한 성격인 ‘자아와 명상’과목이 있다.

이화인들이 4년 내내 채플을 들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졸업하기 전 2학기만 수강하면 되고 수업시간대도 다양하다.

수업은 스님이나 불교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담당하고 동국대 안에 있는 정각원이라는 절에서 진행된다.

‘자아와 명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업이 불교 이론에 대한 강의보다는 절하는 방법·합장·찬불가·참선 등이 주가 되고 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의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참선이다.

“한 주동안의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는 예상현군(경제·3)의 말처럼 참선은 꼭 부처님에 대한 생각만을 하는 시간이 아니다.

종교에 상관 없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씩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학생들의 호응을 얻는 이유이다.

이밖에 우리 학교 ‘기도교와 세계’와 같은 성격인 ‘불교와 인간’이라는 2학점 필수 교양과목은 불교 이론을 사상적으로 접근해 종교적 색채를 최대한 배재하고 타종교 학생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다.

이런 불교 관련 수업들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괜찮다’이다.

배욱환군(경제·3)은 “교수님이 불교를 믿으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종교적 색채도 짙지 않아 그렇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며“알고 싶었던 불교 이론들을 배우게 돼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 종교 학교들이 대부분 학교내 불교 동아리를 인정하는 반면 동국대는 기독교 동아리를 인정하지 않아 기독교인과의 마찰을 빚기도 한다.

기독교인인 박모군(수교·3)은 “참선이나 불상에 절하는 것 같은 형식은 불교적인 것이라서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든다”고 종교적 거리감을 토로했다.

급기야는 지난 6월 동국대 불상에 빨간색으로 큰 십자가를 그어 놓고‘오직 예수’라고 낙서를 해놓은 사건이 발생해 동국대와 기독교인들간의 큰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참선을 통해 일주일에 한번씩 자신을 만나는 동국대생, 타 종교도 함께 어우러는 노력은 다른 종교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동국대가 풀어가야할 숙제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