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촌기차역에서 밀리오레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이화가 떠들썩했다.

총학생회는 이 문제에 대한 학내 여론형성을 위해 신촌역의 민간자본화를 반대하는 자보를 붙이고 플랭카드를 걸었으며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또 ‘교육환경을 걱정하는 학생모임’이 자생적으로 결정됐으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밀리오레 건설을 반대하는 글이 올라 오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 학교 안의 교육환경 수호운동은 한동안 활발히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학교와 철도청의 밀리오레 건설 미확정 발표와 함께 한달 남짓 시간이 지나자 그런 움직임들도 이제 시들어지고 있다.

이같은 장면은 80년대 학교주변 재개발 사업이 시작한 이래 우리 학교에서 한두번 연출된 것이 아니다.

럭키아파트, 럭키프라자를 비롯해 신촌역의 민간자본화로 생기는 상업건물, 호원당 부지에 23층 건물 설립을 저지할 때도 그 운동의 중심에는 이화가 있었다.

탄원서 제출과 서명운동은 물론이고 94∼95년에는 럭키프라자 불매운동이 자생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시간으로만 따져볼 때 우리 학교는 교육 환경수호운동 전문가(?)경지에 오를 법도 한데…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부를 제외한 학생들은 ‘싫다’라는 불만을 표명하는데서 그치고 말았다.

이들의 의견을 모아 이끌어야 할 총학생회는 해마다 주력하는 사업들이 달라 수호운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또 교육 환경을 걱정하는 교수모임은 이 문제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화 전체를 대표하기엔 역부족이다.

이화의 교육환경 수호 운동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구심점과 뚜렷한 연속성이 보이지 않는다.

왜 우리는 10년이 넘도록 상업 건물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야만 하는 걸까. 98년 총학생회와 본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현재 이대 앞 거리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십니까’라는 질문에 93.1%가 그렇다고 대답해 교육환경수호의 정당성에는 공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답답한 것은 ‘대학 앞의 상업 시설이 구체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끼치고 이런 건물들이 들어서면 안되는 이유를 대라’라는 질문에 우리는 논리적인 대응을 할만한 뚜렷한 대답을 아직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환경 수호 운동을 시작한 이래 교육환경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속에서 주민재산권 보장과 교육환경권 간의 갈등은 늘 반복돼 왔고 우리 역시 이대앞에서 소비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린다.

우리는 언제까지“이번엔 뭐가 들어선대? 이번엔 몇층이래?”라는 소문 속에서 불만을 터뜨리기만 할 것인가. 이런 문제가 반복될수록 학생들의 의식이 높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무뎌지게 되지는 않을런지.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이제는 그것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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