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한다 “가부장적 제도 안에서 기혼 여성이 학업에 몰두하기는 역부족” 반대한다 “결혼 여부 상관없이 교육 받을 권리는 공평하게 주어져야” 금혼제도는 그동안 몇번 존페여부의 문제가 제기된 적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수 십년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제도가 과거·현재의 사회상과 이화, 여성과 남성의 문제도 생각해야 할 문제인 만큼 단순히 유지하자, 혹은 폐지하자 식의 논쟁에서 벗어나 먼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총동창회장 최명숙씨(정외·57년졸) 금혼제도는 이화에서 여성 교육이 꾸준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준 전통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사회는 가족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여성이 편하게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선진국과는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환경은 공부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고려해도 금혼제도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원미혜 한국여성연구원 연구원 여성이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살기 힘든 우리나라에서 금혼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이 진정한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면 금혼은 우스운 제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여성과 남성이 얼마나 동등할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금혼은 여성에게 주어진 금기를 깨는 반란일 수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결혼이라는 전쟁터에서 금혼제도는 성역과도 같은 의미가 있다는 거죠. 가부장제 사회 속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가기 전에 ‘자아’를 살찌울 수 있는…. ▲이상화 교수(철학 전공) 한국 사회는 여전히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입니다.

결혼을 한 후 가부장적 가족관계에서 여성에게 부과되는 실질적이고 심리적인 부담을 피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 우리 나라는 사회복지제도가 충분히 발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학 재학 중 임신과 출산을 할 경우 학업에 지장을 받을 것이고 육아 문제는 상당한 시간적 부담이 될 것입니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문을 하는 것입니다.

금혼제도는 여자 대학인 이화를 학문하는 대학으로 발전시키고 지켜가기 위해, 또 이화인들을 사회적으로 혹은 가정적으로 강제되거나 강요되는 결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갈수 있는 길은 대학시절에 치열하게 자신의 실력을 길러서 졸업 후에 유능한 인재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이인희(영문·1) 이화가 생길 무렵엔 조혼이 많았고 그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는 이화인들이 많았겠죠. 하지만 예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결혼이 개인의 학업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죠. 학업에 소홀해질 수도 있고 아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선택한 결과이고 각자에게 달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화에서 교육받은 권리는 결혼의 여부가 아닌 노력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박옥희(신방·73년졸)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발행인 시대가 많이 바뀌면서 기혼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에 가는 사람들은 어쩌면 선택받은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타의에 의해 혹은 환경에 의해 학업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많기 때문이죠. 여성이 어떤 위치에 있든 그들에게 동등한 학업의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나라 여성교육을 이끌어 온 대학으로서 이화가 해야 할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재경 교수(여성학과) 과거에 여성이 가족생활과 사회활동을 다해내기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지금은 자녀 수도 많이 감소했고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기혼여성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좋아졌다는 것입니다.

미혼·기혼 여성을 이분하는 방식에 도전이 필요합니다.

또 여성들이 다른 집단의 여성을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 제도는 기혼여성에 대해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지속시키게 합니다.

외국에서도 기혼여성들이 학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말 공부하기를 원하기 땜문에 학업을 ‘선택’한 사람들이라는 거죠. 특정 연령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금혼제도를 찬성하는 입장이 강조하는 것은 아직 우리 나라가 가부장제 사회이기 때문에 결혼이 여성에게는 불리하다는 점이다.

반대하는 입장은 교육 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과 결혼이라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임을 고려해야 하고 또 여성을 미혼·기혼으로 이분화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제도가 처음에는 ‘여성’을 가부장제 사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그 기능을 했다는 점음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의견이 분분한 이유는 울타리를 치워도 될 시기가 왔느냐, 즉 현재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위치가 어느 정도되느냐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제도로 인해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은 아닌지와 스스로가 보호막 없이도 잘해낼 수 있는냐에 대해 자문해 보는 것이다.

이 땅의 여성 교육을 이끌어 왔음을 자부하는 우리 학교가 지금 이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이화를 거켜갈 수많은 이화인들을 위해 내릴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이 이화인에게 가장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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