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온 대학가를 시끄럽게 했던 대학 개혁의 움직임이 이번 학기부터 서서히 진행되는 모양이다.

21세기 국가 경쟁력은 곧 대학경쟁력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대학들은 너도나도 BK21, 대학발전계획을 들먹이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우리 학교도 하버드·버클리·미시건·콜럼비아 등 미국 명문 사립대 벤치마킹을 통해 그드르이 시스템을 도입, 인문·사회·자연·공대를 중심으로 제도 개혁을 단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점진적으로 모집단위 광영화를 시행해 2002년에는 문·이화 구별 없이 하나의 학부로 통합하고 학부정원을 감축해 미국 명문대처럼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나간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우리의 교육제도는 대체로 미국모델을 따라왔다.

전반적인 학제,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평가등급제 등 미국의 대학교육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모델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60년대 이후 미국의 비즈니스스쿨 황금기에는 유럽 대학 교육의 자존심인 프랑스, 영국의 명문 경영대마저 미국식 경영대학을 개설하면서 시류에 굽히고 말았다.

공산진영의 붕괴,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맞물려 미국식 경영학은 동유럽, 남아메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여겨졌다.

이러한 미국 대학의 가공할만한 경쟁력을 토대로 우리나라 교육 정책자들은 새로운 모델을 들고 나올 때마다 ‘하버드는 이렇게 한다’, ‘미국은 어떻게 대처했나’라는 식의 근거를 들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다.

좋다는 제도는 이리저리 다 들여왔는데도 우리 나라에만 들어오면 정리가 안된다.

미국으로만 국한된 벤치마킹, 무작정 베끼고 보자는 안일한 방식 때문이다.

우리 나라 대학들은 벤치마킹 홍수에 빠져있다.

우리의 특수한 교육 풍토를 먼저 연구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혹은 선진국의 그것을 능가하는 제도를 만드려는 적극성이나 독찰성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경쟁력이 강한 미국 명문대들의 제도를 이식하면 언제낙 우리 대학들도 하버드대 수준의 우수한 대학이 될 수 있다는 야심찬 포부만이 가득할 뿐이다.

벤치마킹의 대상이 너무 한정돼 있다는 것도 문제다.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우리 교육제도는 미국의 명문 사립대만을 최고 모델로 삼고 있다.

세계 최고의 교육기관이 모두 미국에만 있다고 생각하는지 유학을 못 가 안달이다.

추구하는 교육의 종류나 강도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선진국의 좋은 제도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더울 필요한 것은 그들의 제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면서, 우리 나름의 제도를 계발하고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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