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편된 교양교과과정의 커다란 특징은 통합영역과 인간과 사회, 자연과 환경, 여성과 세계 게열등 총 7계열별 교양과목을 신설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계열의 신설에 대해 정대현교수(철학과)는 『교과과정에 여성의 시각을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틀을 마련했다』고 그 의의를 밝혔다.

이 계열에는 지난해 일반선택 교양과목에 속해있던 여성학을 포함함 페미니즘 연구와 여성과 예술 등 총 9과목이 개설 되었다.

이는 지난학기 여성학연구과 여성학의 단 두강좌였던 것에 비하면 과목수나 내용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여성과 세계 계열에 관한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보면 개설된 과목 중에는 여성학과 타전공의 이른바 학제간 접근을 시도한 과목이 여성철학, 성차심리학, 여성과 생명 등 6과목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여러 학문분야를 여성의 시각에서 재해석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테면 임신, 낙태, 출산 등 인간의 생산과 재생산에 대한 여성학적 이해와 더불어 여성 신체기관 및 생리현상에 대해 알아보거나, 서구·남성중심의 철학에서 벗어나 여성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밖에도 수업진행에 있어 각주제마다 그 분야를 전공한 담당교수가 지도하는 팀티칭방식과 소그룹의 주제발표에 대한 공동토론이 그 어느 수업보다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성교육의 산실」이라 불리울 만큼 지금까지 본교는 여성에게 교육기회를 널리 제공하는데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76∼77년 여성학 연구위원회라는 연구모임을 가지면서 시작된 여성학과목은 여성의 주체적인 역할과 사회현실을 인식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하며 이러한 역할을 해왔다.

수강신청을 하는 많은 학생들은 한번쯤은 「이화인이라면, 대학에 다니는 여성이라면」하는 생각에 여성과 세계 계열과목에 대한 수강신청을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만큼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의미를 갖고 있는 과목들이기도 하다.

본보 4월 11일자 설문조사에 의하면 여성학분야 강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학생은 73%에 이르고 있다.

학생 52%가 이 물음의 구체적인 답변으로 「여대로서의 특수성」이라고 답하고 있어 여성자신의 문제인식접근에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다.

93년 2학기 여성학에 이어 올해 1학기 성문화연구를 듣는다는 이은영양(영문·3)은 『여성학과목이 여성현실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며 『여성과 세계계열과목은 여성의 현실을 심도있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 교과과정 개편은 여성과 세계 계열과목의 체계적인 정립시도와 함께 학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계열의 신설에 대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본보 4월 11일자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수들은 학생들과는 달리 반수이상이 여성학분야의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구체적인 이유로는 「여성학만으로는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에 전문적 교양이 강화되는 것이 낫다」「기본적인 교양을 좀더 쌓은 후에 익혀야 한다」라고 말한다.

김모교수는 『이번 개편은 상대적으로 기존학과의 참여를 줄어들게 했다』며 『계열간·과목간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김교수는 여성과 세계계열 신설에 있어 사전에 일반교수들간 협의나 준비없이 이루어진 점을 지적한다.

이번 여성학계열 개편과 관련, 몇가지 개선되어야 할 점이 지적되고 있다.

먼저 타교양과목과 마찬가지로 수강인원의 초과는 이 계열과목에도 나타난다.

한강좌였던 성문화연구와 여성학은 수강신청자의 초과로 각각 5.4강좌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예상치 못했던 강사수 부족 문제와 강의여부를 개학 1주일전에 각 과로 연락이 됨에 따라 많은 불편을 겪었다.

그리고 한 강의실에서 420명이 함께 듣는 여성과 예술처럼 거의 대부분 3백여명에 이르는 초대형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수강인원의 초과문제와 함께 지적되는 점은 타과와 학제간의 접근을 시도하는 면이다.

여성과 예술을 듣는 한 학우는 『과목명을 여성과 예술이 아닌 예술과 여성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며 『강의를 하는 강사도 여성적인 시각을 정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이 계열을 수강하려는 의도가 좀더 여성의 시각을 찾으려는 것인 바 이 계열의 과목들은 좀더 기초적이고 심화된 여성의 시각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여성학이 학수번호가 3에서 1로 내려간 점과 학생들의 수준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성문화연구와 여성학을 강의하는 이미경씨는 『3백여명의 성문화연구 수강생 중에서 이미 여성학을 수강했던 학생은 73명에 이르는 등 학생들의 수준이 차이가 난다』며 『학생들의 평균적인 수준이 어느정도 요구된다』말한다.

이처럼 학생들의 수준에 따른 다양한 강의요구로 인해 여성학을 선수과목으로 하지 않은 여성과 세계계열 과목의 경우 여성학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없어 수업진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과 일을 수강하는 이현주양(경영·4)은 『수업을 듣는 학생의 수준이 다양하여 교수님께서 기본개념을 설명할 때도 많았다』며 『기본적으로 수강생들이 여성학을 수강해야 좀더 심화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여성철학을 강의하는 이상화교수(철학과)는 『강의중 학생들의 여성학적 시각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며 『앞으로 수강할 여성철학은 여성학을 선수과목으로 하는 것이 수업에 더욱 긍정적일 것 같다』고 말한다.

94년도 1학기 여성과 세계 계열의 수강인워이 3천 6백명이라는 것은 결국 이 계열이 실제적인 교양필수 과목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다양해진 교과목들의 특성을 살리고 교과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은 학생들에게 이 계열의 기초적인 과목을 필수로 수강하게 하는 방법일 것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만큼 과목간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교과목의 내용과 제도가 요구된다.

이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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