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강의·선택폭 확대로 실질적 내용 강화돼야 <필수교양> 94년 1학기부터 교과과정이 개편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기대가 되었던 부분중의 하나가 교양영어·교양국어등의 필수교양과목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필수교양과목에 가졌던 불만이 컸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학생활에 대한 꿈에 부풀어 들어왔던 신입생 시절 교양영어, 교양국어 시간에 맛보았던 씁쓸함, 「대학도 고등학교와 다른 것이 없는 곳이구나」라고 느꼈던 경험을 대부분의 이화인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수교양교과목의 최소화로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 그 주안점을 두었다」는 교과과정개편. 우리가 가졌던 불만이 이번 개편을 통해 어느정도 해결됐는지 그 내용을 점검해 보기로 한다.

94학년도부터 교과과정이 개편되어 구 교과과정의 교과과목은 개설되지 않는다.

따라서 1993학년도 이전 입학생은 개정된 교과과정의 교양과목 중에서 위와 같이 대체된 과목을 수강하여야 한다.

국어와 작문 「우리말·글·생각」(1989년 편찬)을 교재로 진행됐던 「국어I·II」가 작문영역이 추가되면서 「국어와 작문」으로 바뀌었다.

4시간 3학점으로 진행되는 이 강좌는 2시간은 국어, 2시간은 작문으로 이뤄지며 국어와 작문선생님이 나뉘어져 있다.

국어의 경우, 예전의 「우리말·글·생각」을 기본교재로 사용하는데 예전에 2학점씩 2학기를 가르치던 것을 1학기내에 소화해야 하므로 내용면에서는 대폭 축소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어를 강의하고 있는 국문과 강사 명인서씨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구태의 연한 시나 소설을 줄이고 현대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을 택했다』며 『이번 학기부터는 가르치는 강사나 교수의 전공에 따라 교과내용 선택의 여지를 넓혔으며 따라서 시험문제도 교수의 재량에 맡기게 되었다』고 말했다.

「작문」은 학생들이 교양국어에 작문시간이 포함될 것을 원해온 이제껏의 의견을 반영시켜 개설된 것이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의 기본적인 문장 훈련부터 시작해 논문작성 등의 실질적인 글쓰기를 하며 독서나 영화감상을 한 후 토론을 하기도 한다.

교재는 현재 편찬위원회에서 교재개발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가제본으로 쓰고 있으며 95학년도부터 정식교재를 쓸 예정이다.

교양국어의 경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과밀한 수강인원(의예과의 경우 한 강의에 88명)이다.

작문을 담당하고 있는 국문과 강사 이은정씨는 『작문은 실제로 글을 써 보고 쓴 글을 다시 검토해 틀린 부분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학생수가 너무 많아 과제물 평가시 치밀하게 검토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학생들의 호응이 높은 토론의 경우도 소규모 강의가 되어야만 그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작문의 경우 20명 미만이 이상적이며 최대한 40명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영어 지난 학기까지는 「영어I·II」가 전학생을 대상으로 필수교양으로 지정돼 있었다.

그것이 이번 학기부터는 자연계·예체능계열은 영어II와 제 2외국어 중 하나를 택일하도록 바뀌었다.

현재 쓰고 있는 「Search for Truth」는 이번 학기까지만 사용하고 다음 학기부터는 지금 개발 중에 있는 교재를 쓸 계획이다.

또한 영어II의 경우 독해·회화 등 여러 영역별 강좌를 개설할 것을 고려 중이다.

그러나 지금껏 가장 많은 불만이 누적됐던 교양영어는 이런 제도상의 변화 이외에는 사실상으로 변한 것이 없다.

교양영어는 평균 한 반에 60명~65명이 강의를 듣는다.

이런 많은 수의 학생수를 대상으로는 지금처럼 지적된 한 학생이 본문내용을 해석하고 다른 학생들은 건성으로 수업을 듣다가 시험기간이 되면 본문내용을 외워서 시험치는 식을 면할 수가 없다.

김새별양(국문·1)은 『대학와서 무언가 틀릴 줄 알았던 영어교육이 학생수나 교육내용면에서 고등학교 수준에도 못 미치는데 정말 실망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점점 수업에 수동적이 된다고 생각해요』라며 『언어교육원이나 학원을 가야만 영어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본교의 영어 교육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교양영어를 3학기 필수로 듣는 서강대의 경우, 20명 내외의 소규모 강의로 수업이 진행되며 외국인 강사도 다수 있다.

1학년때는 독해는 거의 하지 않고 시청각 자료실을 이용, 회화·작문 위주로 토론을 겸비한 수업을 하며 2학년 한학기를 할애하는 전공영어의 경우, 각 단대별 특성에 맞춰 독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서강대 박지연양(사회·2)은 『소규모로 실질적인 영어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영어를 가르치는 만큼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며 『시험도 중간·기말로 나눠 보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퀴즈, 인터뷰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나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교 영어교육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교양영어로 영어교육이 끝난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독해위주의 교양영어 수업으로 4년의 영어교육이 끝나버리는 본교와 달리 타대의 경우 대체로 필수 교양영어에 랩반이 개설돼 있는 상황이다.

그외에도 연세대의 경우 필수교양과목을 제외하고 초·중급 영작문, 초·중급 영회화, 영문학강독 등 교양선택과목이 10개나 된다.

이는 서울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또한 한양대의 경우도 영작문, 영어회화, 시사영어 등의 교양선택과목이 개설돼 있으며 수강신청 학생수가 많을 경우 분반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영작·영회화반은 30명 단위로 분반하고 있다.

「국제화시대를 맞이한 시점에서 본교가 교양영어를 축소시키는 것은 시대의 기류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영어II」가 선택으로 바뀌었다는 제도적인 측면만이 영어교육 축소의 전부는 아니며 교과과정 개편으로 그 내용적인 측면이 확대되지 못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점이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소규모 강의, 필수교양의 다양한 영역설치, 교양선택 폭의 확대등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영어교육을 위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어서)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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