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목 개편을 위한 제언 <1> 서론
교양과목 개편을 위한 제언 <1> 서론
  • 이대학보
  • 승인 199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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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과목 개편을 위한 제언 <1> 서론 교양과목 문제점 많다 아직 대학이 생기기 이전, 약 5세기 전의 서양 중세에서는 소위 7개의 인문학이란 것을 수도우너에서 사르쳤다.

문법(언어, 문학 포함), 논리학, 수사법, 기하, 산수, 천문, 음악이 그것이다.

12~13세기경 유럽 각지에서 대학들이 설립되면서는 교과목 설정에 있어서의 주안점이 대학마다 다른 특색을 갖는다.

예를 들어 상업이 발달했던 이태리의 볼로나에서는 상업적 관행과 관련한 법이 주요과목이었고, 교회를 우히나 대학이었던 파리대학에서는 교부철학과 신학이, 옥스포드에서는 아라비아의 자연과학과 빛의 형이상학으로서의 광학, 철학이 집중적으로 교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7개의 인문학은 여전히 기초내지는 배경으로서 중요과목으로 간주되었다.

이들은 말하자면 당시 대학의 교양과목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중세사회가 지식인들에게 요구한 최소한의 지적조건을 명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의 문제는 단지 대학 차원에서만 고려되어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것은 필히 한 대학이 속해있는 사회와 시대에 관한 성찰을 요구하며, 그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자신의 자리매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단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단은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서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1989년 이후 대학책임제하에 들어오게 된 교양교육에 대한 관심은 따라서 지대한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의 교양교육은 진선미라고 하는 보편적 가치와 기독교 정신의 바탕과 지도여성의 육성이라고 하는 특수 가치들을 교육이념으로 놓고 있다.

21세기를 맞는 오늘의 시점에서 우리는 이 일반적 가치들에 대해 그것의 내용이 무엇이며, 이들이 한 인간에 대한 지적계도의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책임을 갖는다.

이화대학의 교양과목은 필수교양, 계열선택, 일반교양으로 나누어져 있다.

교양필수과목은 국어, 영어, 제2외국어, 체육, 기독교문학, 한국문화사, 민주주의와 한국사회로 개설되어 있다.

계열별 교양과목은 인문계, 사회계, 자연계의 각 계열별로 7과목씩 21과목이 개설되어 있으며 일반 선택과목은 32과목(1년간 개설)이 개설되어 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양교육의 문제점은 다음의 몇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교양필수」개념의 불문명성이다.

교양필수에 속하는 과목들을 보아서는 이 과목들이 무엇에 필수적인 것인지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이화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바탕을 마련해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해되지만 여러 기준이 혼재하고 있어 일관된 교육목표를 발견하기가 힘들게 되어있다.

또한 「필수」라는 개념이 학생들을 타율에 얽매이게 함으로써, 수동적이고 안일한 학업태도를 지속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염려를 갖게 한다.

만일 교양필수의 설정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문제를 깊고 넓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능력, 물음을 물어나가는 능력, 남의 말이나 글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방향으로라야 할 것이다.

둘째, 개설과목수가 절대부족하다는 점이다.

개설과목수의 부족은 강의의 규모를 대형화하고 대단위 강의는 또 교육의 효율성을 크게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지양되어야 할 바이다.

강의 담당자가 교육함을 통해 스스로 교육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강의는 창의성과 활력을 잃게 되고 단순한 소모의 과정이 된다.

강의자가 강의를 통해 스스로 묻고, 또 물음을 받음으로써 학문적 사유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없다면, 강의는 일방적이고 기계적인 지식전달의 수단에 머물게 될 것이다.

학생들 또한 대단위 강의에서는 수동적·방관자적 자세 속에서 타인의 사유과정 속에 일방적으로 편입된 채로 있게 되므로, 스스로 생각하고 물음을 던지고, 탐구하며 논쟁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다듬고 표현하는 자율에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갖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교육의 질적 강화와 학업에의 강한 동기부여를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극복되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는 교양과목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이다.

이제껏 교양과목은 다소 무시해도 좋은 것, 적당히 넘기면 되는 것 정도로 치부되었고 에티켓을 연상시키는 「교양」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우리의 태도를 부추긴 감이 있다.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사회는 고도로 전문화된 것일 것이며, 여러 정보매체의 발달로하여 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상식교육의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구태에서 시급히 벗어나야 할 당위가 발생하였다.

국제화와 과학화에 발맞춘 보편주의적 인간주의 이념과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가치를 어떻게 교양과정을 통해 배양하고 전공과정을 통해 전문화와 심화의 과정을 거치게 할 수 있을지를 21세기의 문턱 앞에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위의 문제 점들에 접근함에 있어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중요사항은 현 교양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와 미래의 교양교육의 지표를 어떻게 이화대학이라고 하는 특수 맥락 안에서 소화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학에 보다 많은 자율권이 부여될 미래의 상황에서 대학간의 경쟁은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대학이 좋은 대학으로 서기 위하여는 확고한 자기이념과 자기확신에 기초하고 있지 않으면 안되며, 그 이념과 확신은 또한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화여대가 기독교 정신과 지도여성의 육성을 특수한 자기이념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리고 또한 그러한 특수성을 통해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좋은 대학으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자기이념을 보다 철저히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기 이념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더불어 그러한 이념들이 대두되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전문가적 분석과 처방 등에 대한 논의를 포함한다.

이런 논의는 결국 자기 이념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작업과도 일치될 것이다.

교양교육의 개편에 관한 논의가 대학마다 활발해지는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는 확고한 자기중심의 자리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목적지와 현실과의 괴리를 어떻게 점진적으로 메꾸어나갈 것인지에 지혜를 모아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김혜숙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