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속에서 달리는 이화인 「노동과 건강연구회」에서 일하는 선배로부터 “전문성살려 노동자들과 함께 합시다” 박은주 약학과 86년졸 원진레이온 노동자 고 김봉환 동지의 이황화탄소중독사가 최근 언론지상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과 죽음을 다시한번 사회적으로 일깨워주게된 계기가 되었다.

고 김봉환동지는 6년간 원진레이온에서 근무하다가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기운이 없고 ,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작업을 더리상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퇴직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장의 생계문제로 아파트경비를 하면서 생활을 유지하던 90년11월 말에 급기야는 쓰려졌고 , 이후 말을 더듬기 사작하는 등 이화화탄소중독 증세가 확연히 드러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심있는 의사으 진단을 기초로하여 산업재해(이하 산재)요양신청을 하려했으나, 회사측의 날인거부로 요양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아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드디어 91년 1월 사망하게 된 것이다.

노동자의 고통은 죽어서도 끝이없는지 이황화탄소중독으로 사망한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노동부와 회사측에서는 직업병을 인정하지 않아 사망한 지 130여일이 지나서야 노동자들과 관련 활동가들의 가열찬 투쟁으로 직업병의 개연성을 인정받아 시신이 땅에 묻힐 수 있떼 되었던 것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항상 건강과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무실에 하루에도 수차례씩 찾아오는 상담인들의 억울한 사정을 들으면, 정말 가슴을 치게되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부산에서 온 어느 한 노동자는 그 사업장에서 10년간잔업, 철야를 마다않고 회사에서 하라고 하는대로 하루평균 14시간 이상을 근무하였다고 한다.

그 노동자는 어느날 무거운 원단을 운반하다 허리를 다치게 되어 회사에 일정기간의 치료비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법적으로 산재신청을 하여 처리할수 았다는 사항은 전혀 알려주지 않은채 이 노동자가 고통으로 인해 더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까지 되어 회사의 치료를 요구했을 때 조차도 회사는 『네가 집에서 다친것을 가지고 회사측에 됴구하면 안된다』라고 하면서 전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은채 1달 가까이를 보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허리에 의한 통증으로 근무를 며칠간 못하게 되었는데 , 이렇게 자주 결근을 하느니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라고 하면서 도리어 「건강한 때는 우리가족, 병들면 쓰레기」라는 말과 같이 빨리 알아서 그만두었으면 하는 의도를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회사 태도로 이 노동자는 그렇게 믿어왔던 회사에 배신감을 느끼면서 어렵게 연결하여 우리 「노동과 건강연구회」를 찾아 왔던 것이다.

「노동과 건강연구회」는 이와 같은 개별적인 노동자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이에 대한 해결을 안내하기도 하고, 또한 원진레이온과 같은 집단적인 대책사업을 벌이면서 산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내가 「노동과 건강연구회」에서 활동을 한지도 어느덧 3년이 되었다.

산업재해문제와 이로 인한 피해자인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만나면서 느낀것은 모교를 거치면서 현재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득권(이렇게 열악한 현장에서 일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점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대학시절에서 배울 수 있었고, 또 누릴 수 있었던 지식인으로의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하여 고통받고있는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나가면서 조금이나마 그분들께 보탬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또한 그분들이 힘겨운 상황속에서도 진실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기쁨을 느낀다.

이러한 기쁨과 보람이- 가정주부로서, 아기엄마로서 가정생활에 어려움도 많지만- 오늘도 나를 사무실로 오게 만든다.

내가 「노동과 건강연구회」에 교육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원들이나 노조간부들에게 산재에 대한 교육을 주로 담당하면서 얼마나 노동자들이 사실 자체를 (산재의 원인, 해결과정과 이와 관련된 산재보상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등이 있다는 것 등)알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어 있는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고된 작업을 마치고도 교육을 받기 위하여 늦은 시간까지도 교육장에 앉아 있는 아줌마, 아저씨들을 보면서, 바쁜하루를 보낸 오늘밤에도 원진레이온 고 김봉환씨와 같은 희생이 더이상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내일의 교육을 위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을 뒤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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