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의 현단계를 살펴본다 <6> - 2 0년대에 들어 급격한 상황변화와 운동의 발전 그리고 그에 따른 현실에 대한 인식의 심화는 음악의 현실주의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보인다.

음악은 위에서도 말했듯이 물질적 객체의 역동적 측면, 사고와 경험의 역동성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재현하는 능력을 갖는데, 이 시기는 후기로 갈수록 특히 사고, 즉 이념이나 사상을 의식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경향들을 낳았다.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이르면서 이것은 음악운동 단체의 분화와 더불어 더욱 뚜렷해진다.

개개의 작품이나 공연에 대한 분석 및 평가가 필수적이나 지면상 여기서 모두 논할 수는 없으므로 몇몇 주요 단체들의 현실주의의 현단계를 간략히 검토하겠는데, 지금까지 노래에 대해 행해졌던 분석과 논의들에서 가사의 분석은 많이 진척되었다고 보여지므로 여기서는 주로 가사 자체보다는 그것과 음악적 재료와의 결합이란 측면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당파적 현실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노래모임 「새벽」의 경우, 음악적 형상화방식에 대한 고민은 보이나 아직 모색의 수준이라 생각된다.

최근의 공연 「바리케이드」는 일단 그 구성면에서 이러한 고민들이 잘 반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노래공연이 주로 노래의 가사에만 의존하여 선곡이나 구성이 이루어졌던 것을 생각하면 정서의 묶음이란 구성은 노래공연을 통해 현실주의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

음악은 다양한 감정들을 직접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당파적 현실주의라는 큰 흐름 안에서 다양한 형식들을 형상화하고자 한 시도는 평가받을 만하다.

「민족음악연구회」는 전문음악가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집단보다 현실주의의 음악적 생산 및 재생산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들의 작품 및 공연에서 최근 들어 부쩍 눈에 띄는 경향은 전통음악적 재료의 사용이다.

현실주의는 세계관적ㅡ이념적 특징들, 인간 그리고 그의 변화가능성과 발전을 지향하는 것이므로 다양한 재료 및 처리방식에 열려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전통음악적 재료의 사용 및 그것의 뛰어난 처리방식은 그동안의 민중음악 진영이 빠져있던 형상화의 역량부족을 생각할 때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적 재료의 사용이 곧 현실주의적인 음악을 담보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사상 및 감정을 어떻게 음악적으로 형성화했는가에 「전통음악적 재료의 사용」은 하나의 부분적인 과정은 되지만 대답은 될 수 없다.

그동안 일반대중들은 현실주의 음악 전통의 단절로 인하여 「객관적」현실에 대한 반영을 거의 경험할 수 없었다.

물론 부분적으로 뛰어난 리얼리즘적 처리수단을 보여주는 대중가요들은 드물게 존재했었다.

그러나 리얼리즘은 특정 음악작품이나 구조의 속성으로 제한되지 않으며 음악예술과정의 전체과정, 즉 생산, 재생산, 수용의 전체를 가리킨다는 점을 인식하고 볼 때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하 노찾사)은 대중음악의 음악적 현실주의에 기여했다.

그러나 노찾사의 최근 공연에서는 매너리즘적인 경향이 나타난다.

공연양식의 반복적 사용이 대중들의 현실인식과 음악적 경험을 풍부히 해줄 수 있는 노래들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또 그동안의 연주자들의 기량의 성장이 절제되지 않는 감정과 더불어 기교주의로 빠질 위험들을 보이고 있다.

매너리즘은 현실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편 현실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음악적 유통구조를 확보하고 이를 기동력있게 활용하는 장점을 갖춘 집단으로 「노동자 노래단」이 있다.

이 집단의 대표적인 노래작곡가인 김호철의 노래를 보자. 그의 노래의 가사들은 대부분 단순하며, 시적이지도 않고 내용적으로 심오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음악적으로 역동화시켜내는 과정에서 이전 민중가요들과는 다른 현실주의의 구준을 획득했다.

즉 투쟁가에 효과적인 리듬(경쾌한 부점 및 적절한 당김음의 사용 등) 및 음고적 재료의 효과적인 사용이 시의적절한 가사들과 결합하였다.

그래서 그는 더도 덜도 아닌 자신의 노래의 내용적 깊이만큼의 현실주의를 구현했었다.

그는 최근에 삶의 다양한 정서들을 음악화해내고자하는 바람직한 시도들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제 그의 노래가 이전부터 갖고 있던 한계들이 증폭된다.

노동자 및 민중들이 현실적인 삶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획일적이고 단순하지 않다.

삶의 풍부함 만큼이나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한다.

현실주의 음악은 이런 현존하는 다양한 감정을 미래의 전망 속에서 구체적으로 음악의 본질을 통해 선취할 수 있다.

그의 노래의 현실주의적 형상화의 수준은 너무나 평면적이고 단순하여 대중들의 미적 경험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나마 민중가요 진영을 중심으로 우리의 음악적 현실주의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현단계는 결코 70년대말과 같은 자생적인 현실주의의 시대는 아니다.

그렇다고 음악에서의 현실주의라고 할 만한 질을 획득하지도 못했다.

전반적으로 보아 우리의 현실주의적 관심은 주로 노래, 특히 가사에 대체로 의존하고 있는 느낌이 있다.

음악언어의 발전은 주로 가사가 없는 음악의 장르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발전은 곧 묘사적 측면을 지향하는 음악적장르에도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음악적 관점에 국한시켜보자면, 우리의 음악적 현실주의를 위해서는 음악언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장르들, 또 노래이외의 묘사적 장르, 예를 들면 음악극과 같은 장르들로 그 폭을 넓혀나가는 작업들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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