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문인회의 「추억은 삶을 두번 살게 한다」

잔잔한 감동, 소박한 추억 들춰내 동창문인회의 「추억은 생을 두번 살게 한다」 쉽게 읽혀질 글들이다.

만약 간결하고. 매끈한 문체. 해박한 지식이나 변혁적인 논리를 이 첵에 기대했다면 독자는 읽고 난 후의 실망감을 감출 수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교 동창문인회의 에세이 모음집, 「추억은 생을 두번살게 한다」는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잔잔한 감동과 가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게 한다.

강석경, 김향숙, 송숙영, 송지나, 안혜초, 이혜숙, 전숙희등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 곳곳에서 우리의 누길을 잡아끈다.

꼭 그런것 때문이 아닐지라도 같은 배꽃 동산에서 애학의 4년을 보냈다는 공감대는 우리를 닮은꼴로 느끼게 하는데 부녹하지 않다.

『대학에 들어가 가장 먼저 이끌린 것은 도서관 뒤쪽으로 나있는 숲속 사이길이었는데 그외길을 다 올라가면 우엇이 나올지 그게 꽤 궁금했다.

어느 하루 날을 잡아 마침내 혼자 걸어 올라갔다.

...어떤날은 첫날 봤던 것보다 더 경이로운 은빛을 띠었다가 또 어떤 날은 암울한 만큼 흐릿한 잿빛으로 무겁게 누워있는 것이다』는 우계숙씨의 글은 그래서 따듯한 웃음을 배어나게 한다.

가난한 농민의 발언권을 주장하는 글도 있고, 달동네에서의 고통받는 삶의 이야기를 그린 글도 있다.

또 해외여행의 체험담을 떠벌인(?)-마치 자랑이나 하듯이- 글도 밉살스럽게 끼어있다.

어떤이는 이 책을 신랄하게 비판할지 모른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나 형상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고. 그러나 직설적인 어조로 사회를 고발하지는 않더라도 울지않는 아들이 흘린 눈물을 통해 불우하고 약한 자기 조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보았다는 엄마의 마음은 그것이 단순한 감상이기 보다 덜 근본적인 아픔에 접근해있다고 비판 할 수 없다.

『온몸으로 분단의 벽에 부딪쳐 본 그녀의 외침을 함께 아파하고 고뇌하는 이 땅의 젊은 지성이 많다는 걸 인정해야 할것이다.

순수한 의학도 아들의 눈물에서 나는 그것을 느꼈다울지않는, 한번도 크게 울지 않았기 때문에 더 놀랍고 충격적이었던것. 그래서 큰 망치가 되어 엄마의 의식을 두드렸던 것. 이제 이 아들에게 이 많은 것을 소망해본다.

참고 있었던 모든 눈물까지를 합쳐 의로운 것을 위해 울줄 아는 사람이 될것을 바래본다.

나는 「엄마 바보」가 되어 이유도 묻지 않은 채 그애가 울때마다 함께 울리라』 물론 근본적인 현실의 물음없이 현실에 접근하려는 모정이나 들추어진 모순을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만 강조함으로서 이 책의 소시민적 세계관을 간과하자는 것은 아니다.

「추억은~」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이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피와 땀 그리고 고통으로 자욱한 그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대부분 외면하고 있을뿐아니라 현실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은커녕 그 모순을 심화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수필집은 자족적인 삶의 형태를 그려내고, 「생을 두번 살게 할」추억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넋두리조로 읊어댄 첫사랑의 기억, 음악감상도 학식과 더불어해야 한다는 등의 글은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따라서 「내가 먼저 품을 열고」, 「우리가 바라던 자유는」, 「목소리는 나직해도」, 「내뿌리 나의 목소리」등 4개의 주제로 묶여진책, 「추억은~」을 독자에게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주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갑자기 한없이 넓은 공간에 자기만 내벼려진 것 같은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한 순간에서 벗어나려 애쓸때, 우리는 이 책을 읽음으로해서 동문들의 각별한 정과 따듯한 위로를 받게 될른지도 모른다.

인간적인 정감으로 이책과 만나는 인연을 가진다면 더욱 좋겠다.

단, 글속에 이웃으로부터의 우월적인 소외감과 자기만족적 삶의 방법을 제거해낼 수만 있다면. 그때에는 선배들의 「생을 두번 살게 한 추억」에 우리 또한 마음깊은 곳으로부터 함깨 공감할 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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