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항전·단결투쟁 모범 창출한 해

학원자주화 투쟁(이하 학자투)이 전국적으로 제기되고, 전개된 지 2년째에 접어든 90년도는 가히, 「학원자주화투쟁의 질적 전환」의 토대를 구축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복지사업이나 직영사업의 확대속에서 학생대중들이 바로 학원주인으로서의 목소리를 높여간 것에 힘입어 올해는 민주총장투쟁(이하 민총투쟁)이나, 교수재임용문제 등 학원을 민주적으로 재구성하려는 높은 단계의 투쟁들이 하반기들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학원자주의 열품으로, 단결의 모범으로, 민자당을 강타할, 백만학도여!」라는 「장기항전의 모범」을 창출했던 세종대, 평교수협의회 교수들의 철야지지농성이 진행중인 덕성여대의 「단결투쟁」등은 91년 학자투의 질적전환을 예고함에 충분하다.

또한, 세종대 투쟁기간중 「세종대 학원자주화투쟁 승이를 위한 서총련대책반」이 꾸려지고, 지난 10월 25일(목) 고려대에서는 서총련 북부지구 주최로 학자투승리 결의대회가 마련되는 등 연대투쟁의 틀을 확장시키려는 노력도 있었다.

이러한 의의속에서 올해 중 커다랗게 부각되었던 민총투쟁, 교수재임용, 재단비리척결 투쟁을 중심으로 90년 학원자주화투쟁을 정리해 본다.

민주총장 투쟁 학교의 주체는 학생, 교수, 교직원이라는 관점에 입각하여 출발한 각 학교의 민주총장선출투쟁은 이 세 주체의 자발적인 참여로 89년부터 본격화되었다.

세종대의 90년 대투쟁의 시발이 된 것은 88년 당시 교수협의회에서 선출된 이종출 총장에 대한 문교부의 승인거부에 있다.

문교부는 89년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세종대의 학내 민주화 요구를 무시한 채 세종대 감사를 감행하고 이총장을 직위해제시킨 후 재단에서 결정한 박흥구총장을 승인하였다.

그러나 교수들은 문교부의 이같은 조처에 맞서 교수총회에서 오영숙총장을 선출하였다.

그러나 문교부와 재단은 세종대의 주체인 학생, 교수, 교직원의 3자합의를 통해 선출되야 하는 총장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렸다.

또, 경기대의 민총투쟁은 등록금동결투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88년 교수협의회의 직선에 의해 선출된 총장을 89년도 부정입학, 기부금 입학에 대한 학생들의 투쟁이 확산되자 이를 수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단측이 일방적으로 해임, 학생들의 민총투쟁은 본격화되었다.

결국 경기대의 민총투쟁은 90년 들어와 학생들의 재단타도 투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였으나 10월 15일(월) 서울, 수원의 총학생회장과 재단이사장이 「교수총회를 통한 총장선출」에 합의하면서 현재 큰 물의를 빚고 있다.

경기대는 현재 대중적 합의없는 상층부 중심의 학자투를 비판하면서 합의문 파기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결국 90년 학자투에서 민총투쟁은 세종대와 경기대의 실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그것이 단지 학내 총장 선출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총장선출시 파행적 행태를 보인 재단과 문교부에 대한 타도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어 한단계 성숙된 투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90년 세종대의 1백 67일간의 파업투쟁은 민총투쟁을 넘어 학원 민주화를 위한 상설적 기구인 「대학발전위원회」의 사수투쟁으로도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교수 재임용 사립학교법의 독소조항인 교수재임용제로 인한 학자투가 덕성여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난 8월 21일(화)과 23일(목) 성낙돈교수(교육학과)의 재임용탈락이라는 재단측의 통보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에 2학기 개강과 더불어 「평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의 성명서가 잇달았고 성교수의 재임용 탈락조치를 철회하기 위한 학생들의 수업거부와 등록유보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9월 17일부터 현재까지 학생, 교수들의 철야농성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어 24일(월) 1백6명이 이른바 「죽음을 각오한 총단식」에 돌입하였다.

현재 덕성여대에서는 전면적인 수업거부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성낙돈 교수의 기독교학과 수업만이 유일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학교측에서는 강의시 마이크 사용을 불허하고, 투쟁본부실의 열쇠를 바꾸고 전화선을 끊는 등 탄압을 가해오기도 했다.

반면, 단식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소박한 대자보는 학내 곳곳을 메우고 있으며 교수들의 적극적인 지지철야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교수재임용의 파행성에 대한 학생들의 올바른 수업권쟁취투쟁은 재단만을 옹호하는 반 민주적인 사립학교 철폐투쟁을 근거로 하고 있다.

철야농성중인 한상권 교수(사학과)는 『교수의 임명권이 전적으로 재단에 맡겨지고 있는 현재 사립학교법 하에서의 교수는 단지 단순한 지식전달자로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만을 주입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기계일 뿐입니다』라고 말해 이제 더이상 학자투쟁이 학생들만의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재단비리 척결투쟁 12년간 국립환원투쟁을 벌이고 있는 항공대의 경우는 항공대의 특수성에 기인, 타대학의 양상과는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항공대가 70년대말에 국립에서 대한항공이 인수, 사립화되면서 학교의 복지가 독점재벌의 이익추구로 낙후되었고 결국 재벌이 강행하고 있는 「안성으로의 이전」역시 재벌의 수지타산과 부합되는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단식투쟁을 통해 교수와 학부모, 직원의 동참을 촉구하고, 사립의 부당성 폭로와 재단의 고소, 고발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측은 특수학교로서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 「국립환원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성대의 경우 90년도 입시당시 정원의 13%인 94명을 부정입학시키고 그 댓가로 32억 8천만원을 받았으며, 89년과 90년에 걸쳐 29명의 교수를 불법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학생들은 부정입학과 교수채용의 진상공개, 비리재단 퇴진투쟁과 함께 현사태가 재단의 불법적 학사행정으로 인해 빚어진 것으로 보고 학생들의 학사행정참여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올해 여름방학중 문교부가 감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감사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이를 방조하는 문교부에 항의방문을 벌이기도 했다.

기층단위투쟁 활성화 필요 앞서 살펴보았듯이 90년도는 개별학교들에서 사회의 부조리로부터 잉태된 학원의 모순들을 척결하려는 숨가뿐 투쟁들이 지칠 줄 모르고 타올랐다.

지난 3월 16일(금) 재벌재단만을 옹호하는 문교부로부터 전격통과된 사립학교법은 은폐되었던 학원의 비민주성을 첨예하고 극렬하게 드러나게 한 요인이 되었다.

따라서 학원의 제반 주인인 교수, 교직원, 학생들은 학사행정의 참여와 정부교육정책의 근본모순 척결투쟁을 벌였던 것이다.

현재 고양된 학생들의 학원자주화의 기틀은 91년도 학자투의 밝은 성과를 예고한다.

앞으로 진행될 등록금투쟁 등 학자투는 개별사안에 대한 상층협상이 아닌 바로 학생회의 기층단위에서부터 그 논의를 마련하여 학생들의 자발적인 투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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