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남북관계, 대화국면 조성 국제적인 탈냉전의 급격한 변화 속에 한반도 정세도 냉전체제의 부산물로 등장함에 따라 일정하게 남북관계에서도 대화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8차에 걸친 남북고위급회담 예비회담을 거쳐 지난 9월과 10월에 각각 1,2차 남북고위급회담 본회담이 열렸고, 12월에는 3차 고위급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남북한 당국이 대화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나름대로 당국간 대화틀의 필요성을 상호 인정할 뿐 아니라, 보다 정확하게는 최근 한반도 정세변화 속에서 각자의 정책목표를 관철시키려는 목적에서이다.

남한은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력히 추진하던 북방정책이 그 궁극적 목표인 북한에 대한 개방화전략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는 남한이 소련과 중국 등 북한의 동맹국과의 국교수립이나 관계개선을 통해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데서도 볼 수 있다.

결국 이들 사회주의권 국가들, 특히 중·소와의 관계강화는 이들 국가와의 경제협력이 당면한 주요목적이기 보다는 미국과 남한의 대북정책 구상을 관철시킬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려는 것이며, 남북관계에서는 남하느이 이니셔티브 확보에 있다.

여기서 미국과 남한의 대북정책 구상은 구체적으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바탕으로 한 교차승인 인정과 분단고정화 정책인 「두개의 한국정책」관철과 더 나아가 이들 자본주의적 방식으로의 개방(흡수통합정책의 기본전제)까지를 의미한다.

북한, 민족문제의 당사자 해결 강조 이에 비해, 북한은 북방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등에 업고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개방화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남한당국을 대화의 틀로 끌어들여 철저히 민족내부 분제의 당사자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현재의 정세를 김일성 주석이 지난 5월 최고인민회의 제9차 1기 전원회의시정연설을 통해 『안팎의 분열주의자들의 방해책동은 의연히 계속되고 있지만 통일운동은 전민족적 범위에서 날로 더욱 앙양되고 있다』고 밝힌 바와 같이 객과적 정세면의 「분단고정화」방향과 주관적 정세면의 「통일운동의 고양」방향의 두가지로 규정짓고 있다.

90년대 통일정책의 기조로 발표한 「조국통일 5개 방침」의 제4항인 「통일을 위한 대화발전」의 구체적 실천지침에 따라 북한은 당국간 회담에 적극 임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한반도 통일환경 조성에 있어서 정치·군사문제 해결의 선차성을 끊임없이 부각시키려는 의도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북한이 남북대화에서 고위급회담에서 다룰 의제를 포괄적인 통일문제 전반에 두는 것이 아니라, 정치·군사적 대치상태를 해소하는 문제에 국한시킨다는 사실이다.

반면, 민족의 중대한 운명과 관련된 통일문제는 남북의 모든 정당·사회단체 및 각계각층의 민중들이 참여하는 전민족적 대화를 통해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조국통일 5개 방침」의 제5항으로 강조한 「통일을 위한 범민족적 통일전선의 형성」을 의미하며, 그 구체적조치로서 6월 4일에 제시한 거족적인 민족협의체인 「민족통일준비위원회」결성을 주장했다.

고위급회담 쟁점을 통해 본 남북관계 전망 1,2차 고위급회담을 거치면서 남북한 당국간에는 이에 임하는 근본적인 접근방식의 차이가 드러났다.

즉, 회담의 의제인 「정치, 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다방면적인 교류협력 실현」에서 북측이 전자를 우선시한데 비해 남측은 후자를 우선시하였다.

이렇게 현재의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무엇에 선차성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 이외도 회담에 임하는 자세에서도 본질적인 차이를 보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불가침선언」으로, 이는 1차회담 때 남북한이 모두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내용상의 본질적인 성격차이가 있었다.

즉, 남측이 「상호주권존중·내정불간섭」을 최고의 항목으로 내세웠는데, 그 이유는 이를 통해 「두개의 한국」을 인정시키는 현실적인 계기로 만들 뿐 아니라, 북한의 범민족적인 통일전선 형성 주장을 무력시킴으로써 사실상 남한내 민간차원의 통일운동을 정부의 창구단일화 논리에 복속시킬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에서 제시하는 주한미군, 핵무기 등에 관해서는 내정의 차원이란 이유를 내걸며 절대 간섭받지 않으려는 것이며, 이는 한반도에 불가침을 실제적으로 보장받으려는 의도에서 외국군 무력 철수 및 남북무력에 대한 감축을 주장하는 북측의 주장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그런데 2차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상이한 남북의 권력실체의 존재나 현재의 남북분단상태를 현실적으로 인정함으로써 남측 주장의 상당부분을 수용하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게다가 1차회담때 제시한 불가침선언의 내용중 외국무력철수 등에 관한 조항을 빼고 남측 제안과 근사한 비방중상 중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쌍방군사당국자간의 직통전화 설치 등을 수용한 억제안을 내놓음으로써 「남측불가침선언」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남측은 북측의 의외의 제안에 「국회비준」이니 하는 이유를 내걸면서 자신들이 제시한 불가침선언을 부정하는 결과를 보이고 말았다.

이는 남측이 불가침선언의 합의로써 파생될 남북간의 군축으로의 진전을 사실상 두려워한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남북관계의 시험대 「팀스피리트」 다음, 팀스피리트 훈련문제와 관련해서는 1차회담에서 북측이 훈련의 폐지나 2~3년간의 잠정적 중단, 2차회담에서는 더욱 양보하여 회담의 진행기간만의 중지를 요구하였다.

이는 남한정부의 대화의지를 확인하는 문제로서 앞으로 고위급회담의 장래와 관련하여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남측은 현재 팀스피리트 훈련규모의 축소를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이는 미국의 페르시아만 파병으로 인해 감축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적어도 91년 팀스피리트 훈련의 중지를 선언하지 않는 한 남한정부의 대화지속 및 긴장완화 의지의 부족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최대쟁점이 되는 「유엔가입 문제」는 남측이 유엔단독가입을 통한 두개의 한국 정책을 적극 시도하고, 북한은 유엔문제는 어디까지나 민족내부의 문제로서 당사자간의 해결원칙에 입각하여 상호 합의를 바탕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이 유엔가입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남측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으리라는 판단하에 현재 남측은 유엔가입 공세를 남북정상회담을 얻어내기 위한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북측은 2차회담에서 김일성 주석이 「남북정상회담」수용의사를 어느 정도 내비쳤지만 이에는 몇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남북불가침선언, 91년 팀스피리트 훈련의 잠정적 중지, 방북인사의 석방, 국가보안법의 문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양보없이는 이의 성사는 사실상 어렵다.

그런데 현 노태우 정부로서는 93년 권력재편기를 맞이하면서 현재의 집권위기를 안정적으로 재편하고 장기집권의 기회로 활용하는 유일한 카드가 대북관계에서의 획기적 성과, 즉 남북정상회담밖에 없다는 것이 또하나의 딜레마인 셈이다.

사실 위에서 제시한 전제조건을 양보한다는 것은 남한내 민족민주운동의 변혁운동과 통일운동에서 획기적 진전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정권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집권력 약화, 입지 축소로 나타날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의 조선정책」이라는 통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얼마든지 탄력적인 정책운용이 가능한 북한에 비해 남한당국은 정권의 취약성으로 인해 장기집권의 위기를 맞아 남북관계에서 정책운용의 폭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러한 세력관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남한의 민족민주운동역량이다.

따라서 현재 공세적 대북정책을 취하는 이면에서 매우 약한 고리를 갖고 있는 정부(미국 포함)의 반통일정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민족민주운동의 중요한 과제로 남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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