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5월 19일, 전남대에서 「제4기 전대협」이 발족한다.

전대협 발족식은 당국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4만여명의 전국 대학생들이 모여들어 전대협을 투쟁 속에서 건설해 내고자 하는 의지를 명백히 보여주었고, 전대협이 명실공히 학생운동의 구심체임을 입증시켜 주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광주집결이냐, 아니냐의 왜곡된 논쟁과 광주에 집결했던 10만의 투쟁성을 받아 이을 이후 투쟁계획의 부재는 투쟁의 동력을 재충전하지 못한 채 끝나 버리고 말았다.

또한 광주투쟁이 당면한 반민자당 정치전선과의 긴밀한 연관속에서 배치되지 못하고 「광주문제 청산의 부당성」만으로 매몰된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이 시기가 90년 정세에서 가장 격렬한 투쟁양상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90년초까지 탄압공세에 눌리어 있던 대중들이 광범위하게 진출한 시기에 지속적인 정세의 고양을 담보할 매개고리를 잡지 못하고 정치적 지도가 부재하여 5월투쟁이 올바르게 계승되지 못한 채 침체 일로를 걷다가 6.10집회 역시 대규모 대중운동이 되지 못하고 성균관대 집결투쟁이 추모제 형태로 머무르고 말았다.

이러한 상반기 투쟁의 대응 미비 속에 하반기 들어 더욱 안착화된 정권의 탄압은 민중들의 관심을 북방정책으로 돌리면서, 정치적으로는 보안사 민간사찰, 전쟁선포와 경제적으로는 다양한 증시부양책이나 대기업위주의 정부금융혜택을 통 독점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타격을 만회해 가고 있었다.

하반기 들어 전대협을 중심으로 학생운동이 가장 치중한 사업은 8.15 범민족대회를 전후한 조국통일투쟁이었다.

전대협은 「국가보안법 철폐, 콘크리트 장벽 제거, 통일인사 석방투쟁 등은 대중적 교류투쟁의 공간 속에서 자리잡아야 한다」며 「통일운동의 대중화」를 기본전제로 집중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통일운동의 전국적 확산에 있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둔 반면, 상층 지도부 중심의 급격한 준비나 하부의견수렴의 부족으로 2학기 들어 실질적 결절점을 맺지 못하였다.

또한 88년 이후 전대협이 지속적으로 벌여온 통일운동은 범민족대회와 1천개 학과 방북투쟁이 정부주도의 북방정책에 밀려 실효성을 상실함으로써 목소리는 컸음에 비해 학생들의 실제 참여도는 「현상유지」를 넘어선 더이상의 상승발전은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장기집권에 있어 유력한 무기로 사용되는 「북방정책」의 「자신감있게 개방하겠다」는 자세에 맞서 「자유왕래」와 「대규모 방북투쟁」이 얼마나 반통일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는가에 대해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이당시 객관적인 정세가 악법 통과 등 민중운동탄압이 공세화되고 있을 때 전대협측이 이를 포괄해 투쟁을 벌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병행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한편, 학생운동이 가진 독자적인 성격으로 학원 자주화 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90년에 있어 학원자주화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는 세종대 투쟁은 그간 학내 고립적 투쟁의 모습의 한계를 극복하고 연대투쟁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많은 성과물들을 축으로 학우들을 결집해 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0월 들어 윤석양 이병의 「보안사 민간인 사찰사건」폭로는 가을정국에 태풍을 몰아왔다.

10월 13일, 보라매집회에 모인 10만의 인파는 이를 잘 입증해 준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적인 매개를 올바르게 끌어내지 못하고 기회주의적 보수야당을 견인해 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였다.

현재, 전쟁선포, 새생활 새질서운동 등 강화되는 이데올로기적 물리적 공세와 전대협 의장 등 지도부 조직의 구속, 서강대·연세대 등의 학내침탈에 맞서 공세적인 투쟁을 조직화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난 3일 학생의 날 기념식이 선거와 겹치면서 투쟁력의 심각한 와해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해마다 선거는 투쟁의 걸림돌이다」는 비판에 특히 경각심을 갖고 이후에 진행된 민중대회나 노동자 대회의 과제에 있어 힘찬 투쟁을 벌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총부학생회장 신주영양(경제·4)은 이렇게 말한다.

현재 학생운동 내부는 끊임없이 고민, 갈등하고 있다.

『올해는 강한 투쟁보다는 중·하부 토대의 강화에 역점을 두었다』고 서총련 의장 윤진호군(고려대 총학생회장 산업공학·4)이 강조하듯이, 올해는 다양한 의견에 대해 공개화된 장에서의 대화와 논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각 독자성의 영역이 강해 조직사업에 있어 많은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많은 사상이론과 조직노선의 문제는 「일치를 위한 확연한 갈라짐」속에서 발전적으로 지도조직을 건설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학생운동은 지금까지 갖고 있던 학운의 위치와 역할을 재조정함으로써 국민연합을 중심으로 반민자당 전선의 정치적 연대투쟁으로 매진해야할 것이다.

◇90년 학생운동 투쟁일지◇ ▲ 2월 24일(토), 25일(일) 「반민주 3당야합 분쇄 및 민중기본권 쟁취를 위한 국민대회」전국 15개 도시 ▲ 3월 21일(수) 「등록금 부당 인상 반대와 교육재정 확보 및 자주학원 건설을 위한 서울지역 청년학도 공동결의대회」 고려대 ▲ 5월 1일(화) 「세계노동절 기념행사 및 전투적 노학연대를 위한 해방이화 출정식」 본교 ▲ 5월 9일(수) 「반민중적 파쇼야합 민자당분쇄를 위한 해방이화 출정식」및 동맹휴업 결의, 시청앞 반민자당 시위 ▲ 5월 15일(화)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학생추진위원회」발족 연세대 ▲ 5월 18일(금) 「광주민중항쟁 10주기 기념식 및 민자당 분쇄와 민중의 민주적 제권리 쟁취를 위한 해방이화 출정식」 본교 ▲ 5월 19일(토) 「광주민중항쟁 10주년 계승 청년학생 전국대회 및 제4기 전대협 출범식」 전남대 ▲ 8월 2일(목)~13일(월) 「국토순례대행진」 ▲ 8월 15일(수) 「8.15 범민족 대회 보고 및 원천봉쇄 규탄대회」 연세대 ▲ 9월 6일(목) 「임수경 대표 석방과 반핵구축을 위한 청년학도 결의대회」 건국대 ▲ 9월 20일(목) 「친미 파쇼야합 민자당 장기집권음모 분쇄를 위한 서울지역 40만 청년학도 2학기 투쟁선포식」 건국대 ▲ 10월 13일(토) 「보안사 불법사찰 규탄과 군정청산 국민대회」 보라매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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