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심사 거친 논문도 「이적표현물」
교수심사 거친 논문도 「이적표현물」
  • 이대학보
  • 승인 199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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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국가보안법관련 구속 6. 3 정총리폭행사건과 여권의 승리로 끝난 광역의회선거를 계기로 정국이 민주운동(이하 민운) 진영에 대한 역공세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사회과학연구소(이하 서사연) 연구원 6명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 학계의 반발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6월 29일(토)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군기무사)는 서사연연구원인 신현준씨(서울대대학원 경제학과 박사과정)등 6명을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의 이적표현물 제작배포혐의로 구속했다.

이에 서사연및 학술단체협의회등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6월 30일(일) 40여개 단체를 포괄하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탄압빛 학술연구자 불법연행·구속에 대한「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결성했다.

공대위는 두차례의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를 통하여 이번 사건에 대해『첫째, 학술연구논문및 연구서를 사법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학문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탄압이고 둘째, 다시 드러난 군기무사의 민간학술사찰은 과거 보안사의 불법행위의 되풀이이며 연구자들의 입대 이전 저술을 문제삼는 것은 국방의 의무를 악용하여 기본적인 권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기본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공대위는 군기무사와 장지동 특전사영창 항의방문, 각단체의 서명운동 등을 벌여 연구소연구원, 교수, 대학원생등 총 3천 3백 97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보법이 그 적용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정 한달만에 학술연구에까지 무분별하게 확대적용된 첫사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글은「사회주의의 이론·역사·현실」,「페레스트로이카와 경제개혁」,「한국에서의 자본주의 발전」등이다.

먼저「사회주의의 이론·역사·현실」(민맥발간)과「페레스트로이카와 경제개혁」은 현실사회주의 사회를 둘러싼 소련경제학계에서의 논쟁을 정리하면서 스탈린주의적인 사회주의관을 비판한 신현준씨의 석사학위논문을 서사연 연구원들이 공동연구를 통해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최근의 이론적 논쟁과 현실사회주의사회의 정책변화상황을 포괄하여 발전시킨 글이다.

따라서 위의 두 글을 문제삼는 것은 석사학위논문의 주제와 내용자체를 문제삼는 것과 동일한 처사이다.

권현정씨의 경우에도 문제가 되고 있는「한국에서의 자본주의발전」(현실과 과학)에서 그가 집필한 부분인「신식민지국가 독점자본주의의 확립」은 석사과정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쓰여진 것이고 이미 지도교수의 허락을 받은 것이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당국이「이적표현물」로 간주하고 있는 글들은 석·박사과정에서 연구되어 교수들의 심사를 거쳐 통과된 논문들을 근거로 한 자료들이다.

따라서 당국이 위 연구소들을 문제삼는 것은 교수들의 교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학문활동의 일부인 저술활동을 왜곡하려는 행위인 것이다.

뿐만아니라, 당국의 주된 저의는 진보적성향을 가진 연구원들의 활동과 전체 민운진영에 대한 그 영향력에 쐐기를 박기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앞으로 공대위는 학문과 사살의 자유탄압에 대한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열 예정이며 사태해결이 힘들경우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또 한국사회학회에서도 공동대응위원회를 준비하는등 제도권학계에서도 반발이 일고있어 이번 사건으로 인한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더우기 이번 사건이 최근 여권우세의 정치적 분위기 변화에 편승, 새로운 공안 통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볼때 이는 단순한 학술활동침해가 아닌 민운진영에 대한 탄압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학계만의 대응이 아닌 민운전반의 공동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