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되기 위한 소리없는 아우성

「외로운 당신, 녹여줄께 오세요 - 민자야 콩쥐애미역 냉겨놨다.

신방과 연극패」, 「지련이 배꼽빠졌네. 받은 속옷, 늘어지도록 애용해라. 지련이는 인복도 많지! - 서울댁과 부산댁」은 신방과 신문 「소리울림」의 광고란에 등장하는 이색적인(?) 문구들이다.

「소리울림」은 「모순과 질곡의 현실에서 청년학생들의 임무를 북돋우면서, 권력의 수단으로 점철되어 왔던 치욕의 한국언론사에, 미래 언론인들이 지향해야 할 관점을 제시하고자 하며…」라는 창간사로 90년 1학기 봄호를 선보였다.

이렇듯 이화내에는 신방과를 비롯한 각 과에서 단순한 소식지의 형태를 과감히 탈피한 과신문 발간을 앞두고 활발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 살 수 없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과신문은 자신이 기반하고 있는 과와 유리된 채 존재할 수 없다.

즉 과신문은 과성원들의 공통적 관심사를 우선적으로 포착하여야 한다.

과신문의 경우, 타 매체에 비해 독자의 폭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동일한 이해와 요구를 담아내기에 용이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만큼 공감대와 공동체감을 형성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법학과에 적을 둔 학생의 대부분은 사법고시에 목표를 두고 있거나 적어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과의 특성을 반영해 법학과 신문 「법소리」에서는 「나는 고시를 이렇게 바라본다」라는 란을 기획하고 있다.

여기에서 정국향양(법학·2)은 「사회과학도로서 사회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실의 문제를 등한시하고 고시를 개인의 출세의 장으로 생각하며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고 학습에만 전념하며 자신 속에 파묻혀버리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라며 비판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아울러 「나의 부족한 의견에 대해 반대의 견해가 있는 학우가 있다면 다음호에 투고를 부탁하고 싶다」라고 글을 마치면서 건강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또한 「법소리」는 전공과 관련 「노동법의 본질과 개악」이라는 주제의 기획을 싣고 있다.

여기에서 노동관계법의 개정이전과 이후의 변경내용을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근로기준법으로 나누어 법조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이를 통해 법학도들에게 노동법 개정의 부당성을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있다.

수동적 독자에서 탈바꿈해 과신문의 독자는 더이상 가만히 앉아서 배달되는 신문을 받아보는 수동적 위치에 서지 않을 수 있다.

즉 과성원들에게는 언제든지 원하기만 한다면 매체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개방되어있다.

또한 과신문은 많은 수의 독자참여를 유도하기에 유리한 입장에 서있다.

철학과 신문 「열린소리」가 시도하려는 「대학생활과 주변문화」에 관한 앙케이트 작업이 그 예이다.

이 조사는 일상생활속에서 흔히 접하는 대학가주변의 향락적·퇴폐적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 내용은 「여가시간에 오락은 어떻게 즐기고 있는가? 뒷풀이는 어디에서, 어떤 형식으로 하는가?」 등으로 구성되어 건강한 생활문화풍토정착을 위해 함께 모색해보고자 했다.

한편, 생물학과 신문 「생물」에서는 요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통일문제에 관한 질문을 과성원들에게 개별적으로 던져 한마디 한마디를 여과없이 수록할 예정이다.

또한 「남자대학생들의 여성관」을 취재하기 위해 1일 기자를 공개모집하여 「함께 만드는 신문」을 실현시켜나가려 하고 있다.

학생과 학생회 잇는 다리 되고파 과신문의 주요한 기능으로 학생회와 일반학생들을 밀접하게 연결하는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들 수 있다.

이는 생물학과 신문의 「짚신벌레의 일기」중 「오늘 나는 선배언니께, 『학생회는 뭔가 나쁜 짓, 예를 들어 은행털이 같은 것을 음모하는데가 틀림없어요. 그렇지 않고선 다른 생물인의 발길이 그토록 뜸할 리가 없잖아요.뭐』하고 말했다가 꿀밤만 먹었다.

알고보니 학생회란, 「소외와 무관심」이라는 두터운 벽이 있다면 삽과 곡괭이로 무너뜨리고 말겠다는 의지로 막노동도 불사하겠다는, 사랑 넘치는 생물학과 학생들의 자치기구였다」라는 대목에서 엿볼 수 있다.

이렇듯 과신문은 학생회의 정당성과 그 사업을 홍보하고, 과성원들의 요구사항을 수렴하여 전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학생회 강화에 기여하여야 한다.

전산과 신문 「전산인」에서는 전공을 활용하여 설문지조사의 형태로 과원들에게 학생회에 대한 인식의 정도와 학생회 사업을 평가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학생회」라는 큰 주제하에 「학생회에 자신의 의견 반영 여부」와 「자신의 의사가 학생회에 반영되기 위해 필요한 제도」(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상설적 과토론회(27명), 대의체제 확립(11명) 등으로 되어있다)를 묻고 있다.

또한 「학생회행사의 하나인 일일찻집 이외에 적당한 형태」에 관한 질문에 책·일용품바자회를 원하는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산인」은 설문지 분석결과를 각각 원형의 도표로 정리하여 한눈에 쉽게 알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취업정보도 소개해 과신문에서는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를 실으려는 긍정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신방과의 「소리울림」은 「취업정보 연재 1」에서 졸업생의 취업현황을 도표까지 동원하여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어 「다음호부터는 방송계, 신문·잡지계, 광고계, 진학 부분으로 나누어 그 취업에 필요한 정보와 전망, 그리고 그 분야에 이미 진출해 있는 선배를 통한 조언 등을 실어보도록 하겠다」라며 이후 계획도 밝히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각과의 신문들은 공통적으로 발행기간 사이의 공백이 길거나 단절적으로 발간되어 연속적인 자기발전을 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의 근본적 이유는 예산의 부족에서 기인한다.

과신문이 안정적 정기성을 획득하는 것은 신문이 갖는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신방과의 「열린소리」처럼 광고란을 과성원들에게 개방하여 스폰서제도를 도입하는 것, 동문중심의 후원회의 지원을 받는 방법 등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과신문의 경우, 담당주체가 확실하게 설정되지 못하거나 있다 하더라도 과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이 때 축적된 성과물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지 못하고, 신문만을 위한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고민을 진척시키지 못하는 문제점을 낳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철학과의 「열린소리」는 과지발행과 홍보의 이중적 부담을 안고있던 홍보부를 편집부와 교육선전부로 새롭게 개편하였다.

그리고 신문발행은 편집부가 전담하고 있다.

이제 이화내 산재해 있는 과소식지 형태의 과출판물들은 신문으로의 자기변화를 향한 꿈틀거림을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과신문들은 과라는 근거지를 중심으로 보다 심도깊은 내용을 담아내려는 노력과 더불어 우리가 발딛고 서있는 사회속에서 지향점을 가지며 올바르게 자리매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신문의 활발한 움직임은 과학생회 강화로 자연스럽게 귀결될 것이며, 단대신문 더 나아가 학내언론의 활성화를 추동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