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협 「대책위」꾸려 총력대응 모색

91 임투정국에 민주노조를 초토화하려는 「조용한」태풍이 불고 있다.

자본가에 의해 노동자에게 퍼부어지고 있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손배소송)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는 껑충 뛰는 집세 대기도 빠듯한 노동자에게 몇백만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노동자들을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신종탄압술로서 이미 대구, 부산, 인천 등 전국 10~20여개의 작업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손배소송이 신종탄압술로 자리잡게 된 직접적 배경에는 전노동부장관 최병렬의 「10월 22일 지침」을 들 수 있다.

최병렬장관은 좬노동운동의 준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노조쪽의 불법쟁의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배소송을 적극 활용하라좭고 지침을 하달, 이는 자본가들에게 급격히 수용되었다.

이 손배소송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첫번째 유형은 주식회사건화, 봉신, 병신중기, 보루네오가구 등에서 나타난 유형으로 핵심조합원을 불법쟁의 활동을 근거로 해고하고, 이들이 다시 복직하려 하자 이들에게 거액의 손배를 청구해 핵심조합원들의 복직을 가로막고 있는 경우이다.

현재 판결이 난 유일한 사례인 주식회사「건화」의 경우를 보면, 89년 7월 26일 회사측이 하기 휴가 상여금을 종전보다 적게 지급하자 조합원들이 이에 항의 자연발생적인 작업거부를 7일간 계속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형식적 절차도 갖추지 않은채 노조위원장과 총무부장을 해고하였고, 이에 맞서 복직투쟁을 벌이는 노조원들에게 손배를 청구한 것이다.

결국 5천4백여만원이라는 배상을 떠맡은 노조위원장들의 자진퇴사를 조건으로 회사가 소송을 취하, 노조는 와해되고 말았다.

「건화」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핵심조합원이나 간부에게 손배의 촛점을 맞춰 이들을 거세하고 나아가 노조자체의 무력화를 꾀하려는 것이 현재 가장 널리 진행되는 손배의 양상이다.

두번째 유형은 쟁의시기동안의 불법행위를 근거로 손배를 청구하는 수법으로 한진중공업, 통일, 기아자동차등에서 발생한 유형이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2월 전노협·연대회의 간부구속사태로 노조위원장 박창수씨가 구속이 되자 노조에서 2차례에 걸친 규탄집회와 집단조퇴를 실시하였고, 회사측이 여기에 대해서 46명에게 1인당 2백50만원씩 총 1억 2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세번째 유형은 정당한 조합활동을 불법이라 간주하여 신원보증인 혹은 조합원에게 손배를 청구하는 유형이다.

현대정공 창원공장에서는 중식시간을 이용해서 총회를 하였는데 시간이 10분초과하자 이에 대한 배상을 신원보증인에게 청구한 일이 발생하였다.

마산·창원 노동조합연합의 이지숙씨(조직간사)는 좬이는 신원보증인을 세워야 입사할 수 있는 대기업의 입사조건을 악용, 신원보증인이 조합활동의 중지를 요구하게 하는 탄압행위좭라고 밝힌다.

특히 현재 마산·창원지역에서는 세일, 현대정공, 금성사, 삼미, 삼우상기들의 노조가 집단적으로 손배소송이 진행중이거나 위협을 받고 있어 위험한 상태다.

이러한 손배소송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노동조합협의회(이하 전노협) 김상복씨(정책위원)는 좬자본가는 손배소송을 통해 외면적으로느 불법쟁의에 대한 금전적보상으로 요구하는 듯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노동자의 최소한의 물적토대를 약화시켜 노동운동을 포기하도록 강제하려는 것입니다좭라며 손배소송의 본질이 「노동운동탄압」임을 명백히 지적한다.

현 우리나라 헌법 33조 1항은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노동쟁의조정법 제8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받은 경우에 노조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규정하여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자본가의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면책」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이양원 변호사는 좬그러나 쟁의행위의 정당성여부를 1차적으로 파악하는 주체가 경찰, 검찰, 노동부등이기에 모든 쟁의를 불법시하여 손배를 청구하는 사례가 많다좭며 좬그나마 부분적인 위법행위에 집착, 쟁의행위 전과정에 대한 그 정당성을 부인하는 형편좭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진보적인 법조인들은 현재 진행중인 「손배열풍」이 1백여년전부터 노동자들의 싸움으로 따낸 「민사면책」이라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무산시키려는 자본가의 음모이자, 노동악법과 국보법등 형법에 의한 탄압에서 이제 민법까지 동원한 총력적공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노동운동계도 이 손배청구에 크게 반발하며 손배청구를 당한 피해당사자와 노조대표들을 중심으로 「손해배상대책위」를 꾸리고, 전노협 공동투쟁본부(이하공투본)의 지원에 힘입어 공동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대책위와 전노협 공동투쟁본부는 5월 3일(금) 「공개토론회」를 열고 사례모음집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공투본에서는 「손배에 대한 임투시기의 대응지침」을 각 단위 사업장에 내려 공동법적대응과 공동투쟁의 준비를 촉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올 상반기 임투가 마무리되는 즈음이면 5.9총파업을 문제삼는 등 쟁의 행위등의 사소한 위법사실들을 들어 자본가들의 손배청구가 늘어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부천의 한국베아에서 회사측이 단체협약(이하 단협) 에 「손배청구권」을 명시하려 했던 점에 주목, 전노협 공투본은 손배문제를 하반기 단협투쟁으로 연결지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나 일본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조차 유래없는 자본가의 노동자에 대한 민사상 손배청구. 이 무리한 탄압은 노동자들의 대투쟁을 부를 수 밖에 없다.

그간 온갖 노동악법들을 철폐시켜온 노동자들의 대동단결 투쟁은 「손배」라는 장애를 딛고 자본가에 대한 총공세로 6월을 달궈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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