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 3월 6일 행한 「전승연설」을 통해 자신의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하였다.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완승한 여세를 몰아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확립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이 계획은 아랍-이스라엘간 분쟁의 해결, 지역안보체제의 구축, 군비확장 경쟁의 억제, 지역의 경제발전등을 중동평화를 위한 「4대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이 이계획에 집착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동에 대한 자신의 오랜 숙원을 이뤄내겠다는 열망 때문이다.

막대한 석유이권과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 중동지역이지만 역사적으로 미국의 지위는 그다지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과거 영·프식 민주의자들이 지배하던 시기로부터 당한 민족적 수난때문에, 그리고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세계의 일방적인 정치·경제·군사적인 지원으로인한 반시오니즘 투쟁에서의 거듭되는 패배로부터 아랍인들은 뿌리깊은 반서방·반식민주의 감정을 품어왔다.

그동안 미국의 중동정책은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와 석유 이권 보호를 위한 석유왕제국들의 후원, 소련의 영향력 차단, 아랍국가들에 대한 통제력 확보 등으로 요약할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에는 다분히 자가당착적인 요소가 내재해 있었다.

팔레스타인문제로 대표되는 아랍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원조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는 미국에게 아랍국들에 대한 통제력 확보는 난망한일이었으며 오히려 소련에게 반사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 아랍인들 사이에서는 미국·시오니스트 연합에 대항해 아랍민족주의가 크게 발흥함으로써 석유 왕국들의 존망 자체가 위협당해 왔다.

그러나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완승을 거둠에 따라 세력균형의 추는 미국을 중심으로 이동하였다.

미국이 주도한 다국적군에는 전통적인 친미국가들인 회교왕제국들과 78년 캠프 데이비드협정을 계기로 친미노선으로 전환한 이집트 이외에도 이라크와 함께 대표적인 급진적 민족주의 정권으로 꼽히던 시리아의 아사드정권도 가세하였다.

또 이 전쟁으로 바트당정권하의 이라크가 거의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주도해온 P L O가 국제적 고립상태에 빠짐으로써 아랍-이스라엘 분쟁의 타협적 해결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 덕분에 부시의 중동평화계획은 이스라엘 본위의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

미국의 전쟁정책에 협력한 아랍 8개국들이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 의무를 명기한 유엔결의에 입각한 국제회의 방식이 아닌 이스라엘과의 개별협상에 동의하고 P L O의 대표권을 부인하고 나섬으로써 가능한 일이 된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합의에 기초하여 중동지역에 자신이 주도하는 지역안보체제를 결성하려 하고 있다.

그 궁극적 목적이 석유이권의 확립과 군사전략적 요충의 확보에 있음은 물론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