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개교기념사
총장 개교기념사
  • 이대학보
  • 승인 199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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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개교기념사 지난 어느해와 다름없이 신록이 우거진 눈부신 5월에, 존경하는 내외 귀빈을 모시고 사랑하는 이화가족들이 함께 모여 이화창립의 기쁨을 나누며 자긍하는 기념식을 맞이하게 됨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이화 105년의 찬란한 역사는 우리의 민족사에서 위대한 정신사로, 불굴의 실천사로, 그리고 찬연한문명사로 꽃피어 왔습니다.

그것은 거부되고 소외되었던 여성의 인격화를 위한 역사이었기 때문에 인간의 가늘성을 보여온 실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화역사는 닫혀진 사회를 열고 어둠속에서 빛을 밝힌 사회변혁의 역사이었습니다.

또한 이화역사는 모든 사람의 이상적 평등을 추구해온 인간해방의 기록이며 이화역사는 갈라지고 대결하고 갈등하는 사회에 섬김으로 화평케하는 평화추구의 다짐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5월은 이화창립을 기쁨과 싱그러움 속에서만 맞이할 수 없는, 유난히 어둡고 무거운 기류가 우리 사회를 휩싸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시절에 우리 이화가 이땅에 태어난 의의와 역사를 진솔하게 되새기며 이화의 모든 식구들이 이화인으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재확인하는 것은 더욱 의미있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화창립의 정신은 말할 것도 없이 근원적으로는 하나님이 이땅에서 이루고자 하는 그리스도의 공동체, 사랑과 섬김, 정의와 평화의 공동체 실현이라 믿습니다.

그리하여 인류의 왜곡된 질서의 근원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예속의 전형적 형태인 여성 예속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모든 인간의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 참평화 삶의 질서를 확립하는 창조적 진취적 선구적 일꾼을 배출하기 위한 장으로, 우리 하나님께서 이땅에 이화의 주춧돌을 놓아 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화창립의 역사는 영광과 축복의 역사인 동시에 고난과 긴장을 요구하는 역사입니다.

이화의 창립정신과 역사는 우리 모든 이화가족에게 시시각각으로 그 시대상황에 부응하는 신앙적 통찰력을 가지고 인간 모순사회의 변혁을 위한 사명을 다하도록 명하고 있습니다.

이화는 이러한 소명에 겸허히 응답하기 위해 이화교정에서 예배를 통하여, 학문을 통하여, 봉사와 자치를 통하여 준비하고 훈련한 신실한 일꾼을 사회의 각분야속으로 내보냈습니다.

이순간 105년 역사이 이화를 돌이켜볼때, 우리의 선배들은 오늘의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혹독한 여건속에서 그 시대의 방법으로 사회의 변혁과 인간애를 향하여 과감한 실천을 성취해 왔던 것을 우리는 배우고 자랑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이 시대의 이화인은 어떤 구체적인 과제를 통하여 이화이 자랑스러운 정신과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있는가 , 과연 우리는 지금 그 사명을 올 바르게 감당하고 있는 것인가를 우리 스스로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선 오늘의 구체적인 사회조건이 참다운 민주화, 분배의 개선, 도덕적 사회,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결하도록 제기하고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봄으로써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 지도자들, 정치계는 도덕성을 잃은 높은 권력욕의 투쟁으로서 본래의 정치사명력을 실종시키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사회적 부의 편저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빈부의 격차와 상대적 빈곤감이 격증하고 있으며, 일부계층의 불로소득과 지각없는 사치·부패는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 실망과 저항감을 주어 경제질서와 사회를 혼란시키고 있습니다.

사회환경은 나날이 황폐해져서 범죄가 범람하고 특히 어린이와 여자가 범죄에 의해 큰 피해자가 외고 있으며, 자연이 파괴되고 오염되어 삶의 기초적 조건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교육계, 대학가는 내실을 갖추고 눈앞에 다가있는 21세기의 사회와 인재를 위한 대응의 마당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혼란속에서 안정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반국민속에는 이기주의, 물질주의가 끝간데없이 만연되어 있고 또한 분별없는 주장으로서 공동의 선을 향한 전진의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 위에 성차별적 문화역사가 교묘하고 새로운 형태로 잔존함으로써 남녀 역할의 구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냉전종식적 세계질서의 재편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단조국의 잠을 강고한채 남북은 서로간의 불신과 반목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사회상황에서의 우리 이화인의 당면과제는 말할 것도 없이 그 모든 문제 상황의 한 가운데 용감하게 서서 자기를 던져 우리사회가 총체적으로 반성하고 용서하는 기반위에서 정직한 사회를 향하여, 정도의 사회를 향하여 전진할 수 있도록 누룩의 역할 , 빛의 역할을 다해내는 원동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방관자나 비관자가 아닌 그리스도의 낙관과 행동의 사랑이 우리 이화인 각자가 서 있는 곳에서 요청되고 있는 것입니다.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가슴에 덕목을 우리는 이화교정에서 진실되게 수련하였으므로, 자신감과 섬김의 정성으로 이 나라와 사회의 중심에 의연하게 서서 희망의 미래를 향해 강력히 전파하여야 합니다.

여론을 환기시키고 지방의회·중앙의회등 각종 의회에 선거권자·피선거권자의 모든 기회를 적극적으로 선용하여야 합니다.

시들어 가는 자연과 오염된 환경을 우리가 앞장서서 되살려내는 일을 과감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환경옹호운동을 개인 각자의 생활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조직적 목적의식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경제생활의 타락과 부패를 제거하기 위하여 근검절약의 모범을 제시하면서 고통받는 이웃과 아픔을 나누고 경제정의의 실현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여성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올바른 여성문제 해결이 방향을 끊임없이 새롭게 모색하고 확산시켜야 합니다.

뿐만아니라 또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조국의 어머니로서 자녀와 후세대를 몸과 마음이 건실하게 성장시키고, 그들이 물려받아 살아갈 이땅과 조국을 청결하고 아름다운 통일조국으로 가꾸어야 하겠습니다.

한편, 우리 이화는 이화인이 꿈꾸어온 그 이상, 이화인이 열망해온 그 가치, 이화인이 기원해온 그 역사를 위해, 오늘도 학문하는 대학으로서 더욱 진력하여 국제화 대학으로 그 차원을 새롭게 해야할 것을 다짐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곳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지도자를 배출해야하며 평화를 가꾸어갈 세계인을 길러가야 할 것입니다.

이화의 역사는 진실로 위대한 하나님의 창조이며 장중한 인간의지의 승리입니다.

이 창조와 고뇌와 승리위에 서서 이화의 내일을 조망하는 이화의 미래는 실로 새롭게 거듭나는 영원한 빛이 되어야 하며 영원한 소망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의 위대한 스승이셨던 김옥길 총장님이 모습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이화 105주년 기념일에 우리는 이화같은 우리의 사명과 역할을 확인함으로써 오늘 한국사회에 주어진 이 막중하고도 거룩한 사명을 다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의 은종으로 감싸이는 공동체를 위해 우리자신의 결단과 겸허한 헌신을 바쳐야 합니다.

105년을 지켜주신 하나님의 크신 은총에 감사드리오며 다가오는 해에도 변함없는 축복을 허락하여 주실 것을 간구합니다.

감사합니다.

1991년 5월31일 총장 윤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