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기자협회보 편집국장 지난 15일(수), 한겨레 신문은 창간 3돌을 맞았다.

87년 6월 민주항쟁이 낳은 가장 확실한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겨레신문에 대한 평가작업이 이곳저곳에서 눈에 띄고 잇다.

이같은 시도는 1차적으로 최근 몇달동안 심화됐던 한겨레의 내부갈등에 대한 반작동적 관심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민주적 변혁을 지향하는 이들이 한겨레신문에 거는 기대가 결코 만만치 않으며 또한 한겨레신문이 그러한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민족민주세력의 관심과 기개, 우려와 비판을 함게 받고 있는 한겨레신문의 오늘을 온전하게 그려내고, 앞날을 정확히 전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다만 필자는 이 글에서 한겨레신문의 관심있는 독자로서, 사회민주화의 한 부분으로서 언론민주화를 지향하는 한 기자로서 몇가지 생각을 적어볼까 한다.

한겨레신문이 지금의 우리 사회, 우리 언론에서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지배이데올로기의 선전도구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것은 대체로 3가지 측면에서 얘기될 수 있다.

첫째 소유구조, 둘째 신문사 구성원의 성격, 셋째 신문제작에의 국민적 참여도등이다.

다 알다시피 한겨레신문은 국민주모금에 의해 설립됐으며 현재의 주주는 7만명에 가깝다.

이러한 사회적 소유형태의 언론의 존재는 두가지 차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5공때까지의 한국언론은 특정가문이나 재벌, 또는 정권에 의해 장악돼왔으며 이들 언론사주(경영진)을은 언론을 정권안보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

정권의 직접통제를 받은 관영매체는 물론 이른바 민영매체들도 언론기업데 대한 경제적 특혜의 반대급부로 정권아보에 충실히 봉사해왔다.

이러한 사회적 소유형태의 언론은 우리 사회에 두가지 차원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5동때까지의 한국언론이 언론사주(경영진)및 집권세력과의 야합에 의해 정권안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 그리고 6공이후 태어난 신생언론들도 대부분 재벌이나 특정종교집단의 소유로서 기득권세력의 대변지로 애초부터 위상이 크게 제한됐다는 점에서 한겨레신문은 소유주의 전횡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한 것이다.

한겨레신문의 주요 구성원은 75년 동아·조선해직언론이놔 80년 강제해직언론인들이다.

이들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조직적인 언론통제정책으로 언론사주가 정치권력과 야합하고 편집인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독재권력에 항거했던 언론내부의 유일한 양심세력이엇다.

자신의 양심과 소신에 따른 행동의 대가로 언론현장에서 축출당했던 이들이 독자적 언론매체를 통해 일선에 복귀한 것은 언론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한겨레신문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볼 수 있다.

흔히들 한겨레신문은 온 국민이 함께 만드는 신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난 사례가 일련의 제보행위였다.

이문옥감사관에 의한 재벌의 비업무용 보유실태및 감사원 감사중단사실, 윤석양이병이 폭로한 보안사민간인사찰등 6공의 대표적 비리보도들은 한겨레신문이기에 가능했던 보도들이었다.

민주화와 통일, 그리고 민중생활권 보장등 우리 사회의 궁극적 목표를 위한 제1차적 과제가 민주정부의 수립, 또는 민주권력쟁취라면 한겨레신문의 이같은 독자성은 민족민주세력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역으로 한겨레신문에 대해 일정한 불만과 비판이 있다면 이러한 과제의 실현에 한겨레신문이 충분히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연유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에 대한 불만과 비판은 한겨레신문만의 문제로 국한시켜 얘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쉽게는 현재 민주세력과 반민주 세력간의 역량배치에서 시작하여 전체한국언론의 상황, 그리고 언론기업으로서의 한겨레의 위상과 관련하여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한겨레 신문의 내부갈등에서 비록 표면적 쟁점으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주요한 배경을 이루었던 것이 소위「민주화 주도세력」에 관한 견해차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견해차이의 핵심은 당면한 민주화의 진전을 위한 주도세력이 신민당이어야 하는가, 제도권야당의 통합체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기층 민주 세력의 결집체이어야하는가인 것으로 다소 칠게 요약해 볼 수 있겠다.

또는 관점에 따라 민족 민주세력의 연합체이되 신민당 등을 비롯한 제도권 야당 세력의 포함여부로도 볼 수 있겠다.

어쨌든 「민주화 주도세력」에 관한 견해차이는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야권통합노력이 일단 실패하고 민주화세력이 신민당, 민주당, 민중당, 그리고 사회세력도 다양한 분화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겨레신문에 거는 기대는 민주세력결집의 사상적 또는 이론적 구심점이 되달라는 것일게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의 현상황은 분화되어가고 있는 민주세력을 주도적으로 결집해 나가기보다는 바로 그 분화의 양상이 그대로 한겨레신문 내부에 반영돼 있다고 보여진다.

한 언론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으나 어쨌든 한겨레신문의 현 위상은 민주세력결집의 구심이라기보다는 민주세력 분화상의 반영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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