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재 과학세대회원·유니온카바이드 근무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그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새로운 산업, 소위 첨단산업이 등장하는데, 우리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첨단사업중에는 미소전자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반도체 산업도 포함되어 있다.

반도체 사업은 대표적인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서 일반인에게는 그 제조공정과 기술과정이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흔히 다른 모든 첨단산업이 그러하듯이 그 경이성만이 높이 평가되고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부수적인 폐단들 즉, 인체에 유해한 측면이나 환경오염과 작업자에 미치는 생물학적 악영향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2차대전중 군수산업의 일환으로 집중육성되어 전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석유화학공업에서 제조, 생산된 인공합성화학물질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반도체 산업은 이들 합성화학물질이 야기하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주위환경에 미치고 있다.

일찌기 반도체 산업이 태동한 미국 실리콘벨리에서는 70년대부터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찾아 3천이 넘는 반도체 기업이 몰려들면서 발생한 환경파괴의결과로 69년대만 하더라도 「기쁨의 땅」이라고 불리우던 이곳을 「음료수판매업」이 가장 성장률이 높은 산업이 될 정도로 환경을 파괴시켰다.

또한 미국의 뒤를 이어 반도체 산업을 국척적으로 일으킨 일본에서도 초기에 반도체 산업이 형성되면서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의 누출로 지하수가 오염되었다.

일본 환경청의 조사에 따르면 도쿄, 오사카등지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곳이나 TCE,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검출되어 그중 일부지역은 공공상수원을 폐쇄시킨 곳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선진국에서 1970년대 중반이후 기간산업이ㅣ 중화학공업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정보, 통신산업으로 이동되는 과정에서 앞에서 서술한 환경오염의 결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반도체 산업 중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공정을 제의한 공해를 유발하면서 약간의 응용기술이 필요한 저부가가치산업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는 정책이 추진되었고, 그 대상으로는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가 선정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 이후 첨단과학육성이라는 과학기술정책의 변화와 위와 같은 선진국의 이전정책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반도체 산업은 80년대 이후 대규모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져 초기위탁조립산업에서 벌써 16M DRAM 과 32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자체개발하고 86년 3/4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도달, 87년 세계반도체 판매실적의 24.3%, 생산량에 있어서 세계 3위권에 도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있고 그에 따른 종사자의 수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으나 일반대중들과 심지어 대학에서 이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조차 이미 선진국에서 사회문제화 한일이 있는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천종의 화학물질이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및 이들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생물화학적 영향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것은 심한 기술경쟁에서 비롯된 반도체 산업의 폐쇄성과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신종합성화학물질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서 야기된 심각한 결과이다.

더욱이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심각성은 주변환경에 노출되었을 경우 토양을 1차오염시킨 후 지하수로 침투하여 광범위한 지역에 오염을 확산시킴으로서 나중에 오염사실을 알았을 경우는 그 피해가 수습하기 어려울만큼 확대되는 것이 선진국의 사례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화학물질들이 정부의 규제대상에서 제의되어 있어 그 사용량을 파악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환경처에서도 국내유통량및 사용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면 이러한 잠재거인 위험부담을 안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은 무엇일까? 첫째로, 일반인이 인식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무해하다라고 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두꺼운 벽 저편의 숨겨진 사실을 밝혀내는 데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둘째로, 반도체 산업에 관한 믿을만한 통계자료나 부족한 이러한 현실말을 탓할 것이 아니라 점점 증가하는 새로운 화학물질에 촛점을 맞추어 장기적인 관찰및 상세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근로자, 경영주 그리고 정부측에 이러한 화학물질이 환경및 인체에 노출되었을 때의 심각성과 환경오염에 대한 계속적인 계몽을 펼침으로써 미국, 일본 등 반도체선진국에서 겪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게끔 여론을 조성하여야겠다.

이밖에도 대학과 기업연구소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의경우는 일반에게 보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물질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물질에 대한 물리적, 화학적, 전기적성질등은 많이 연구되고 있으나 연구의 성격상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되고 있지 않는 현실이다.

이를 고려할 때, 연구자들은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물질들이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연구하여 이후 각자의 연구가 생산에 응용될 때, 환경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은 연구자 개인에 의하여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공동연구에 의하여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경우 경영주들의 이윤추구에 종속된 연구환경이, 실질적인 개발보다는 외국기술의모방이나 합작의 형태를 더 선호하게 되고, 따라서 기술이 전시환경문제에 대한 것은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반도체산업의경우가 그러하다.

이러한 경우 연구자들과 우리모두가 단결하여 공동으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과학기술관련사회운동단체들을 보면, 생산현장의 전문가들의 모임, 보건의료인의 모임과 환경보호단체등이 개별적으로 이러한 사안에 접근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 같다.

그러나 산업재해나 환경문제는 이러한 모든단체들이 함께 대처해 나가야 할 성질의 것들로 보인다.

이제 우리는 과거에 새로운 산업이 선진국에서 이전해 올 때마다 범했던 실수를 더이상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눈 앞의 이익 때문에 우리의 미래를 저당잡힐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더럽히고 있는 주위환경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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