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정구너의 안전적 권력 재편구도하에서 91년 거세게 불어닥친 민중운동에 대한 탄압은 「어리고 순수한 대학 1학년의 목숨」을 앗아가기에 이르렀다.

이에 지난 5.9투쟁을 정점으로 본교내 강의실·잔디밭 곳곳에서는 현정세를 토론하는 진지한 모습들이 눈에 어색치 않았으며, 그 결과 과단위의 실천들이 어느해보다 돋보였다.

따라서 본사에서는 과학생회장들과 함께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과토론회에 대한 평가및 지속적인 과토론회의 방안을 모색키 위해 간담회를 마련하였다.

<편집자> ▲참석자: 송지현(국문·3) 홍미선(중문·3) 조주영(사학·3) 김덕순(사회·3) 전현경(물리·3) 이상경(교심·3) 신혜란(과교·3) 류지영(수교·3) △사회 및 정리: 변준희·전상희기자 ▲강군사망이후 5.9투쟁으로 정권타도열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본교에서는 대대적인 과토론회(이하 과토)가 실시되었습니다.

먼저 과토의 내용은 어떠했으며 실천지침들은 무엇이었습니까. 전현경: 과토에 앞서 91학번 운영위원회가 모여 2번에 걸친 사전토의를 했습니다.

토의 과정 중 신입생들의 현시국에 관한 많은 궁금증과 고민들이 제기되었으며 자신들의 생각이 담긴 대자보와 자료집을 제작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 연이는 가두시위, 집회등에 참가하면서 현실 인식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조주영: 과토에 참여하는 상당수 학생들은 긴박한 정세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나 패배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의 해소를 위해 현상황을 구체적, 본질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토론자료집과 리플렛을 과 교선부에서 제작했습니다.

이 자료집은 과토가 개인적인 고민토론의 장이 되지 않는데에 일조하긴 했지만 제작과정상에서 학생들의 문제의식파악이 부족하여 일정 학생들과의 괴리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신혜란: 과교과는 과집행부가 아닌 전공대표들이 대자보 「과교인에게 드립니다」를 만들고 편지를 쓰는 등 다양한 형식을 고민한 결과 학생들의 과토참여 열의나 호응이 매우 높았습니다.

이러한 과대표와 학번 운위의 강화는 학생들이 학생회에 느끼는 거리감을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홍미선: 같은 과 친구인 김수정양이 집회참가중 부상당했기 때문에 5.9전주부터 과토가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권의 폭력성에 분노하며 조를 나눠 분임토의를 했습니다.

이상경: 1차 과토를 할 때는 집회참여를 꺼리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학생들이 『성금을 모으거나 가두시위중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넣은 휴지를 나눠주고 대화하면서 집회, 시위에 대한 선입관이 사라졌다』고 5.9투쟁평가시간에 밝히더군요. 류지영: 26일 강군사망즉시, 1차과토가 조직화되었습니다.

저희과 학생들은 「강군의 죽음에 분노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며 과토자료준비를 했습니다.

또, 강군의 죽음과 전민중의 생존권압살이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독가스에 죽어가는 원진레이온 노동자, 직업병, 페놀문제등 구체적 사안속에서 인식했습니다.

▲이상에서 이번 5.9과토는 강군사망, 잇따른 학생들의 분신등 긴박한 상황과 맞물려 작년에 비해 훨씬 내용성 있게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5.9이후 평가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전현경: 학생들 스스로 과토에 참가하여 리본달기, 흰옷입기, 성금걷기, 분향소참배등 작은 실천의 결의를 낸 것은 높이 평가될 수 있습니다.

홍미선: 과토를 하고 실천지침을 내오는 과정은 옆에 있는 친구와 자기가 함께 변화할 수 있다는 신심을 학생들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류지영: 과토를 준비했던 저희 간부들을 먼저 평가해야 할 것 같군요. 강군 사망 후 간부들이 집행부 중심으로 규탄집회및 가두시위에 참여하는 데만 매몰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매일 변화하는 정세속에서 어떻게 학생들의 의식의 변화를 일구어낼까 고민해야할 간부들이 기층에서 요구가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학생들의 분노가 컸음에도 불구, 이를 지속적으로 묶어세우지 못했습니다.

송지현: 이에 따라 학생들의 의식이 5.9투쟁 이후 강경대응과 양비론등의 이데올로기공세속에서 혼란에 빠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일례로 『사람 하나 사망한 것을 너무 오래 끄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이는 강군의 사망이 그동안 정권에 의해 자행되어 왔던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에 대한 광포한 탄압이 빚어낸 결과임이 충분히 선전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덕순: 5.9투쟁의 실천지침으로 제기된 동맹휴업이 박창수씨 죽음이후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과 노학연대라는 동일한 맥락에서 결합되지 못한 점도 지적될 수 있습니다.

▲정권이 강군노제의 불허등 강경대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5∼18일 전노협총파업, 재야단체의 참여, 교수들의 시국성명및 농성등 민중투쟁이 활성화되고 있어 5,6월 투쟁의 파고는 계속 높아지리라 예상됩니다.

여기에서 과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한 과단위 계획은 어떠합니까. 김덕순: 광주 민중항쟁주간과 전노협총파업기간을 맞이하여 현재 노학연대로 민중투쟁의 파고를 높이는 것이 절실한 때입니다.

5.9투쟁 이후 과토에서는 기만적 내각총사퇴를 거론하는 정권의 본질과 현시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신민당의 속셈 등에 대해 연관고리를 갖고 폭로하는 작업이 중심축으로 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고양된 정치의식을 갖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송지현: 이제는 과토가 더이상 자생적 분노표출, 개인적 고민 토로의 장이 아니라 정권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에 기반한 우리의 대응들을 모색, 결의해 나가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규지영: 과토에서 실질적인 노학연대, 민중연대방안을 담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노농악법, 민주노조탄압, 페놀, 수서등 일련의 사건들이 어떻게 우리의 생활에 침투하는지 신문을 보며 분석하는 방법은 민중을 위한 진정한 민주주의의 상을 학생들 스스로 체득하는데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상경: 여기에 철저한 간부의 준비와 운영위원회, 과토의 상설화가 함께 수행되어야겠지요. 전현경: 저희 과는 학생들의 고민, 의식정도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과실정에 맞는 2차과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혜란: 요즘은 대자보가 없어서 못 읽을 정도인데 총학생회가 연이은 투쟁사업때문에 교내 대자보작업에 많은 힘을 못 기울이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위한 풍부한 대자보와 토론자료집을 마련하는데 더욱 힘써 주었으면 합니다.

조주영: 끝으로 가장 일선에서 학생회사업에 고민하고 있는 강부들이 함께 모여 과별상황을 유기적으로 파악하는 오늘과 같은 자리가 자주마련되었으면 합니다.

또, 한번의 토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실천으로 외화되도록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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