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학회를 진단한다

『전공공부도 하고싶고…학회에도 들고 싶고…』이런 고민에 빠진 1·2학년들에게 권하고싶은 장이 바로 전공학회이다.

전공학회는 전공수업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고 개별학습이 낳을 수 있는 편협된 시각을 극복한다는 데에 그 장점이 있다.

이런 취지로 본교에도 올해 새로이 전공학회가 개설된 과들이 많다.

본교에서 전공학회가 잘 진행되고 있는 과로는 철학과를 들 수 있다.

철학과에는 전공학회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주로 2학년들이 주체가 되어 동양철학·역사철학 등을 교수의 도움을 받아 강의에서보다 좀더 심도있게 공부하고 예술철학학회에서는 부르조아적 미학을 탈피, 보다 적극적인 미학을 고민하고 있다.

이외에 신방과·법학과등은 올해 기존 전공학회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있다.

신방과에는 신문편집부, 보도사진부, 전공심포지움등의 전공소모임이 있었는데 일시적으로 다소 기술적인 부분만 학습하던 것을 올해부터 그 성격을 바꿔 강의에서 다루지 않는「현대언론사」, 제 3세계이론의 세미나를 항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법학과의 전공학회로는 법사회학회, 형법학회가 있다.

그중 법사회학회에서는 사회에서의 법의 역할, 인권문제 등을 공부하며 앞으로 법조인으로서의 바른 시각을 정립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형법학회는 지금까지 대동제행사인「형사모의재판」을 준비하는 일시적·의례적 모임이던 것을 학회로 고정시켜 보다 전문성을 확보하려하고 있다.

자연대에서는 과마다의 전공학회가 전문성이 강한 전공의 특성상 거의「그룹스터디」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중 화학과, 물리학과, 통계학과등은 전공공부와 함께 각전공의 사회에서의 역할과 현실등의 세미나를 하면서 과학의 기술적인 측면만 담당하는 과학자가 아닌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폐단까지 고민하는 올바른 과학기술자상의 정립에 노력하고 있다.

자연대총학생회학술부장 고태희양(전산·3)은『자연대는 전공학회가 전공공부에 매몰되면서 기능주의적 폐단을 낳고있는게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전공학회가 전공학습뿐아니라 올바른 전공상을 확립할 수 있는 장으로 나아가야할 것입니다』라며 전공학회의 위상을 밝힌다.

이외에도 많은 과에서 92년 교과목개편에 대비해 그동안 전공을 좀더 심도 깊게 고민하여 교과목개편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위해 전공학회의 개설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틀도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상태여서 바른 위상정립이 요구된다.

연세대 사회학과의 경우 사회학회의 구성원이 전공을 심도있게 공부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강의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강의내용의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과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를 학교에 요구, 지난해에는 「경제사회학」이라는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기도 했다.

전문성을 강화해 성과물을 내고있는 예로는 연세대 전산과를 들 수 있다.

연세대 전산과에는 전공학회로 전산연구부가 있는데, 전산연구의 전문성을 강화, 매년「창작소프트웨어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학술부와 결합해 우리나라 전산분야의 현실에 대한 고민속에서 자료집「통신시장개방과 우리 전산인」을 내기도 했다.

이회에 전공에 대한 고민을 발전시켜 교과목개편에 의견을 반영, 전공과목의 개선에 성공한 예로는 동국대를 들 수 있다.

동국대에서는 지난 89년에 교과목개편이 있었는데 이때 학생들은 각 과, 단대별로 교과과정 학생위원회(이하 교과위)를 구성해 전공에 대한 고민·연구속에서 교과목개편안을 제안, 상당부분이 수용되었다.

그중 국문과, 경제학과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각각「북한문학의 이해」,「민중문학론」과「정치경제학」의 과목이 신설되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본교에는 국문과·철학과의 움직임을 제외하면 아직 교과위가 구성되지않은 상태여서 92년 교과목개편에 대비하여 전공학회가 교과목편성의 내용적 측면을 담보함과 함께 교과위의 자극제로서 작용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공학회는 지배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된 대학내 학문이 담당하지 못하는 진보적 학문의 산실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대학내 보수적 학문을 개선시키는 역할까지 담당해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될때 학생들은 더이상 강의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유선기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