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괴롭힘은 법과 시민권 수호에 중요한 역할”
“기자의 괴롭힘은 법과 시민권 수호에 중요한 역할”
  • 이수빈 기자
  • 승인 2018.0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4월26일 이화·포스코관 B151호에서 세드릭 알비아니(Ce dric Alviani) 국경없는 기자회 동아시아 지부장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국경없는기자회’ 특강이 이화미디어센터와 국경없는기자회 공동 주최로 4월26일 이화·포스코관 B151호에서 열렸다. ‘아시아 언론자유의 현주소’를 주제로 세드릭 알비아니(Cedric Alviani) 국경없는기자회 동아시아지부장과 아민 이스칸다르(Amin Iskandar) 말레이시아 독립매체 인사이트 수석기자, 톰 그룬디(Tom Grundy) 홍콩 독립매체 홍콩프리패스(HKFP) 편집장이 연사로 참여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 단체로 매년 전 세계 국가의 언론자유지수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본부가 있는 프랑스에서 거의 매년 발표해 왔지만, 올해는 4월25일 아시아 국가에선 최초로 한국에서 ‘2018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언론자유지수는 언론인에 대한 직접적인 가해 행위 및 언론 자유 침해 여부를 고려해 산출한다. 한국의 올해 언론자유지수 순위는 43위로 작년 63위보다 20계단 상승한 수치다.

  이날 특강에서 언론자유지수에 대해 알비아니 지부장은 “본 지수는 전 세계의 특파원, 언론인, 연구원 등에게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근거했다”며 “이를 통해 세계 언론자유 침해 현황을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평가 기준에는 다원주의, 미디어 환경, 독립성, 입법 구조, 미디어 인프라, 국제적 환경이 포함된다.

  알비아니 지부장은 언론자유가 세계적으로 후퇴하는 추세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특히 언론자유의 대표 격이던 미국이 한국보다도 낮은 순위인 45위를 기록한 것이 현재의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알비아니 지부장은 현대 사회에서의 기자의 역할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는 멋진 직업이지만 사람들이 감추고자 하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들을 괴롭히기 때문에 미움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라며 “이 괴롭힘은 민주주의에서 법과 시민권 수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언론의 권리를 지원하고 옹호하기 위한 대책을 이야기할 뿐 아니라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언론인을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 경찰과 군대에게 장비를 제공받기도 했으며 이들과 함께 보호 활동도 펼쳤다. 기자들이 감옥에 갇혔을 때에는 이들을 대신해 벌금을 내고, 가족을 지원한다.

  아민 이스칸다르 수석기자와 톰 그룬디 HKFP 편집장이 각 나라의 언론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있었다. 이스칸다르 수석기자는 말레이시아의 가짜뉴스법에 대해 강의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아시아 최초로 가짜뉴스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3월21일 발표된 정부의 입장에 따르면, 정부가 검증하지 않은 내용의 기사는 모두 가짜뉴스로 간주되며 위반 시 최대 6년 구속과 13만 달러의 벌금이 집행될 수 있다. 그는 “이 법은 치외법권도 인정되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밖에서 말레이시아 내부 정보를 배포하더라도 기소가 가능하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스칸다르 수석기자는 말레이시아를 현재 전 세계에서 언론 검열이 가장 심각한 나라라고 평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미디어를 통제하기 위해 군사력까지 동원된다. 올해 말레이시아의 언론 자유지수는 전체 180개국 중 145위다.

  이스칸다르 수석기자는 2015년 정부의 성향과 맞지 않는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동료들과 함께 체포됐던 경험도 이야기했다. 그가 활동했던 언론사 홈페이지는 말레이시아 내에서 접속이 불가능해져 새로운 사이트를 다시 개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에서 온 톰 그룬디 편집장은 언론자유 위협에 대응하는 미래형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는 HKFP에 대해 강의했다. HKFP는 우산혁명이 일어난 2015년, 홍콩의 언론 자유 후퇴 상황에 맞서 설립된 매체다. 기업과 국가의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독자들의 펀딩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외압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는 “2014년부터 기자가 실종되거나 납치되는 등의 공격이 있었다”며 “언론인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논란이 될 이슈의 보도를 스스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홍콩의 언론자유지수는 70위다.

  그룬디 편집장은 “홍콩 매체의 대부분은 중국 기업이나 중국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어 민감한 사항 보도 시 기업이 광고를 보이콧하거나 정부가 직접 압박한다”며 “이에 반해 HKFP는 시민들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언론 탄압에 대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만들어 낸 모델이 다른 지역에도 전파돼 언론의 자유가 실천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의를 들은 허은(커미·17)씨는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기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자라는 직업의 공적 위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