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취업난과 과열된 경쟁 속 수많은 대학생들은 심리적 불안감과 우울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이 3일 개최한 국회세미나 중 본교 오혜영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 2607명을 대상으로 올 초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4%가 불안, 43.2%가 우울, 14.3%가 자살위기 증상을 호소하는 등 정신건강 실태가 심각했다.

  본교 상황도 비슷하다. 이화미디어센터가 3월 중 학부생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평균적으로 3명 중 1명이 경증 우울 증상을 보였다. 학생상담센터가 매년 진행하는 신입생 특성조사에서도 ‘살면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2012년 25.4%에서 2017년 46%로 5년 새 급격히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생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앞서 언급한 세미나에서도 관련 전문가, 국회의원 등은 “대학생 정신건강에 국가적 수준의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고, 실제로 지역사회와 대학이 연계해 학생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꾀하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전문적 상담 등의 예방 차원의 노력이 중요함에도, 여전히 대학사회에선 전임 상담 인력이나 상담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본교는 타대에 비해 상담원 수나 프로그램 측면에서 잘 돼 있는 편이지만, 학생들의 상담수요를 충족하기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대학 당국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갖춘 전인적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자기 계발에 힘쓸 수 있도록 해줄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정신적 문제를 겪는 학생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대학생의 정신건강 위기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예산 투입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본지가 지난 해외취재 기획에서 다뤘듯이, 미국 대학에서처럼 학생 주도의 상담 동아리, 프로그램 등 또래상담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도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경험이나 고민을 가진 누군가에게 언제든지 속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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