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ECC 이삼봉홀에서 ‘한반도 정세와 글로벌 외교’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평창올림픽에 북한의 참여를 이끌며 ‘평화올림픽’이라는 움직임을 만들어 나갔고, 북핵 해결 및 한반도 평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평창과 평양을 오가며 전례 없는 신속한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앞으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외 지평을 넓혀 여러 국가와 폭넓고 깊이 있는 외교를 추진할 것입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ECC 이삼봉홀에서 약 400명의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한반도 정세와 글로벌 외교’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 장관은 비(非)외무고시 출신의 헌정 사상 최초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 본 특강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진 대학 강연이다. 학생들은 강연 시작 2시간 전부터 ECC 다목적홀에 모여 줄을 섰으며 내부에 마련된 좌석은 입장 시작 후 약 10분 만에 가득 찼다. 이삼봉홀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강연장 밖에서 빔프로젝터를 통해 특강을 들었다.

  이날 특강에서는 한반도 정세와 현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까지 다방면에 걸쳐 이야기됐다. 그중 최근 성사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강 장관은 “최근 캠퍼스에 봄이 찾아왔듯이 한반도에도 긴장 고조 흐름이 멈추고 평화의 싹이 움트고 있다”며 “대통령 취임 1년도 채 안 된 상태에서 끌어 낸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세계사적인 일”이라며 “양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칠 시 북핵 문제 및 한반도 평화정책을 위한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ECC 이삼봉홀에서 ‘한반도 정세와 글로벌 외교’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강 장관은 미투(#MeToo)운동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변화시키는 큰 원동력이라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를 계기로 한 걸음 뒤로 갔지만 두 걸음 앞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성 폭력이 우리 사회 속에서 근원적으로 없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핵심 요직에 여성 1호 인사를 발탁하고 있는 최근 동향을 언급하며 현 정부의 성 평등 정책 실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방했다.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한 학생이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후속 조치를 묻자 강 장관은 “작년까지 지난 합의를 여러 전문과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점검했고, 이를 통해 밀실 협상으로 진행됐으며 피해자 중심의 합의가 아닌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일본의 자발적이고 진정한 사과”라고 대답했다. 이어 “외교부는 이 문제가 국제 사회에서 여성 인권과 전시 성폭력 논의에서 크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강연 후 기념 선물로 받은 ‘이화 곰돌이’와 꽃다발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의 통상 갈등과 ‘관세 전쟁’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강 장관은 “강대국은 자신들의 국익만 고려해도 되지만 중대국이 믿을 것은 규범뿐”이라며 “중견국으로써 모범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잘 지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익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TPP 가입 여부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협정의 영향에 대해 진단한 후 통상가들의 입장을 고려해 가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UN과 공직에서 일하며 여성으로서 겪는 고충, 한,중,러,일 4강 외교를 넘어선 한국의 외교 다변화 정책, 중동 지역 지역 공동체 형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 등의 주제로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특강은 학생들이 준비한 이화 곰돌이와 꽃다발을 전달받으며 마무리됐다. 강 장관은 ECC 계단에서 학생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으며 본교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강 장관은 특강에서 본교 학생들에게 국제적인 무대에서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여성 리더가 되길 당부했다. 그는 “우리 세대는 분단의 세대로 살아왔지만, 여러분은 한반도 평화 공존의 시대에 살면서 국제 무대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여성 리더 배출을 위해 이화여대가 지금까지 큰 역할을 해왔지만, 앞으로도 양성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이화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날 강연에 참여한 이수연(커미•17)씨는 “2시10분부터 ECC 다목적 홀에 줄을 서 특강을 기다렸다”며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한국의 외교 관계를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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