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는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어도 존중받을 수 있어

  ‘너 다이어트해?’ 내게는 너무나도 피곤한 말이다. 그냥 어쩌다 보니 고구마, 닭가슴살, 샐러드, 요거트 종류를 가장 좋아할 뿐인 내가 고등학교 때 급식 대신 이런 것들을 싸서 다니면 선생님도, 친구들도 걱정된다며 내게 와서 한마디씩 이런 말들을 의구스러운 눈빛과 함께 던졌다. 그 때마다 아니라고, 그냥 이런 음식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한국인은 밥을 먹어야지!”라며 조금은 장난스러운 핀잔을 줬다.

  이화에 오기 전까지, 나는 사람들과 밥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밥으로 취급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더러 내가 원하는 음식을 말하면 몸매에 너무 집착한다거나 거식증 아니냐는 등의 말들로 나를 불편하게 했던 경우도 많았다.

  그랬던 나에게 이화는 ‘밥’을 먹기 너무나도 좋은 공간이다. 혼자 밥을 먹을 장소가 학교 곳곳에 있어서 편하게 ‘혼밥’을 할 수도 있고 학교 주변에도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 천지다. 하지만 밥을 먹기 좋은 이유에는 장소뿐만 아니라 이화 내의 사람들도 한몫 했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개인의 취향을 존중받을 수 있다. 이화에서는 내가 요거트만 먹더라도 그게 내 취향이라고 밝히면 모두가 인정해줬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지금까지 존중해 왔던 방식과 같이.

  친구들과 여름에 미국으로 2주 정도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내가 평소 좋아하던요거트 종류도 여러 가지, 치킨랩 종류도 여러 가지였던 미국에서 나는 내가 먹어볼 수 있는 모든 종류들을 다 먹어 보기로 결심했다. 내 친구들은 이런 음식들을 나만큼 좋아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내 ‘맛집 탐방’을 존중해줬고 그들이 나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혼자 가서 먹어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화만큼 내 취향을 존중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다. 이곳에서는 내가 무엇을 입든, 어떻게 화장을 하든, 어떤 악세서리를 하든 “이것이 내 취향”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이를 존중받을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는 주류를 이루는 취향은 존중받지만 소수의 취향은 ‘틀리다’ 혹은 더 나아가 ‘괴상하다’라는 평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의 취향은 더 숨겨지게 되고 더 이상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이화에서 우리는 모두가 존중하고 또 존중받을 것을 알기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이게 내 취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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