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원단+환경적 노력=폐기물 ‘0’
버려진 원단+환경적 노력=폐기물 ‘0’
  • 배세정 기자
  • 승인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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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교수 개인전
▲ 패션 브랜드 MCM과 협업해 개인전을 <1+1=0>을 연 박선희 교수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밝은 조명이 비치는 전시장 내부, 갑옷 입은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의상이 있다. 어두운 남색 원단을 사용해 만든 이 의상은 기름칠한 것처럼 빛을 반사한다. 언뜻 보이는 남색 원단의 뒷면은 빨간색. 마치 피를 흘리고 있는 듯해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본교 박선희 교수(패션디자인 전공) 개인전 <1+1=0>에 전시된 ‘empathy-15’은 인류가 환경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 마네킹 위에 걸쳐진 핸드 위빙으로 만들어진 가방 덮개와 숄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이 전시의 제목이자 테마는 ‘1+1=0’이다.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 공식은 버려지는 하나의 폐기물에 또 하나의 환경적 노력이 더해지면 낭비된 것 없는 상태(Zero waste)가 가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패션 브랜드 MCM과 협업으로 진행된 전시는 청담동 MCM 하우스(MCM HAUS)에서 4월6일까지 열린다.

  전시공간에 들어서자 MCM 로고가 새겨진 붉은색 코트가 보인다. MCM은 위조품 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매해 다른 원단을 사용해 상품을 제작하는데 사용되지 않은 원단은 모두 소각된다. 붉은색 코트는 박 교수가 소각 직전의 가방 원단을 새 옷으로 재탄생시킨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다.

▲ 버려진 원단을 사용해 폐기물을 최소화한 환경친화적 의상들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손으로 엮는 기법(hand weaving)을 사용한 가방 덮개와 마네킹이 걸치고 있는 숄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방 덮개와 숄은 특이하게도 쓰다 남은 선물용 리본 끈을 함께 엮어 만들었다. 옷을 만들고 남은 원단과 리본 끈을 함께 엮은 기법에서 폐기물을 최소화하려는 환경친화적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 환경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방독면이 씌운 마네킹들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그 뒤로 펼쳐지는 의상들은 대체로 밝은 느낌을 준다. 밝은 연두 색상이 주를 이루는 전시장 뒤쪽 공간의 옷들은 과감한 직선과 곡선, 세모, 네모 등 기하학적 특징을 평면으로 단순화시킨 모습이다. 이를 바닥에 펼치면 직사각형 형태다. 옷을 만들 때 옷깃 및 소매 제작을 위해 잘려나가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옷을 착용할 때는 직사각형 형태 위로 목을 빼고 옆으로는 팔을 빼면 된다.

  양면 모두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한 리버서블(reversible) 의상도 있다. 앞면은 연두색과 검은색 줄무늬지만 그 뒷면은 빨간색과 흰색이 다른 간격의 줄무늬로 나타난다. 하나의 옷으로 두 옷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잘려 나온 줄무늬 모양 원단들은 마네킹의 머리카락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모든 마네킹의 주변에는 검은 상자가 쌓여 있으며, 마네킹의 얼굴엔 방독면이 씌워져 있다. 상자는 매장에서 물건을 보관할 때 쓰는 창고 상자로, 각각의 상자는 건물을 연상시킨다. 상자 건물 속에 거인처럼 우뚝 서 있는 마네킹은 메마른 도심 속에서도 깨끗한 환경에 대한 희망을 찾고 있는 듯하다. 박 교수는 방독면에 대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착한 소비와 업사이클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우리도 전쟁 같은 위급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소각 직전의 원단을 이용해 만들어진 붉은색 코트 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전시의 전체적인 흐름은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입구 쪽의 강렬한 느낌을 주는 마네킹들은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뒤로 밝은 봄 색깔의 옷을 입은 마네킹은 우리가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전시장의 오른쪽 구석에는 MCM 로고가 새겨진 흰색 자켓을 입은 마네킹이 자리잡고 있다. 마지막 마네킹 주변에는 상자 대신 동물 인형을 배치함으로써 희망적인 환경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동물 인형도 환경적 노력의 일환으로, MCM 측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원단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박 교수는 환경에 대한 MCM의 의지가 본인의 의지와도 맞아 전시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친화적 전시는 또 다른 숙제를 남긴다”며 “이 작업은 낭비된 것 없는 상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폐기물을 남긴다”고 전했다.

  전시회장엔 비발디의 사계 ‘봄’(1725)이 흘러나온다. 환경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박 교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환경친화적 패션을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며 “계속해서 낭비된 것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