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극회 66기 봄 정기공연 ‘인형의 집’

▲ 22일 오후7시30분 생활환경관 소극장에서 인문극회가 연극 <인형의 집>을 상연했다. 사진은 커튼콜에서 포즈를 취하는 배우들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이제야 알았어요, 노라의 이야기가 누구의 이야기인지... 크리스마스 동화가 아니란 것을요’

  본교 연극 동아리 인문극회가 66기 봄 정기공연 ‘인형의 집’을 22일~24일 생활환경관 소극장에서 상연했다. 1956년 문리대 연극반으로 시작한 인문극회는 현재 전공, 학번과 상관없이 연극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모여 매 학기 작품 활동을 한다. 이번 정기공연에서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Henrik Ibsen)의 희곡 ‘인형의 집’(1879)을 각색해 본교생에게 선보였다.

  해당 공연은 할머니가 소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액자식 구성을 사용했다. 공연은 소녀가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며 시작한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원작의 플롯과 동일하다.

  전반부에서는 주인공 ‘노라’가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가면은 원작과는 다른 장치로, 노라는 약 110분의 공연 중 대부분 얼굴을 가리고 있다. 본 공연은 가면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억압하는 노라의 모습을 표현했다.

  노라는 사회와 가정에서 억압을 받으며 가정을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부장적인 남편 ‘헬메르’는 노라를 ‘종달새’라 부르며 자신의 소유물로 취급한다. 헬메르가 끊임없이 노라를 종달새라고 부르는 장면에서 배우의 과장된 억양에 관객들이 크게 호응하기도 했다.

  이후 은행원 ‘크로그스타트’의 등장으로 노라의 차용 대출 사실이 드러나며 극은 절정으로 향한다. 위기를 겪으며 그동안 자신을 억압해 온 사회와 가정에 분노한 노라는 ‘인형’같이 살아왔던 삶에 마침표를 찍고 자아를 찾아 떠난다.

  극의 절정에서 ‘왜 변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소리치는 노라는 남편 헬메르 뿐 아니라 본인, 또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주체적으로 사는 것의 중요성을 전하고자 한 것이다.

  극은 점진적으로 극대화되는 긴장감 속에서 각색한 새로운 장면을 추가해 인문극회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또한 공연이 끝나갈 즈음 노라가 가면을 벗어던지는 장면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려는 노라의 모습을 강조했다.

  공연의 결말은 원작과 다르다. 기존 작품에서 노라가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떠나는 장면으로 막을 내렸다면, 본 공연에서는 더 나아가 세상으로 나간 이후의 ‘노라’를 보여준다.

  인문극회는 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동명이인의 노라를 등장시켰다. 세상으로 나아간 두 명의 노라는 어느 기차역에서 서로를 만난다. 새롭게 등장한 한 명의 노라는 자신이 좋아하는 마카롱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또 다른 노라는 새로운 시작 속에서 방황 하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해봐야겠죠, 나를 위해서, 또 다른 나를 위해서’라는 대사를 통해 계속해서 도전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문극회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노라가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미래의 여러 가능성을 암시하고자 했다. 노라가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가 아닌 ‘노라’ 그 자체로 존재하고 그 삶의 모습은 단정 지을 수 없음을 표현했다.

  또한 새로운 노라를 등장시켜 주체적인 삶을 살기로 결정한 것이 반드시 평탄한 삶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선택 속에서 새로운 시작의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 의미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극은 소녀가 노라의 이야기가 단순히 동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 된다.

  인문극회는 “새장을 벗어나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노라들을 다시 기억해주면 좋겠다”며 “우리는 지금 ‘인형’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음을 던지는 삶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이 끝나고 극 중 ‘랑크 의사’ 역을 맡은 박세리(국문·16)씨는 “겨울 내내 준비한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극 중 헬메르 역할을 맡은 이승하(보건·15)씨는 “인형의 집은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 라며 “나와 너가 모두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2일 첫 날 공연에는 약 40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조현수(건축·14)씨는 “최근 여성들의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는 사회의 흐름과 연관돼 좋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객 명상희(성악·16)씨는 “기존의 아쉬웠던 열린 결말과는 다른 결론을 보면서 억압하는 사회와 주체적인 삶을 찾아나가는 여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인문극회의 메시지에 공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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