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서로 무수히 많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공유한다. 이들은 서로의 비슷한 모습을 반가워하고, 다른 모습에서 갈등을 해결하며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자 노력한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사귐의 행위를 통한 타인과의 교감으로 사회에 적응하고 자신의 결핍된 것들을 채워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아닌 사람과 관계를 맺기 위해 넘어야 할 갈등은 많기에, 현대인에게 인간관계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고민거리 중 하나다. 그리고 이 어려움은 무거운 짐이 돼 누군가가 관계 맺기를 포기하고 고립을 자처하게 만든다.

  꽤 오랜 시간동안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내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겪어야 하는 갈등이 싫었고, 솔직하게 드러난 내 민낯에 실망하는 사람들과 마주하기가 두려웠다. 그렇기에 모든 말과 행동을 끊임없이 계산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율했고, 이따금씩 계산을 거치지 않은 순수한 내 모습이 튀어나올 때면 그 결과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다그쳤다. 이런 방식을 지속하다보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없었지만, 내적으로 곪아가고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해 지쳐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내면과 마주할 자신이 없어 원인을 알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사람을 힘겨워 하는 동시에 그리워했고, 이런 모순된 감정에 혼란스러워 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나와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며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내 마음에는 여유가 없었다. ‘나’ 라는 한 사람으로 꽉 채워놓고 방치해 두었기 때문에 내면에 심어놓은 나의 무게가 너무나 크고 벅찼다. 타인을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을 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나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 나의 성격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내게 차지하는 타인의 경중을 알지 못해 갈등이 생기는 순간 노력 없이 가볍게 놓아버린 아쉬운 인연들이 많았고, 이미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많이 사랑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외로워했다. 그렇기에 인간관계에 지쳐있으면서도 외로운 모순된 감정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당신은 당신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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