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명백한 2차 가해” 제작진 아직 공식 사과 없어

  “우리의 상처가 당신들에겐 한낱 드라마 소재 거리에 불과했습니까”

  tvN 드라마 <라이브>(2018)의 점거 농성장면이 본교생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구대 경찰들의 현장 이야기를 담은 <라이브>에서 재작년 미래라이프대(미래대) 사태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내용은 11일 방영된 라이브 2화에서 신임 순경들이 대학 내 시위 현장에 투입된 장면이다. 드라마에는 총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간 학생들을 끌어내야 하는 순경들이 “설마 쟤들을 우리보고 강제로 어떻게 하라는 건 아니지?”라며 망설이다 수뇌부의 지시에 학생들을 끌어내는 장면이 방영됐다. 해당 장면에서 학생의 손톱에 긁히는 등 순경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부각시킨 점이 학생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학생들은 본 장면이 재작년 본교 시위를 모티프로 했다고 주장한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2007)를 불렀다는 점, 대학 시위에 경찰이 투입된 사례가 드물다는 점, 유사한 피켓 문구와 디자인 때문이다.

  순경의 입장만을 다루며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시위에 공권력이 투입되는 상황을 미화했다는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실제로 본교에 경찰이 출동한 날 본관 농성에 참여한 재학생 A씨는 “멍키스패너와 방패를 들고 있던 1600명의 경찰을 상대로 발버둥 치다 뒷덜미를 잡힌 채 끌려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학생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에 떨었고 그중에는 호흡곤란 등으로 쓰러진 학생들도 있었는데, 드라마의 시위 진압 장면은 지나치게 미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본교생들은 피해자의 상처를 고려하지 않은 라이브 제작진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고 있다. 학생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에겐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피드백을 요청하고 있다.

  재학생 B씨는 “아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생들이 많은 시점에서 그 장면을 꼭 넣었어야 했나 싶다”며 “피해받은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 작가의 경솔함에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남긴 C씨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고증과 피해자의 입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라이브는 실제 사건에서 가해자인 경찰에 이입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남긴 것”이라 비판했다.

  SNS, 관련 인터넷 기사 댓글에서도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하려면 더 조심히 다뤘어야 했다”, “드라마로 만들기 전에 학생들에게 물어봤어야 했다”며 학생들을 지지하고 있다. 공식 시청자 게시판에도 해당 장면을 비판하는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으며 16일 기준 160개 이상 등록됐다.

  계속되는 시청자들의 비판 속에 라이브 제작진 측은 12일 인터넷 스포츠 및 연예 신문사 <OSEN>을 통해 “시위 진압 장면은 경찰 미화가 아닌 수뇌부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한 장면이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본교생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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