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생들이 ‘선배와의 밥약’ 게시판에서 약속을 잡고도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사례도 적잖이 발생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약속이 익명으로 이뤄지는 만큼 더 많은 책임감을 요구함에도 이를 간과하는 학생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13일 에타에는 ‘너무 화나서 글씁니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판을 통해 밥약을 잡았지만 2명의 신입생으로부터 일방적인 파기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15일 기준 본교생들에게 800개 이상의 공감을 받았다. 댓글에는 ‘일찍 마감돼 약속을 못 잡는 새내기들도 있는데 너무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계속되는 논란에 게시판지기를 맡은 허예현(국교·17)씨는 같은 날 “밥 약속을 쉽게 생각하고 취소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며 “상호 존중과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길 바란다”는 공지글을 올렸다. 이어 “단지 밥을 얻어먹으러 가는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신청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지를 올린 지 이틀만인 15일 ‘밥약을 신청하고 나중에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는 또다른 글이 올라왔다. 연속되는 파기글에 변지영(역교·16)씨는 “직접 얼굴 보고 잡은 약속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일이 계속되다가 아예 게시판이 없어질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익명 게시판으로 운영돼 서로의 신원을 사전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글 작성자는 정해진 양식에 따라 학생증 사진 등을 올려야 하지만, 때때로 양식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글도 올라오고 있다.

  허 씨는 “종교 전도 활동을 목적으로 접근할 가능성 등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꼭 학생증 사진을 올리도록 하고 있다”며 “양식을 잘 지켜서 밥약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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