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대학생 정신건강 적신호… 더 많은 관심과 제도적 지원 필요해
[해외취재]대학생 정신건강 적신호… 더 많은 관심과 제도적 지원 필요해
  • 전혜진 기자
  • 승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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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정신건강, 美 대학에서 방향을 찾다 ① 대학생 정신 건강, 이대로 좋은가
▲ 전국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 협의회 박제일 회장 사진=이화보이스 제공

 

위기의 대학생…한국 대학생 정신 건강 현주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자살률 1위.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한 번도 이 자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연간 약 1만3000명이 자살로 숨지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어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5년 9세~24세 청소년의 사망 원인도 ‘고의적 자해(자살)’가 가장 많으며, 이는 2007년부터 꾸준히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 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연간 평균 230명, 매주 4명의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는 초·중·고등학생의 평균인 109명의 2배가 넘는 숫자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주요한 정신건강 문제는 우울이다. 대학생의 건강을 위협하는 1순위 질병이기도 한 우울증은 심각한 질병이지만 ‘마음의 감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흔하기도 하다.

  본교도 예외가 아니다. 2월23일~3월12일 본교 학부생 503명이 참여한 이화 미디어센터 주관 ‘이화인 스트레스 요인과 학교 소통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상당히 우울했다’는 질문에 약 절반에 이르는 49.1%가 가끔, 종종, 대부분 ‘그랬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지난 일주일간 모든 일이 힘들게 느껴진다거나, 세상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거나, 마음이 슬펐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학생이 각각 59.7%, 51.5%, 62.4%로 모두 과반이었다.

▲ 이화여대 학생상담센터 오혜영 소장 사진=이화보이스 제공

△‘대2병’으로 방증되는 대학생 정신건강

  ‘대2병’이라는 신조어가 방증하듯, 요즘 대학생은 마음의 병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2병’이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졸업하기까지 느끼는 심리 및 행동의 부적응 상태를 말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자기 정체성에 대한 깊은 탐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진로에 대한 불안감을 동시에 경험하며 ‘대2병’을 앓고 있다.

  본교 학생상담센터가 발표한 「2017 대학생 정신건강 조사 보고서-트렌드 분석: 대2병」에 따르면, ‘대2병’을 겪는 학생들의 특성은 ‘인지적 비관’이다. 자신과 주변 환경, 그리고 미래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다. 특히 현 고용절벽시대에는 더욱 취업에 대한 불안함이 인지적 비관을 강화하고 있다.

  학생상담센터는 2016년 3월2일~12월30일 진행한 ‘대2병’ 관련 조사에서 이화정신건강검사(EMHS)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심리 및 행동적 특성을 파악했다. 본교 재학생 1098명이 참가한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우울 수준’, ‘불안 수준’, ‘자살위기 수준’ 등의 항목에서 모두 학년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으며, 대부분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전국대학교 학생생활상담센터 협의회(CCUS)에 따르면(2017년 기준) 최근 3년 동안 전국 대학 내 상담센터 수는 세배 늘어나 약 250개에 달하는 등 폭발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학생들의 상담 수요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 학생문화관 3층에 위치한 이화여대 학생상담센터 모습 사진=이화투데이 제공

학생상담센터 활발히 운영되지만… 인력 부족은 여전

  본교 학생상담센터도 이러한 대학생 정신건강 실태에 발맞춰 다양한 프로그램과 상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학생상담센터의 주요 업무는 학생 상담이다. 개별 상담, 집단 상담, 특별 상담, 위기 상담 등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위해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상담센터에서 진행하는 ‘마음 치유학교’나 ‘심리 학교’에서는 수면관리, 섭식장애, 상처 치유, 트라우마 극복 등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학생들과 협업하는 활동도 있다. ‘이화 마인드 키퍼’는 학생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학생 정신 건강 지킴이다. 자살 예방 게이트 키퍼 교육과 또래 상담자 교육을 받고 활동하고 있는 이화 마인드 키퍼는 학생상담센터 주관 ‘이화 정신 건강 페어’ 등의 행사도 같이 기획하고 참여한다. 또 작년부터 시작한 학사경고생 멘토링과 함께 올해부터는 복학생 멘토링도 담당할 예정이다.

  학생상담센터에서 다양한 상담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문제는 여전하다. 기자가 유레카 상의 방문상담 신청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학기말인 6월18일까지 모든 상담이 이미 마감돼 있었다. 즉 새로 공지되는 상담을 신청해도 최소 3~4개월은 기다려야 차례가 오는 상황이다.

  현재 본교 학생상담센터의 상담원은 11명이다. 이 중 전임상담원은 8명이다. 본교와 비슷한 규모의 대학과 비교했을 때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CCUS가 조사한 ‘2016 대학 학생생활상담센터 관련기관 현황조사’에서도 설문에 참여한 국내 일반대학 86개교 중 전임상담원이 단 1명뿐인 대학이 34개로 가장 많고, 0명인 학교도 19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교, 타대에 비해 약 7배 상담 수요 많아 건강한 신호로 해석돼

  전임상담원 수가 국내 대학 평균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위해 학생들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최소 3개월 이상이라는 점은 대학 규모 및 상담 수요와 관련 있다.

  재적생이 약 2만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본교는 학생 3000명 당 전임상담원 1명이 배정된 꼴이다. ‘2016 대학 학생생활상담센터 관련기관 현황조사’ 설문에 참여한 일반대학교 직원들은 재적 학생 수가 만 명 이상인 대학의 경우, 전임상담원 1인당 평균 약 1만1000명의 학생이 적정한 수치라고 답했다.

  CCUS 박제일 회장은 “상담이 그나마 제대로 이뤄지려면 최소한 학생 1500~2000명 당 전임상담원 1명은 있어야 한다”며 “초·중·고등학교에서도 상담원 1명이 1000명 이하의 학생들을 맡는데, 상담수요가 더 많은 대학에서 대부분 전임상담원 1명이 3000~3500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발적인 상담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학생상담센터 오혜영 소장은 “현재 연 평균 약 3만 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타대에 비해서도 7배 정도 많은 수요”라며, “힘들 때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자기 도움 요청성’이라고 하는데 본교 학생들은 자기 도움 요청성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힘든 상황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는 건강한 신호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대학과 학생상담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그렇다면 대학이 왜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신경 써야 할까. 학생상담센터 오 소장은 “대학은 완성된 인격체가 아닌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학생들이 주로 입학하기에 학생 정신 건강에 필요한 학교차원의 교육과 처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 대학생의 경우에는 학창시절 자신의 정신건강 문제를 유예하고 공부만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을 보호하고 학내 사건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대학의 의무”라고 말했다.

  박 회장 역시 같은 입장이다. 그는 “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학업에 전념해 개인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대학의 의무”라며 “대학 졸업 후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정신이 필수이기에 이를 돌보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학이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어떤 방식으로 돌봐야 할까. 오 소장은 “네 가지 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신적 위기상황에 대한 충분한 예방 프로그램과 전문적인 위기 대처 능력을 크게 두 축으로 하면서, 대학 공동체 정책과 학생 자체적으로 서로 돕는 문화를 학교 차원에서 만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상담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물었다. 박 회장은 “대학생 심리 문제가 이전보다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도 대학 학생상담센터가 ‘꼭 필요한 기관’이라기보다는 ‘구색을 맞추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상담센터는 학생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최대한의 도움을 제공해줄 수 있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필요하면 찾아갈 수 있는 곳이라는 친숙한 기관이 되어야 한다”며 “대학 경영진 입장에서 봤을 때도 상담센터가 학교에 꼭 필요한 기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