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개·폐회식 의상으로 주목, 송자인 디자이너

폐회식의 현대 의상을 디자인한 송자인 동문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많은 사람들이 입고 싶어하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어요.”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에서 현대의상 제작을 담당한 여성복 디자이너 송자인(조소·98년졸)씨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고구려 벽화 무용총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선보이고 꼭두 인형 의상에서 영감 받아 꼭두 무용수의 의상을 디자인해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현재 제이에스앤드어쏘시에이츠(JS&ASSOCIATES)의 대표로 패션 브랜드 ‘JAIN SONG(제인 송)’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송 디자이너는 이외에도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드론 오륜기와 함께 등장하는 설원의 LED 보더, 퍼펫조종수, 푸시맨 등의 의상, 인면조와 함께 춤추는 여인들의 의상을 제작했고 폐막식에서는 ‘눈꽃의 인사’라는 공연에 참여한 평창 아이들 다섯 명의 의상을 제작했다.

  그가 디자인한 이번 올림픽 개·폐회식 의상 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개막식 ‘평화의 땅’ 공연에서 인면조를 따르는 여인들이 입은 의상이었다. 고구려 벽화인 무용총의 색채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했고 각을 살린 치맛단과 수묵화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원형 패턴을 이용한 디자인이었다. 국내 언론은 송 디자이너가 제작한 이 의상을 보고 “벽화에서 걸어나온 듯한 생동감을 지녔고 한국의 고전적인 미를 잘 드러냈다”며 극찬했다.

  “올림픽은 큰 국제행사다 보니 마지막까지 계속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중 인면조를 따르는 여인들이 입은 의상은 몇몇 세밀한 부분을 제외하고 처음 아이디어가 계속 유지된 특별한 경우였죠. 변경되지 않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의미고 또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조각가의 길을 걷고자 했던 송자인씨가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바로 디자이너였던 어머니의 권유로 떠난 유학 경험 덕분이었다.

  “조각을 계속하려면 대학원에 진학해야 했는데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였던 어머니 덕에 본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의 권유로 유학을 갔죠. 원래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디자인 공부가 자연스러웠고 잘 와닿았어요.”

  그는 2004년 데뷔 후 작년까지 세련되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디자인을 담은 컬렉션을 매 시즌 빠지지 않고 선보였다. 그 후 실력 있는 디자이너로 인정받아 평창 개·폐회식 현대 의상 디자이너 제안을 받았다. 송 디자이너는 이를 좋은 기회로 여겨 제안을 수락했다. 세계대회 개·폐회식 문화행사에서 각 나라의 수준 높은 문화의 저력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문화를 보여줄 기회가 있기를 항상 바랐기 때문이다.

  “한국적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에 중점을 뒀어요. 공연에서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해달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는 퓨전보다 정통을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결과물을 봤을 때 거부감이 없도록 한국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당시 송 디자이너는 공연 의상 제작이 처음이었다. 그는 15년간 개인 컬렉션을 진행해오며 자신의 쇼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혼자 구성해왔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은 공연이다 보니 많은 이들과의 의견 조율이 힘들기도 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대규모인 만큼 총감독, 연출감독, 영상감독, 조명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과 조화를 이뤄야 했다. 적합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이어진 끝없는 회의와 과정이 그를 지치게 했던 것이다.

  “원하는 작업을 제한 없이 보여주고 싶은데 의상 디자인뿐 아니라 공연과의 조화도 생각해야 해서 어려웠어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 후 다른 사람들에게 제안했을 때 그들이 이해를 못 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제작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 조금 힘들었죠. 그래도 결과가 좋게 나와 다행입니다.”

  송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입고 싶어하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한 분야에만 얽매이지 말고 여러 다른 분야에서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패션이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표현하는 과정이다. 무엇이든지 많이 경험하고 습득해야 하며 속에서 꺼낼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고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