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고려해 자막도 신중하게 써요”
“페미니즘 고려해 자막도 신중하게 써요”
  • 박민재 기자
  • 승인 2018.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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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뷰티 채널 ‘라뮤끄’ 편집자 신유안씨 “개개인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화장법 보여주려 노력해요”
▲ 유튜브 뷰티 채널 ‘라뮤끄(LAMUQE)’ 편집자 신유안씨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뷰티가 여성의 외모 ‘코르셋’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풀어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또 친구들이 거의 유튜브 뷰티채널 구독자여서 평소 뷰티 관련 얘기를 많이 한 것도 이 분야를 선택한 계기가 됐죠.”

크리에이터가 등장해 화장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뷰티 채널 ‘라뮤끄(LAMUQE)’는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해 화장계의 ‘금손’이라 불린다. 특히 동영상 편집기술은 누리꾼들로부터 실제 광고 같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화장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깔끔한 편집과 색감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라뮤끄를 100만 명이 구독하는 인기 채널로 만든 숨은 조력자, 신유안(방영·14)씨를 2월13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신씨는 라뮤끄에서 PD로서 전반적인 영상 편집을 맡고 있다. 유튜브 영상에는 대체로 크리에이터만 등장하기 때문에 구독자들은 그 뒤에 가려진 스태프들의 존재를 알기 어렵다. 그러나 하나의 영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신씨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크리에이터와 편집자 말고도 최소 5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촬영과 내레이션은 크리에이터인 라뮤끄 본인이 해요. 이밖에 비즈니스 메일을 담당하는 팀장, 영어와 일본어 통·번역을 담당하는 스태프, 영상 편집을 맡는 PD 등이 있죠.”

라뮤끄 채널의 영상은 최근 ‘라뮤끄 성형외과’라는 콘텐츠로 3월16일 기준 117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라뮤끄 성형외과’는 일반인들의 신청을 받아 평소에 하고 싶던 화장을 해주는 콘텐츠다. 일반인이 직접 모델로 선다. 제목만 보면 마치 성형을 한 것 같은 화장 튜토리얼을 만들어 정해진 미적 기준에 따르는 것 같다.

그러나 영상의 앞부분에서는 ‘사회에서 정해놓은 미의 기준에 맞출 필요 없이,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재하며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우리지만’이라는 자막을 통해 아름다움에는 기준이 없음을 강조한다.

이런 자막을 싣게 된 배경에는 신씨와 라뮤끄 크리에이터의 고민이 담겨있다. “사회가 강요하는 미적 기준에 따른 화장법이 아닌, 각자가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화장법을 보여주고자 해요. 또 페미니즘적 시각이 콘텐츠에 녹아들 수 있도록 내레이션이나 자막을 쓸 때 단어 선택에도 항상 신중을 기하죠.”

신씨는 자신이 가진 페미니즘적 시각은 본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했다. 평상시에 친구들끼리 나눈 페미니즘 관련 대화와 강의가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신씨가 자막 이외에 신경 쓰는 부분은 컷편집이라고 한다. 화장 기술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설명과 영상이 알맞게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과정이 중요한 영상이라 그는 컷이 흐름을 망치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이처럼 영상을 만드는 작업 방식은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다. 그는 학교 영상 교육은 이론 중심이라 실무적 영상 편집을 훈련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원이나 동아리를 찾아다녔던 그는 영상 편집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도 학교 밖 활동을 추천한다. “학원을 다녀도 좋고 대회도 많이 나가보세요. 일단 작은 거라도 만들어보는 거예요. 여행 다녀와서 여행 영상을 만들어 올려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아요.”

애착이 가는 영상을 꼽아달라는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신 씨는 ‘라뮤끄 성형외과’를 꼽았다. 그는 ‘라뮤끄 성형외과’ 1편이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의뢰인이 원하는 메이크업 스타일도 잘 나오고 구독자들의 반응도 좋았어요. 생각나면 다시 보게 되는 영상이에요. 그는 ‘라뮤끄 성형외과’가 라뮤끄의 대표 컨텐츠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상 편집자로 활동하며 뿌듯한 일도 꽤 있었다. “‘일본 메이크업’ 영상은 처음으로 기획부터 편집까지 전부 제가 했어요. 하나를 완성하고 나니 처음부터 끝까지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하더라고요. 나중에는 팀장님이 그래프를 보여주더니 제가 들어오고 나서 구독자 수가 수직 상승 했다며 칭찬해주시기도 했죠.”

구독자들의 댓글 중에 ‘영상에서 피부 보정을 하는 것 같다’는 식의 오해 섞인 의견이 눈에 띄면 속이 상할 때도 있다. 영상 색감과 명도 등을 다소 조정하기는 하지만, 영상기술을 이용해 피부 자체를 깨끗하게 보이게끔 과도하게 보정하는 일은 없다는 게 신씨의 설명이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그는 ‘뷰티 유튜버’라는 키워드에 라뮤끄가 바로 떠오를 수 있도록 더 좋은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그에게 졸업 후의 진로는 아직 미지수다. “갈 수 있는 방향은 많아요. 방송국도 생각해봤지만 지금은 스튜디오에 들어가 전체적인 지휘를 할 수 있는 입장이 돼 보고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