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라도 좋으니 여유를 가져볼 것

  2018년 2월은 가장 열정 넘치는 달이었다. 정확히 30년이 되는 해에 한국은 다시 올림픽 개최지가 됐다. 그리고 필자는 이달 그 열정을 가장 뜨겁게 느낄 수 있는 평창에 있었다. 약 한 달 동안의 인턴 아닌 인턴 생활을 하는 동안 필자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날들을 보냈다.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 나갈 채비 후 조식을 먹고 셔틀버스를 타는 것으로 시작했다. 도착해 정확히 7시간 동안 근무를 하고 정확히 1시간의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갖는 규칙적인 생활은 학교를 통학하던 전쟁 같은 일상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여유로웠다. 그러나 올림픽 게임 시작 전 일을 시키지 않는 상관에게 왜 일을 주지 않느냐는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화를 냈던 날들을 생각하면 나는 그 여유를 무료하고 무의미한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여느 사람 사는 이야기가 모두 비슷하듯 필자 정도의 학년과 나이에 하는 휴학은 무의미함을 견딜 수 없어서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짜고짜 무슨 계획으로 휴학을 하냐고 묻자 휴학의 휴는 ‘쉴 휴’라며 휴식을 강조하던 친구가 지금은 통학하는 필자보다 바쁜 삶을 사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평창에서 돌아온 필자는 지금 그 여유로운 생활을 잊지 못해 향수병에 괴로워하고 있다. 하지만 또다시 개강했으니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학회와 동아리, 공부 그리고 학원으로 가득한 날을 보내고 있다.

  바쁘게 살지 않으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 병은 단순히 필자와 필자의 친구들에게만 해당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빡빡한 생활에 매일 무표정으로 살아가지만 여유로운 생활이 더 힘든 우리는 피로로 가득한 사회를 살고 있다. 누군가는 이 삶을 열심히, 알차게 산다고 포장하지만 스트레스가 현대인의 질병에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해본다면 여유를 잊은 생활은 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유를 무엇으로 정의하고 있을까. 이는 흔히 힐링 프로그램이라 일컫는 TV 프로그램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관점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생활, 밥을 먹더라도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며 먹을 수 있는 시간, 바쁘게 움직이지 않고도 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여유라 정의한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정상처럼 느껴지는 병에 걸린 분이 계신다면 단 하루라도 좋으니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통학하는 시간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보내는 것, 가만히 바깥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 인간이 평균적으로 120년을 산다고 가정할 때, 그 중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하루는 0.002% 뿐이니 말이다.

  필자는 과거 고등학생 때 대학교 입학 전 꼭 해보고 싶던 일이 있다. 바로 온종일 버스 창가 쪽에 앉아 하릴없이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이다. 이번 학기에는 꼭 그 계획을 실행할 생각이다. 하루쯤은 나른함을 느끼더라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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