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유치원 교사

  길은 항상 정해져 있다, 그러나 결코 운명론적인 의미는 아니다. 나날의 호흡이, 눈길이,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자기의 길을) 자연히 정하는 것이다.

  - 요시모토 바나나의《키친》중에서 –

  어느 날 대학 친구가 내게 알려준 책의 한 구절이 마음에 꽂혀 어느새 삶의 기준이 됐다.

  돌이켜 보면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잘 들리지 않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결정을 했나보다. 그 선택의 순간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같은 전공을 두고 대구에서 대학을 다닐지, 이화여대에 올 지를 두고 고민했다. 서울이 어떤 곳인지 이화여대는 어떤 곳인 지 궁금했다. 내가 이대에서 대학생활을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 선택이었다. 그렇게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과교육과에 입학했다. 전공은 비록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호락호락하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정말 멋진 친구들을 알게 됐고, 이화의 울타리 안에서 더욱 주체적인 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선택은 내게 새로운 선택의 기회들을 제공했다.

  한편 나는 유아교육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접하게 됐고 홀린 듯이 복수 전공신청을 했다. 이것이 두 번째 선택이었다. 이에 주위에서는 얼른 그만두고 임용고시에 매진하라는 반응과 굳이 왜 복수전공을 하냐는 반응 뿐이었다. 왜 사대생은 임고만 준비해야하나. 반감이 들었고 오기로라도 더욱 열심히 복수 전공 공부에 매진했다. 주위 사람들이 걱정하던 것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다. 유아교육과는 숫기 없는 내 성격과 대치되는 경우가 많았고, 수많은 이수학점과 팀플로 힘들었다. 그러나 적어도 5년 동안은 공부가 재미있었다. 육체적으로는 괴로웠지만 당시 내가 행복하게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다.

  4학년 2학기였다. 늦깎이 교환학생을 떠났고 그 곳에서도 유치원으로 실습을 나갔다. 매니저의 만류에도 나는 세 번째 선택을 하게 됐다. 자전거로 30분을 타고 가야 도착하는 그 곳에서의 경험은 하루하루가 새로우면서도 무서운 도전이었다. 영어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게임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재워주고 그 당시에는 살 떨리게 두려웠지만 시간들이 지나고 보면 쉽게 할 수 없는 정말 귀중한 추억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나의 네 번째 선택으로 새싹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됐다. 대학원과 취업의 갈림길에서 내가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도 한 가지였다. ‘지금 현재’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했을 때 내가 조금 더 행복할까. 아직 네 번째 선택에 대한 결과는 이제 시작이기에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제일 처음 인용했던 문구처럼 내가 이화여대를 선택한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은 선택이었다. 삶이라는 길 위에서 내뱉었던 나날의 호흡, 매일의 눈길 그리고 열심히 살아온 하루하루가 나의 우연 같던 일상을 필연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다시 한 번 이 문구를 마음에 새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