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유튜버 임라라(체육・15년졸), 커플 동영상으로 인기… “반대라던 부모님 지금은 든든한 응원군“

▲ ‘엔조이커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임라라씨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커플 콘텐츠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남자친구와) 헤어질 수도 있지 않느냐며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셨어요. 설득하기 위해 부모님과 남자친구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직접 대화를 나누며 믿음을 주려고 했어요.”

  유튜버 ‘엔조이커플’ 임라라(체육·15년졸)씨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SBS 공채 개그우먼인 임씨는 작년 3월부터 역시 개그맨인 남자친구 손민수씨와 함께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커플 개그 동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강연 등 다른 일정으로도 바쁘게 보내며 온·오프라인 전부를 사로잡은 엔조이커플의 임씨를 9일 본교 정문 부근 카페에서 만났다.

  유튜버 활동을 시작한 지는 1년 남짓. 하지만 엔조이커플의 대표 영상 ‘역대급!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구 몰래카메라’는 벌써 조회수 582만 회(3월2일 기준)를 기록했다. 영상은 임씨가 화장실이 급한 상황을 연기하며 함께 탄 다른 승객을 웃기는 내용이다.

  초반 8개월 동안 엔조이커플의 구독자 수는 채 3만 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9월 방귀 영상이 유명해지며 이후 3개월간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엔조이커플의 구독자 수는 약 49만 명. 전체 120개 영상 중 17개가 조회수 100만이 넘는다. 임씨는 “구독자 수가 100만 명 넘는 분들도 많아 48만 명은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후발주자로 시작해 우리처럼 잘 된 채널은 손에 꼽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운이 좋아 구독자 수가 급작스레 증가한 것은 아니다. 첫 동영상을 올리기 전 임씨는 3개월 동안 방송국 생활을 하는 틈틈이 도서관에서 동영상 편집을 공부하고 유튜브에 대한 책도 찾아봤다. 제대로 하고 자 하는 마음으로 마케팅에 대한 책도 읽으며 스스로를 홍보할 방법도 고민했다.

  채널을 준비하며 임씨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영상을 올릴 때 사용할 이름이었다. 한 번 정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아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임씨는 친구와 교수님 등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했다. ‘꽁냥커플’, ‘뚜라커플’ 등 후보는 많았지만 평범한 것보다는 특이한 것이 낫다는 조언에 따라 지금의 이름을 선정했다.

  엔조이커플이라고 이름을 정하면서 의도치 않은 반전 매력을 강조할 수도 있었다. 즐겁다는 의미의 엔조이(enjoy)가 남녀 사이에 사용되면 가벼운 만남을 의미하지만 영상에서는 임씨 커플이 진지한 만남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임씨는 “우리가 정말 비즈니스 관계였다면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시지 않았을 것 같다. 주변에서도 이름 덕을 많이 봤다고 이야기해줬다”고 말했다.

 

▲ 임라라씨 어머니의 카카오톡 배경인 엔조이커플 구독자 수 캡쳐 화면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을 당시 임씨는 개그우먼 일정도 소화하고 있어 하루에 2시간도 못 자는 날이 많았다. 초기에는 장비가 없어 모든 동영상을 핸드폰으로 찍어 올렸다. 컴퓨터도 성능이 좋지 않아 편집은 12시간 이상 걸렸다. 영상 제작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일과 병행하고 있어 잠을 줄여가며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임씨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을 다룬 영상이라 버틸 수 있었다. 나이가 들었을 때 지금 찍어놓은 동영상을 보면 즐거울 것이라 생각하니 모든 피로가 날아갔다”고 했다.

  제작과정이 즐거웠을 뿐 아니라 성공할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임씨는 “하나의 영상이 잘 된다고 구독자가 급속히 늘지 않고, 모든 영상이 전반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 둘 다 신인 개그맨이라 인지도가 낮아 노출이 되지 않았을 뿐이지 사람들이 영상을 보면 분명 구독할 거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임씨가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는 그 누구보다 꼼꼼한 제작과정을 거쳐 영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엔조이커플의 모든 동영상은 제목, 자막, 배치 등 사소한 것까지 서로 의견을 나눠가며 만든다. 그는 “영상에 들어가는 자막에 ‘ㅋ’(웃음 표시)을 한 줄만 넣을지 혹은 화면 전체에 넣을지에 따라서도 시청자 반응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대표 영상에서도 자막을 ‘펠리컨’으로 할지 ‘페리카나’로 할지를 두고 서로 논쟁하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임씨의 부모님도 지금은 그를 든든하게 응원하고 있다. 가끔 임씨에게 왜 새로운 영상을 올리지 않느냐고 재촉할 때도 있을 정도다. 임씨 어머니의 카카오톡 배경은 엔조이커플의 구독자 수를 캡쳐한 사진이었다.

  임씨는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내 마음대로 하지 않고 설득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려고 했다. 가족들의 지지는 일을 할 때 필요한 동기가 되기 때문에 선을 그으면 오히려 자신이 더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유튜버로 자리를 잡자 임씨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조언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학생부터 직장 동료까지 다양하다. 임씨는 “초반에는 다니던 직장과 병행하며 해보라고 조언한다. 돈을 벌기 위해 뛰어들면 버틸 수 없는 환경이라 무작정 시도해보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씨의 이런 조언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유튜버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원래 직업인 코미디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당시 임씨가 한 달 동영상을 올리며 벌었던 돈은 약 8만 원. 남자친구와 나누면 4만 원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유튜버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흔히 초반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다고 한다.

  높은 인지도를 얻은 만큼 부담감도 높아졌다고 임씨는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이화여대 출신 개그맨’으로 소개되곤 하는데, 이때문에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영상에 나오는 모습이 본교 학생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염려했다. 말할 때도 덩달아 조심스러워졌다. 임씨는 “학교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영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책을 읽으며 자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주변 환경 때문에 힘들었는데 언니의 영상을 보고 본인의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언니를 봐서 힘들었던 게 나아졌다’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단 한 명이라도 나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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