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피해자 검열로 발생하는 2차 가해 막아야

  최근 ‘미투(#MeToo) 운동’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대학가를 비롯한 출판계, 연예계, 언론계 등 수많은 곳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나는 미투 운동에 대한 일부 반응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바로 어떻게 해서든지 가해자의 편을 들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가해자가 해명이라며 내놓은 연애감정을 논하거나, 무고죄의 형량을 늘려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한다.

  분명히 피해자들은 가해자들로부터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용기를 냈다. 한국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난 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글들은 사회 내 곳곳에 성범죄가 만연해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응원해주기는커녕 그 글의 진위 여부부터 따지려 드는 사람들에게는 당혹감만 들 뿐이다.

  이러한 경향을 바탕으로 탄생한 단어가 하나 있다. 꽃뱀. 성범죄 가해자를 지칭하는 단어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지만 성범죄 피해자의 경우, 특히 그들의 성별이 여성일 때 그들은 흔히 꽃뱀으로 몰려 그들의 결백을 끊임없이 검열받는다. 사람들은 피해자의 목소리에 공감하기에 앞서 ‘과연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피해자가 얼굴과 실명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그 과정은 고스란히 2차 가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힌다. 성범죄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성범죄 피해자들은 이런 터무니없는 시선을 너무 오래, 당연하게 받아왔다. 성범죄 이슈에는 항상 “왜 옷을 그렇게 입었느냐”, “왜 순순히 따라갔느냐”라는 질문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사건 이후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이름이 오래 남기 일쑤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금, 이러한 시선은 근절돼야 한다. 성범죄의 원인은 그 무엇보다도 가해자의 행위이므로 그 책임은 전적으로 가해자에게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사회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미투 운동이 진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드러난 가해자들은 두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무수했고 충격적이었다. 저명한 인사들의 성범죄 이력들이 앞다투어 폭로되고 있고, 지금도 어딘가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성범죄자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내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 운동을 통해 성범죄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해자의 대부분인 남성들이 미투 운동을 보고 자신들의 과거 행동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는 점 또한 의의를 지닌다. 성범죄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만큼 미투 운동이 단순 연예계 위주의 가십이 아닌 우리 모두가 사회 내 성폭력ㆍ성희롱에 대해 보다 예민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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