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 글로벌 소통을 위해 문화차이 인지 필요해

  국제적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문화 간 소통능력(Intercultural communication competence)을 키울 필요가 있다. 문화 간 소통 능력이란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인지를 바탕으로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과 소통 시 언어적, 비언어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나의 주 연구 분야는 인간커뮤니케이션(Human Communication) 가운데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인데, 이 분야가 바로 문화적 비교 관점에서 대(對)인간 소통 방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커뮤니케이션학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해석하는 과정을 연구한다. 세부 분야로는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설득, 갈등해결, 협상, 조직커뮤니케이션, 헬스커뮤니케이션, 그룹커뮤니케이션, 대인커뮤니케이션, 인간관계와 소통 등이 있다. 이 학문분야는 1960년대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에서 처음 독립적인 학과로 분리돼 본격 연구되기 시작되었으며,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다른 국적의 사람들 간 교류가 빈번해지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활발히 진행되었다.

  인터넷의 일반화로 외국과의 소통이 일상화된 요즘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는 문화 간 소통 능력을 중요한 업무 역량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화 간 소통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적 차이를 인지해야 한다. 나의 주된 연구문제는 문화적 차이에 따라 동일 메시지가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에 각기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것인데, 여기서 내가 진행한 관련 연구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 연구에서는 “너 살 좀 빠졌네!”와 같은 외모에 대한 메시지가 자기만족도, 자존감,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화차이를 조사했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사람들 간 외모에 대한 평가가 일반적이고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 “너 살 좀 빠졌네!”가 다정한 인사말 또는 칭찬으로 인식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무례한 참견으로 매우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문화차이를 보였다.

  또한 한국에서는 “너 머리 다시 해야겠다!”와 같은 외모에 대한 제안이 친한 친구나 가족 간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대화이며 관심의 표현인 반면, 미국에서는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불쾌감을 주는 메시지로 인식되었다.

  다른 연구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사과표현인 “죄송합니다”가 미국에서는 불필요한 표현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음을 밝혔다. 정중히 부탁을 요청할 때 “죄송하지만, 이것 좀 해주시겠어요?”라는 표현이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일반적이고 정중한 표현이지만, 미국에서는 “이것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가 더 일반적이고 적절한 표현이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영어로 의사소통할 때 한국식 표현으로 “I’m very sorry for asking this, but could you do this?”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이보다는 “Could you do this? I’d really appreciate it”이 더 적절한 표현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상황을 적용한 결과 한 문화에서 일상적인 대화패턴을 다른 문화에서 언어만 바꾸어 그대로 사용한다면, 효과적인 소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발표되어 왔다. 즉, 다른 나라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메시지 내용에 대한 이해도 문화 간 소통 능력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어떤 학문 분야든 문화차이 이해는 중요한 연구주제로 인식되고 있다. 내가 연구 논문을 발표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평가는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아주 의미 있는 주제라는 것이다. 이화 캠퍼스는 외국인 유학생, 외국인 교원 등 다양한 국적의 구성원이 만들어 가는 작은 지구촌이다. 이들 구성원 간의 적극적인 교류로 이화인들의 문화 간 소통 능력(Intercultural communication competence)을 높이고 나아가 국제화 시대에 필요한 경쟁력을 키우는 기회를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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