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폭발 사고로 전신 3도 화상 입은 최려나 졸업생 인터뷰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2014년 당시 입학식에서 EGPP(Ewha Global Partnership Program) 대표로 신입생 선서를 맡았던 중국 길림성 출신 최려나(CUI LINA, 영어영문학과·14)씨가 졸업한다. EGPP는 본교가 세계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해 시작한 한국 최초의 개발도상국 여성인재 전액 장학 프로그램이다. 본지는 졸업식 전인 22일 최씨의 졸업소감을 미리 서면으로 받았다.
“입학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도 기뻐요. 이화에서의 4년이라는 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났지만 매 순간이 저에게는 소중하고 값진 선물이었죠. 서로 의지하고 힘을 줬던 동기들, 그리고 따뜻하고 멋지신 교수님들과 함께 한 그 시간들은 분명히 앞으로 걸어갈 길에 등불이 돼줄 거예요.”
최씨는 11살에 집에서 가스폭발 사고로 전신 95%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이후, 약 40번의 전신마취 수술로 병원에서 지내는 동안 그는 여느 또래와 같이 학교에 다니길 바랐다. 최씨는 같은 나이의 친구들보다 3년 늦은 2014년 본교에 입학했다. 그는 혼자서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들 때면 학교를 다니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을 되새겼다. 최씨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4년간의 학교 생활을 마쳤다.
최씨는 학교 생활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가족을 꼽았다. 사고 당시 생존 가능성 5%.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단 1%의 가능성만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저는 하나님께서 가족을 통해 살려내신 아이예요.” 치료나 학업을 포기하고 싶을 때면 그는 가족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최씨의 다른 원동력은 친구들이다. 그는 이대생들이 흔히 쓰는 ‘벗’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며 유학 생활에서 함께한 친구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범한 삶을 꿈꿔온 자신을 평범한 대학생으로 바라봐준 이화의 벗들과 교수님들께 감사를 전했다.
최씨가 처음부터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에 무감각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면서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변화했다. 지금 그는 세상에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아직도 사고 당시 ‘한민족의 이름으로 려나양을 살려주세요’라는 신문기사 헤드라인을 생생히 기억한다. 이 기사를 보고 이국땅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최씨를 위해 한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최씨는 그가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고픈 꿈이 생겼다. 그는 꿈에 다가가기 위해 졸업 이후 본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그가 겪은 고난을 축복이라 이야기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남들과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게 하신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이 고난으로 저는 더욱 강한 사람이 됐고, 이 아픔으로 다른 이의 아픔을 위로해 주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번 영문과 졸업논문으로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 에 대해서 썼다. 사람들마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다리는 고도가 있다는 것인데, 최씨에게 고도는 ‘완치’다.
그는 이미 삶 속에서 수많은 고도를 만났다. “누워서만 지낼 때는 앉아있게 되기를 기다렸고 앉아있게 됐을 때는 설 수 있기를 기다렸어요. 그것이 성취됐을 때는 걷기를, 밖에 나가기를, 혼자 밥 먹을 수 있기를 그리고 학교에 다닐 수 있기를… 그렇게 간절히 기다렸던 고도들을 수많은 기다림을 통해 이미 수십 번, 수백 번 만나 온 셈이죠.”
최씨는 그의 고도를 만나게 해준 이화에 감사를 전했다. 좌절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게 해준 이화에서의 4년은 그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는 자랑스런 엄마의 딸, 이화의 딸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거예요” 라며 “우리 이화의 딸들을 항상 응원할게요!” 라고 전했다.